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8. 물날(수요일)
[6학년 영어 첫 수업]
6학년을 영어로 처음 만났다. 영어 과목 선생으로 줄곧 만날 예정이라 6학년 영어 수업계획서를 다시 살피느라 시간을 제법 썼다. 해마다 6학년의 영어 수업은 다르다. 어린이들의 특성과 5학년 때 영어 수업이 반영되기에 그에 알맞게 수업을 계획해야 한다. 올해 6학년은 전체로 외국어인 영어에 대한 관심이 더 많고 많이 배우고 싶어 한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만큼 채비를 잘해서 본디 6학년 영어교육의 목표대로 나갈 수 있겠다. 첫 수업이니 학교 영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스스로 집에서 공부하는 방법(1. 집에서 영어동화 듣고 따라 말하기, 2. 스스로 단어장 만들기, 3. 준비된 영어책 공부하기) 을 다시 알려주고, 처음 만났을 때 인사와 계절, 오늘 날짜를 영어로 익혀보았다. 내일부터 영어로 안부를 물어보는 어린이가 많겠다.
그런데 요즘 영어 수업 관련해서 여러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학교 영어교육의 정신과 목표를 잡은 사람으로 늘 하는 고민인데 영어수업의 목표와 방식에 대한 것이다. 우리 학교는 5학년부터 다른 나라 말 가운데 하나로 영어를 배운다. 꼭 영어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다른 나라 말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힐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외국어를 영어만 하지만 채비가 된다면 다른 언어도 괜찮다. 5학년부터 하는 뜻은 우리말과 글을 바로 쓰고 살려 쓰는 것이 어린이 삶을 가꾸는데 먼저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나라 말을 5학년부터 배우기 시작해도 충분하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교육으로 실천하고 있다. 5학년은 신나게 영어로 놀면서 영어에 대한 호기심을 늘려가고, 파닉스를 익히며 영어 공부 방법을 차츰 익혀가는 것이라면, 6학년은 스스로 영어 공부하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고 중등학교 영어에서 필요한 밑바탕 영어를 알차게 공부한다. 나는 여전히 이것이 중요한 초등영어교육의 바탕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 수업을 안정되게 더 밀도 있게 영어성취도를 높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선생이 욕심을 내는 순간 영어 수업의 모습이 달라질 수 알지만 늘 욕심을 부린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2년간 영어를 배우서 일반학교에서 배우는 초등영어 수준을 달성할 수 있는지, 부족한 수업 시수로 영어 수준이 낮은 건 아닌지, 영어 전문 강사를 쓸 수는 없는지, 지금은 5, 6학년이 하지만 더 낮춰서 4학년부터 해야 되는 건 아닌지, 일반학교처럼 3학년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닌지 묻는 학부모님들이 있음을 안다. 그럴 때마다 아시다시피 우리 학교 영어교육의 목표가 일과 놀이로 호기심을 북돋우며 다른 나라 문화를 배우는 수준이고, 초등학교에서 영어보다 우리말글로 더 정교한 두뇌 발달을 촉진해야 함을, 세계 언어학계에서 외국어 학습은 일찍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조기학습과 외국어는 동기부여가 더 중요하니 학습자가 원할 때 시작하는 게 낫다는 것으로 양분되어 있어서 우리학교는 후자를 따르고 있음을 말씀드려왔다. 그동안 15기까지 졸업생들이 중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영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영어도 다른 과목처럼 아이마다 특성에 따라 더 좋아하면 잘하는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또한 우리나라 일반학교 학생들은 학교보다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고, 학원의 영어 숙제와 영어 학습 시간이 아주 많고, 시험위주 영어 공부로 학생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도 말씀드리기도 했다.
그런데 영어를 맡고 있는 교사 처지에서는 이 년 동안 더 잘 가르쳐서 영어 수준을 더 높여서 졸업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 또한 수업 시수를 더 늘리고 싶고, 영어 숙제도 더 내주고 싶은 욕심이 늘 올라온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 삶은 놀이와 생활이 중심인 초등학생이다. 그래서 수업 시간이 적은 상태에서 숙제를 더 내주고 더 강하게 수업 욕심을 부리는 순간 아이들이 영어에 대한 호기심을 늘려가고, 다른 나라의 문화인 언어를 배우는 즐거움을 알아가게 하는 적절한 동기부여 대신 흥미를 잃어버리게 하거나 영어를 못한다는 실망과 절패감을 안겨주어 본디 영어 교육 목표를 이룰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아니 현재 수업 시간과 스스로 학습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가능한 영어학습의 목표를 인정해야 한다. 그건 학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의 영어 학습에 대한 기대치와 관련이 있다. 외국어를 잘 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어를 좋아해서 스스로 끊임없이 연습하는 것이 으뜸이다. 그게 아니라면 외국어의 바다에 빠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른바 유학이다. 세계 모든 언어학습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유학을 갈 수 없고, 외국어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은 어찌할 것인가가 문제다. 흥미가 없는 학생들에게 흥미가 생겨나도록 적절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교사가 할 일이고, 일정한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 목표와 단계를 정하거나 학생의 현재 상태에 기초에 맞춤형 지도를 해야 하는 것도 교사의 일이다. 그러나 관심 없고 흥미 없는 외국말을 못한다고 학생들을 기죽여서는 안 된다. 타고난 재능이 저마다 다르다는 다중지능을 이제 모두 알고 있는 때가 아닌가.
현재 우리 학교는 영어 강사를 따로 모시지 않고 현재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선생들이 하고 있다. 학교 재정 문제도 있고, 시간표를 짜는 어려움도 있고, 바깥과목 교사를 모실 때 고려하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이해도에 바탕을 둔 수업 목표와 교수 방식까지 종합해서 취하고 있는 방식이다. 과거 2007년부터 나 혼자서 5, 6학년 수업을 모두 했다. 그러다 5학년 영어 수업을 맡아줄 학부모 자원교사를 모시기도 하고, 교사회에서 그 몫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5학년은 한주엽 선생이 맡고, 6학년은 내가 맡아 일주일에 두 번을 수업한다. 과목 선생은 수업 시수가 작으니 본 수업 시간에 많은 양의 진도를 나가고, 집에서 해올 숙제를 내줄 수밖에 없다. 학교 영어 교육 목표와 교육 방식에 따라 스스로 집에서 단어장을 만들고, 영어 동화를 듣고 따라 말해 오기를 확인하는데 문제는 아이마다 집에서 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어린이 특성도 있지만 학부모 챙김에 따라 하고 안하고가 차이가 있다. 교사 처지에서는 당연히 이를 생각해놓고 영어 수업의 목표와 수업방식을 계획한다. 이번에도 6학년 학부모님들에게 학생들이 날마다 들을 영어동화 mp 파일을 보내고, 집에서 날마다 듣고 따라 말하는 걸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을 때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5학년 때 재미나게 영어로 놀다 온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수준이라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그냥 소리 나는 대로 듣고 따라 말해보라고 옆에서 격려해주고, 학교 수업에서 저마다 집에서 해온 정도를 확인하고, 수업 때마다 진도를 나갈 것임을 말씀드렸다.
수업 시간이 많지 않지만 6학년 때는 부지런히 익혀할 게 많다. 기초문법책은 학교에서 채비해서 진도를 나가고, 수업 때마다 기초문장을 다룬 노래를 함께 배우고 부른다. 그러니 집에서 하는 영어동화 스스로 학습 확인, 초등 문법 진도, 초등 영어 노래 부르기 들로 수업을 구성하니 수업 시간이 빡빡하다. 격려하고 응원하며 집중력을 끌어내고 높여야 할 몫이다. 시간되실 때 영어 수업을 돕고자 하는 학부모님이 계셔 반가웠다. 올해 해외 교류를 하는 학교 학생들과 화상으로 만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일놀이 영어수업과 함께 특별한 수업까지 할 게 많은데 수업 시간은 부족하니 영어 선생은 늘 고민할 수밖에. 그래도 즐거운 영어 시간이 되도록 애쓰고, 영어와 친해져서 또 하나의 문화를 배우도록 재미나게 만나가자.
첫댓글 어른인 저도 20년이 넘게 영어공부를 하고있지만^^; 그닥 잘하진 못하는데, 이유를 살펴보면 선생님의 글에서 이부분이 딱 맞아 떨어지는것 같아요.
외국어를 잘 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어를 좋아해서 스스로 끊임없이 연습하는 것이 으뜸이다
영어 공부에 대해, 대안학교 과정에서 언제 어떻게 어디까지.. 맑은샘의 교육과정에 대해 많은 이해를 주신 글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