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놀이가 통하면 세대도 통한다
20대, 춤추고 나홀로 쇼핑… wii방·스마트폰 가상놀이
50대, 혼자서 여가 안 즐겨… 함께 문화센터 가고 웰빙
■'20대: Activity 문화 vs. 50대: Relax 문화'
평일 새벽 2시 서울 홍대앞 NB 클럽은 20대만의 공간이다. 물론 입구에서 나이 든 사람들의 입장을 제한한다고는 하지만 1층 플로어를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이 온통 20대 초반이라는 것은 놀랍다. 그들은 발 디딜 틈도 없는 플로어에 빽빽이 서서 음악에 따라 몸을 흔든다. 그저 음악이 좋고 춤이 좋아서 날이 새는 줄도 모른 채 도취되어 춤을 출 뿐이다. 20대들은 열정적인 공간 안에서 맘껏 즐기며 그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떨쳐버린다.
20대들은 거리에서 놀기도 한다. '20대의 거리'라고 불리는 서울 홍대앞, 대학로, 가로수길이 놀이터이다. 홍대앞을 찾는 주 연령층은 20대가 73%인 데 비하여 50대는 1.5%에 불과하다. 이렇게 20대들은 특별한 공간이 없더라도 그냥 거리를 걸어 다니며 자신들만의 놀이문화를 만드는 반면, '50대의 거리'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20대와 달리 50대들은 마음으로 즐기며 편안하게 놀이를 즐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백화점 문화센터 수강생 중 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에 30.5%나 되며, 그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 50대들은 집에서 라디오 청취를 즐기기도 한다. 2009년 실시된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1·2·3위를 차지한 프로그램은 모두 중장년층이 즐겨듣는 프로그램이었다. 53세 여성 최모씨는 "남편이 출근하고 애들도 학교 가면 집에서 편하게 라디오를 들으며 사람 사는 얘기에 웃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대: 혼자서도 즐긴다 vs. 50대: 여럿이 같이 즐긴다'
'Alone족(族)' '나홀로족' '코쿤(Cocoon·곤충의 고치)족' 등은 20대를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이다. 2010년 대학가에는 다른 학우들과 어울리지 않고 주로 혼자서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이 34.5%라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20대들은 혼자 쇼핑(44.0%)을 하고, 서점(43.8%)을 가는 등 여가시간도 혼자서 즐긴다. 서울 목동에 사는 20대 후반 박모씨는 "친구가 없어서 혼자 노는 게 아니다. 자유로움이랄까, 뭔가 여럿이 놀 때와는 다르게 내 마음대로 논다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 ▲ 20대는‘안’에서 놀고, 50대는‘밖’에서 논다. 서울 홍대앞 클럽에 빽빽이 서서 몸을 흔드는 젊은이들〈사진 위〉과 관악산 등산로 입구를 가득 메운 50대 이상 등산객들. /황정은·정경열 기자
반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50대 1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이 혼자서 여가를 즐기지는 않는다고 응답했다. 동작구에 사는 50대 후반 김모씨는 "집에서 살림하느라 매일 혼자 있는데, 놀 때까지 재미없게 왜 혼자 하겠느냐. 여럿이서 놀 때 더 즐겁다"고 말했다.
■'20대: 가상놀이가 즐겁다 vs. 50대: 현실놀이가 즐겁다'
20대는 wii방, 멀티방, 스마트폰 등 디지털로 가상놀이를 즐긴다. 특히 PC·DVD·닌텐도, 위·게임 등 여러 가지 기능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멀티방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즉 닌텐도위를 하며 게임을 즐기다가 DVD를 보면서 쉬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인터넷도 하며 한 장소에서 여러 가지 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서울 신촌에 있는 한 멀티방 종업원 이모씨는 "주 고객층은 20대 초반이고, 50대들은 거의 안 오신다고 봐야겠죠. 20대들은 남녀 함께 자주 오는 편이죠"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50대는 현실 속에서 건강, 웰빙 위주의 여가를 즐긴다. 계속 발전하는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50대의 여가생활은 주로 현실놀이다. 특히 건강 관련 활동 중에서 등산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대: 남·녀의 놀이문화가 비슷하다 vs. 50대: 남·녀의 놀이문화가 다르다'
20대는 남성과 여성의 놀이문화가 비슷하다. 이들은 클럽이든 가로수길이든 가상놀이든 남녀의 성차(性差) 없이 다 같이 함께 즐긴다. 하지만 50대는 남녀가 서로 다르게 여가생활을 즐긴다. 지역문화원 강좌가 이를 보여준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문화원을 방문했더니 5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좌로는 댄스스포츠, 벨리댄스, 한국무용 등이 있지만 5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50대는 취미교양 활동에서 남녀의 성차가 크다. 구민회관, 복지관, 백화점 문화센터를 찾는 수강생의 대부분은 여자이다. 50대 여성은 동창회, 지역, 교회나 종교기관에서 여러 모임을 즐기고 있지만 50대 남성은 그 같은 친목 놀이 문화가 거의 없다. 수원에 사는 50대 초반 여성 이모씨는 "얼마 전에 고등학교 동창들끼리 강원도 정선에 있는 민둥산에 다녀왔는데, 버스 한 대가 여자들로 거의 꽉 찼다. 다들 모임에서 왔거나 친구들끼리 놀러 왔다"고 말했다. 반면에 서울 신림동에 사는 50대 초반 남성 윤모씨는 "솔직히 우리 같은 50대 남성들은 놀 게 없다. 일 끝나고 친구나 직장 동료와 같이 술 마시는 게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다른 놀이문화가 없는 50대 남성들에게는 밤문화, 술문화가 여전히 주요 놀이문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