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겨울로 추워지는 구로역에서 내립니다.
제 애인이 사는 곳이 구로역에서 걸어가면 15분 정도 걸리죠.
지금의 구로역엔 역사와 애경백화점이 들어서 번화가로 크게
변했지만 14년 전에는 오래된 지하차도와 시맨트로된 계단이 있는
그런 흔한 역이었습니다.
역을 나와 애인의 집을 향해 조금만 걷다보면 "북경원" 중국집이 있었습니다.
제 아내는 짬뽕을 좋아하지요.
그당시 우리는 짬뽕밥을 먹곤 했습니다.
뜨겁고 빨간 짬뽕국물에 날계란 두개가 삼분의 일쯤 노른자가 익으며
걸쭉한 해산물 국물에 맛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후끈 먹고 고갯길을 넘어 애인의 집까지 아쉬운 손 놓을때까지
우리 함께 걸어가곤 했습니다. 찬바람에 따뜻하게 잡아준 손
마지막까지 가는모습 지켜본적도 있었고 눈이 내려 고갯길 두손 짚고
오르내리던 기억도 납니다.
밤이 늦었기에 시간 맞춰놓고 벨이 울리자마자 잽싸게 전화를 받던
제 아내가 기억납니다. 작은아버지 댁에서 살았기에 눈치를 봐야 했지요.
저의 집은 간석동이었죠. 늦게 애인을 데려다주고 12시가 다된 인천행
막차를 타고 내려오면 동암역에서 간석4거리까지 30분여를 자주
걸어가곤 했었습니다. 그녀를 생각하면서 말이죠..
결혼한지 십여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제 아내는 짬뽕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전 짬뽕보다 우동을 더 좋아합니다. 이젠 덜 매워서 좋습니다.
십여년 넘게 살면서 마음도 많이 아프게 했고 지금도 마음과는 다르게
상처를 줍니다. 언제나 후회하고 원통할 정도로 반성하지만 바보같은
행동이 계속 반복됩니다. 보통의 부부들이 그렇듯이 부부싸움을 합니다.
제 아내는 아직은 쉰내 나는 내복까지는 입지 않았지만, 아이들 다 먹이고 남은 찌꺼기가
될 음식을 많이 먹긴해도 살이 마구 찌지는 않았지만 하고 싶은거 다 하면서 살지는 못했습니다.
오늘도 필요한 물건들을 옥션에 메달려 뭐 싼게 없는지 두리번 거리고,
동호회, 카페를 서성이며 나름대로 즐겁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냥 남들 사는만큼만 평범하게 살며 아주 어렵고 힘들게 사는건 아니지만
결혼전 이루려 했던 약속했던 좋은 집 넉넉한 살림은 못됩니다.
이세상 어떤 남편이 자기 아내를 고생시키고 싶겠습니까?
더 좋은거 해주고 싶고 돈 많이 벌어다 주고 싶지요.
돈이 없어 외식하러 나가도 우동만 먹지는 않습니다만
아이들 키우랴, 장래 걱정하랴 비싼거 항상 못 먹습니다.
흔한 영화관 손꼽을 만큼 한두번 밖에 못갔고 백화점가서 옷 사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옛날엔 짬뽕이 우동보다 500원 더 비쌌습니다.
지금은 짬뽕이나 우동이나 같습니다.
우리 부부의 사는 모습은 우리 부부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당신의 고생을 당신의 마음을 그리고 더 잘 살고 행복하게 살고싶어
하는 우리의 마음을..
우리 두 부부의 마음은 그렇게 두사람의 가슴에서 가꾸고 살고 있습니다.
....
첫댓글 흔한 영화관보다 더좋은 운동(인란)을 같이하는게 더 좋은거 아닐까여...^^
배수지에서 짬뽕시켜주셈...ㅋㅋㅋ
60세 회갑 잔치이후에 쓸 문구를 벌써 작성해 놓으셨구만요....부럽구만유^0^
언니 분위기가 보험하나 들어야 겠죠? ㅎㅎㅎ
아니 회장님이 왜 저러시지? 아니 왜그런데요....쩝....회장님 파도님과 아니 부회장님과 같이 나제타에 한번오세요 시원한 짬뽕 곱배기로 쏘겠습니다 행복한 형님이 무조건 쏠겁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올라오세요 행복한 형님이 이래서 존경스럽다니깐요(이거절대 아부아님)
네~ 핸폰날리고 한번 갈께요.... 짬뽕이 날 부른다 아우~~~~단결 ^^
어쩌면 오다가다 한번쯤은 마주쳤을 지도 모르겠네요. 십여년 전에....
정말 십여년이란 세월이 흘렸습니다. 그가 약먹으라 물을 떠다 줍니다. 이거 결혼하고 첨해주는거지??? 귤을 까서 입에도 넣어줍니다. 결혼하고 첨해주는거 맞지??? 포기를 하니 그가 변해갑니다. 여잔 정말 사소한 것에서 행복과 사랑을 느낍니다.
추억이 흐려집니다. 오늘은 옛 추억을 한장 한장 꺼내어 쓸고 닦아 잘 보관해야겠습니다.. 더 나이들어 긴~~~밤 꺼내어 먹을 추억의 간식꺼리를 하나씩 포장해두렵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읽으며 동질감을 느끼는건 왜일까요..푸훗,,부부..가깝고도 먼사이라죠..조금만 양보하고 조금만 이해하면 정말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텐데 아주 사소한 부분때문에 가끔은 상처를 주고사는 사이가 또한 부부사이기도 합니다. 행복함이 물씬 배어 나오는 두분의 모습에
찡하는 전율을 느낍니다. 아내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다는 표현이 맞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이 넓어지면 가정의 행복이 배가 됩니다. 항상 연애할때의 그 감정으로 영원히 행복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