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민의힘 '제 7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 개최
SVB 사태와 가상자산 시장 연관성 진단…한은 "가상자산 중요성 커졌다"
24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및 정무위원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한
'제 7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뉴스1) 박현영 김지현 기자 =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비롯한 미국 중소은행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금융 위기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가상자산이 은행 등 전통 금융 시스템을 흔들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전통 금융의 위기로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수요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됐다.
단,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미국 은행 발(發) 불안감이 미국 안에서 끝났을 때 가능하다.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전이될 경우 가상자산의 인기도 식을 수 있어 '크립토(가상자산) 겨울'이 오히려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요성 커진 가상자산, 전통 금융도 뒤흔든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24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및 정무위원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한 '제 7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은행 전통 금융 시스템과 암호자산 간의 연계성이 밀접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암호자산'으로 부르고 있다.
SVB 파산은 SVB의 주요 고객이었던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빼내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면서 그 여파가 더 커졌다. 이 총재는 IT 업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하는 경향이 커 SNS 활용이 대규모 인출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이 부총재는 "SVB 은행에 대한 부정적 소식이 SNS를 타고 전파됐고, 기술 스타트업의 대규모 예금 인출이 늘어나면서 유동성 위기를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IT 기술 스타트업 중엔 가상자산 스타트업도 다수 포함됐다. SVB 파산 전 청산을 선언한 실버게이트은행과, SVB 사태 여파로 문을 닫은 시그니처은행은 가상자산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받는 이른바 '크립토(가상자산) 뱅크'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부총재는 "이번 사태는 암호자산이 은행 및 전통 금융 시스템 안정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반사이익 누렸지만…"크립토 겨울 끝났다" 속단은 일러
가상자산은 전통 금융의 위기에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위기의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SVB 파산 이후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비트코인의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에 주목했다. 미국 정부가 SVB에 묶인 예금을 모두 보장해주기로 한 가운데, 이 같은 해결책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플레이션 헤지용 자산인 비트코인으로 단기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SVB 뱅크런이 일어났을 당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급등했다"며 "정부가 예금 보장을 해준다고 발표했는데, 이 예금 보장에는 돈을 찍어내는 과정이 내재돼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면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갖고 있는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비트코인은 은행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종섭 교수는 은행 발 위기로 가상자산의 수요가 증가할 것인지에 대해선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SVB 파산의 여파가 미국 내에서 멈출 경우 △유럽 금융 위기로 번질 경우 등 두 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가상자산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선 SVB 파산의 여파가 중소은행 붕괴 수준에서 멈출 경우, 가상자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정부 지원으로 잠재운 뱅크런 위기가 남은 은행의 시스템 리스크 증가로 번지고, 이를 인식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상승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므로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가진 가상자산에 수요가 몰릴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여파가 유럽까지 번질 경우엔 가상자산 하락장을 의미하는 '크립토 겨울'이 장기화될 수 있다. 유럽까지 위기가 번질 경우 단기가 짧은 미국 국채로 수요가 몰리면서, 위험자산인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도 SVB 사태 이후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오른 데 주목했다. 단, 이것만으로 크립토 겨울이 '크립토 스프링(상승장)'이 됐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봤다.
장 이코노미스트는 "SVB 사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확대됐다"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시장은 '크립토 윈터'를 넘어 '크립토 스프링'이 오고 있다고 해석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크립토 스프링'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자산 자체가격 변동이 상당한 시장임을 고려할 때, 지나친 낙관적 해석은 성급하다"며 "비트코인 대량 보유자로부터 자금 이탈이 시작되면 폭락도 시작될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제도권 금융 시장 안정 후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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