보훈부, 백선엽 현충원 기록서 ‘친일파’ 삭제
“안장 자격된 공적과 무관한 정보
법적 근거없이 기재해 명예 실추”
국가보훈부가 24일 6·25전쟁 영웅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적 인물인 백선엽 장군(1920∼2020·사진)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자 정보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친일파)’ 문구를 삭제했다.
기존에는 보훈부와 대전현충원 인터넷 홈페이지의 ‘안장자 검색 및 온라인참배란’에서 백 장군을 조회하면 비고란에 ‘무공훈장(태극) 수여자’라는 사실과 함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이 문구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3월 당시 국방부와 보훈처가 ‘친일 장성 안장 현황 정보’를 넣기로 결정해 백 장군의 안장식(2020년 7월 15일) 다음 날 기재됐었다.
보훈부는 삭제 결정에 대해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안장 자격이 된 공적과 무관한 문구를 기재하는 것은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안장자는 범죄 경력 등 안장 자격과 무관한 정보를 기재하지 않으면서 특정인의 특정 사실만 선별 기재하도록 한 것은 불순한 의도를 갖고 백 장군을 욕보이고 명예를 깎아내리려 했다는 강한 의심과 함께 안장자 간 균형성도 간과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자체 조사 결과 유족 명예훼손 등의 여지가 있음에도 유족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고 면밀한 법적 검토도 이뤄지지 않는 등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특별법으로 만든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백 장군을 비롯한 1000여 명의 ‘친일파’ 명단을 발표하면서 백 장군에 대해 일제강점기 만주 간도특설대에 근무하면서 독립군을 토벌했다고 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객관적 자료는 없다”며 “친일파 프레임으로 백 장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로 구성된 광복회는 보훈처 결정에 대해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의 법과 절차에 따른 ‘친일 기록’ 삭제를 위해선 이에 상응하는 절차적 정당성이 있어야 하며, 광복회를 포함해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며 ‘원상 복구’를 요구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론 다른 의견을 갖고 있지만 광복회 차원에서 장시간 토론과 회의를 거쳐 공식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며 “다수 회원들이 보훈부의 일방적 기록 삭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