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길
고정국
새들이 머물다 간 내 창가 비자나무에
그림자도 남기지 않던 외눈박이 달이 와서
하얀색 깃털 하나를 남겨두고 갔느니
한참 먼 것 같지만 사람이면 걸어왔을
아픔이 큰 것 같지만 사람이면 견뎌왔을
닳도록 부르튼 길이 서쪽으로 기울어
누구나 발설할 수 있는 한마디는 있는 거다
보름은 땅속에서, 보름은 땅 위를 흘러
묵언의 마스크엗 X자를 새기던
이제는 인사 없이 오고가는 사이가 됐지
그대에게 배앗긴 밤이 창에 몰래 찾아와서
가끔씩 새벽 고양이 울음 놓고 가듯이
-《서정과 현실》 하반기호
출처 :
그동안 발행했던 『(한국작가회의 시조분과가 선정한) 좋은 시조』를, 계간 《좋은 시조》가 창간됨에 따라 『(계간 《좋은 시조》가 선정한)좋은시조』로 명칭을 바꿔 발행합니다.
2015년 한 해 동안 각종 문예지 및 동인지 등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선정위원 21명의 추천을 받아 수록했습니다.
-선정위원 : 강인순, 김선희, 김영재, 김윤숙, 김윤승, 김진수, 김진숙, 김태경, 박성민, 박시교, 박옥위, 변현상, 신필영, 염창권, 이송희, 이승은, 이영필, 이종문, 전연희, 정용국, 홍성란
책제목 : 2016 좋은 시조
초판1쇄 :2016년 3월 28일
지은이 : 박시교⸱김영재 외
펴낸이 : 김영재
펴낸곳 : 책만드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