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가로 일했고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에서도 근무한 한반도 전문가 수 미 테리가 명품 백들과 다른 선물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한국 정부를 위해 비공인 정보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연방 검찰에 기소됐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맨해튼 연방법원에 이날 제출된 공소장을 보면 테리는 우리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고 비공개된 미국 정부 정보를 한국 정보기관 관리들에게 제공하고 한국 정부 관리들을 미국측 카운트파트에게 쉽게 접근하도록 주선한 혐의를 받는다.
그 대가로 한국 정보기관 관리들은 테리에게 보테가 베네타와 루이 뷔통 핸드백과 돌체 앤 가바나 코트, 미슐랭 스타 등급을 받은 레스토랑 식사 초대를 받고, 자신이 운영하는 한국 문제 관련 공공정책 프로그램 기금 명목으로 3만 7000 달러 이상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돌체 앤 가바나 코트 값은 3000 달러짜리였다.
그녀가 정보요원 역할을 시작한 것은 미국 정부 직위를 떠난 지 2년 뒤인 2013년이었으며, 10년 가까이 지속됐다고 연방 검찰은 봤다. 테리는 현재 대외관계위원회 선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이 싱크탱크 홈페이지에는 그녀를 동아시아와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소개하고 있다.
테리는 로이터의 코멘트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고, 대신 변호인 리 볼로스키가 성명을 내 "이런 혐의 내용은 근거 없으며 독자적으로 활동하며 몇 년 동안 미국을 위해 공헌한 것으로 알려진 학자와 뉴스 애널리스트의 작업을 곡해하고 있다"고 반박한 뒤 "실제로 그녀는 공소장이 제기한 시기에 남한 정부를 향해서도 거친 비판을 했다. 일단 팩트가 분명히 드러나면 정부가 상당한 실수를 했음이 명백하게 규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외관계위원회는 일단 테리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행정 휴가를 떠나도록 조치했으며, 어떤 수사에도 협조할 것이라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한국 정부는 당장 피고로 적시되지 않았다. 워싱턴 주재 한국 대사관은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맨해튼 연방검찰의 대미언 윌리엄스 검사 역시 로이터의 같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테리의 온라인 소개 글에 따르면 그녀는 서울에서 태어나 버지니아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CIA 선임 애널리스트였으며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08년부터 이듬해까지 NSC의 한국 일본 및 대양주 국장을 지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테리를 기소한 공소장을 보면 해외 요원 등록 법률(the 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을 위반하고 비공인 정보요원으로 활동했으며, 이 법률 위반을 모의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미 연방수사국(FBI) 인터뷰 당시 한국 정보기관의 '정보통'이었으며, 자신이 "가치있는 정보를 제공했음을 의미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한미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긴밀하고 단단해졌다고 윤석열 정부가 평가하는 이 마당에, 우리는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도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 줬는데 명품백 등을 대가로 한국 정부의 스파이 짓을 했다고 테리를 기소한 의도가 무엇인지,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주목된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으로 어지러운 판국에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기사 초입부터 테리의 취향을 노골적인 표현으로 건드렸다. '그녀는 특급 셰프의 스시 요리와 디자이너 라벨을 사랑했다. 그녀는 크리스천 디올 코트, 보테가 베네타와 루이 뷔통의 핸드백들, 미슐랭 스타 등급을 받은 레스토랑들을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