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인 이석이네 집을 방문했다가 마침 그의 교회에 어느 유명한 목사가 와서 집회를 갖는다며 조르는 바람에 따라서 교회에 갔습니다.
목사는 이 세상이 하나님의 창조물인데 무신론자들은 모든 것이 우연히 발생하여 진화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장황한 설을 풀어냈습니다.
그는 "사과씨를 씹어서 심으면 싹이 납니까"고 묻고는 무신론자들의 논리대로라면 반듯이 아니 더 잘 싹이 나고 자라야 할 거라고 했습니다.
왜냐 하면 싸과씨를 씹어 으깬다고 해서 그 안에 있는 성분이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게 아니고 오히려 침이 첨가되어 더 많아졌으면 많아졌지 않느냐, 그런데 왜 싹이 트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생명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을 모르는 무신론자들의 무지함을 이런 간단한 질문으로 봉쇄할 수 있다고 큰 소리로 단언을 합디다.
예배라는 것이 끝나고 친교시간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모두 아래층으로 가자기에 또 따라갔지요.
식당입디다.
나는 강사목사와 그 교회 목사가 앉은 자리 옆에 얌전하게 앉아 '식기도'라는 것을 경청한 후 교인들이 밥그릇을 날아다준 밥그릇을 받으며 강사목사에게 넌지시 추파를 보냈습니다.
"목사님, 오늘 설교 참으로 감명 깊었습니다.
특히 사과씨를 씹어 심으면 싹이 나느냐고 물으신 부분, 대단한 논리였습니다."
"아, 뭐 대단할 것까진 없고요, 소위 과학자라는 박사들의 논리라는 게 그렇게 터무니없다는 말씀입니다.
내가 숫한 무신론을 주창하는 과학자들을 만났지만 생명의 근원에 대하여 하나님의 창조를 설득력 있게 반박하는 사람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어요."
"목사님은 과학을 전공하셨나요?"
"뭐, 그런 것은 배우고 말고 할 것이 없지요.
모든 학문은 특히 과학이라는 학문은 하나님의 창조하신 이 우주 만물의 질서와 이치를 밝혀주는 학문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을 알고 나면 자연히 알아지는 학문이거든요.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성경에 기록되었고 예수님께서는 미련한 자들을 택하여 지혜를 폐하셨다고 하셨으며 바울사도께서도 초등학문에 얽매지 말라고 당부하셨지요."
"아, 그렇군요.
그래서 목사님께서 만나셨다는 소위 과학자라는 박사들이 초등학교 지식에도 이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마에 목사님이 임의대로 붙여준 푯딱지를 붙인 사람들이었나 보군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두 목사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군요.
"바이블에 의하면 하나님이 세상을 말씀 한마디로 창조했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생명도 그렇게 말씀 한마디로 부여해준다고 믿어야 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부여해주셔야 만이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란 말씀이지요.
그것이 바로 사과씨를 씹어서 심는다고 해서 싹이 날 수 없다는 것 아닙니까?"
"나는 과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냥 얻어들은 상식만 가지고 있을 따름인데요, 만약 내가 목사님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다면 목사님께 반박하지 못했다는 소위 박사라는 사람들은 목사님이 임의로 그들의 이마에 붙여준 푯딱지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지요.
그러데 그런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그걸 과학자들과 이야기 했다고 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사과씨에는 자연법칙에 의하여 형성된 질서 정연한 유기체로서의 씨눈이 있으며 이 씨눈이 적절한 조건과 한경을 만날 때 싹이 뜨이게 된다는 게 무신론자가 갖는 상식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씹어버리면 조직이 파괴되어버리지요.
파괴된 조직은 비록 적절한 환경조건을 만난다고 해도 발아될 수 없다는 것도 박사는커녕 학사증도 얻지 못한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입니다.
이 파괴된 조직체를 복구시켜 발아시킬 수 있다는 것은 무신론자의 주장이 아니라 바로 목사님 같은 분들의 주장이 아닙니까?"
"왜 그러지요?"
"생명은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부여하시는 것이라고 방금 목사님이 말했잖습니까?
이 거대한 우주를 말씀 한 마디로 창조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목사님 아니던가요?
그러니까 바로 사과씨를 씹어 으깨어버린다 할지라도 그것을 싹 트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능력 아니겠냐는 말이지요.
사과씨를 씹어 심어서 싹이 나게 하는 것은 무신론자가 아니라 바로 기독교인들이어야 하지 않습니까?"
목사의 얼굴이 벌개저가지고 어물어물 넘어가려 하더군요.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을 그런데다 갖다 붙여서는 안 되지요."
"그럼 어디다 갖다 붙여야 합니까?"
"이를테면 우주를 창조하셨다든지, 생명을 창조하고 주관하신다든지 하는..."
"바로 그 말이 그 말 아닙니까?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만이 생명을 창조하신다고 설교하셨잖아요?
사과씨 한 알이 싹을 트는 것까지도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설교하셨잖아요?"
"그거야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에 대한 성경말씀을 설교한 것이지요."
"그러니까 목사님은 지금 이 탁자 위에 사과씨를 씹어 뱉어놓으면 거기서 싹이 트게 할 수 있다는 겁니까, 없다는 겁니까?"
"당연히 그럴 수 없지요."
"하나님은 전지전능하며 생명을 주시는 분이라면서요?"
"하나님이 그렇게 하신다는 것이지 사람인 내가 그럴 수 있다고 한 것이 아니지요"
"그럼 어느 무신론자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던가요?"
"이를테면 그들의 주장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이야기가 거듭 반복되는데,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신론자가 아니라 바로 목사님이시라니까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지 사람인 목사는 할 수 없다고 발뺌하시는데 목사들은 맨날 설교하면서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할 일이 없다느니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만 있어도 이 산을 명하여 바다를 매우라 하면 그리 된다느니 목사는 주님의 종으로서 하나님의 사역을 맡아 한다느니 하지 않는가요?"
"그거야 설교니까..."
어물거리는 그 꼬락서니에 화가 치밀대로 치밀어 나도 모르게 그만 주먹으로 탁자를 치면서 식당이 쩌렁 울리는 큰 소리로 고함을 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까 왜 설교하면서 사기치냔 말입니다!"
순간 모든 교인들의 동그래진 눈살이 내게 집중됐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청년 대여섯명이 주먹을 움켜쥐고 뛰어 나왔습니다.
이석이가 다급하게 일어나서 청년들을 밀치면서 내 팔을 잡아끌었습니다.
"목사님, 왜 또 이러십니까?
뭐 잘 못한 것 있으면 조용조용 타이르셔야지요"
자기 교회 장로가 '목사님'이라는 바람에 슬그머니 주먹을 풀고 엉거주춤하고 있는 청년들을 밀어 제치고 이석이가 나를 교회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흐미, 이런 썩을 놈의 새끼!"
이석이가 주먹으로 내 이마를 쥐어박는 시늉을 하며 중얼거렸습니다.
"야, 니네 교회는 목사 대접을 이렇게 하냐?
밥상을 차려주질 말든가, 차려준 밥도 못 먹게 끌어내는 법이 어딧냐?"
"니가 목사냐? 이 썩을 놈아!"
"내가 그랬냐? 네 입으로 그렇게 부르라고 누가 시키더냐?
그리고 다들 제 밥그릇 제가 타다가 자리에 앉던데 나는 집사들이 퍼다가 내 자리로 가져다주데. 니네 교회 목사에게처럼.
그래놓고 왜 그 밥도 못 먹게 끌어내냔말야. 이 망할 놈아!"
"물에 빠진 새끼 건져주니까 보따리 내놓으란다더니 네가 그 짝이다.
흐이구, 이 웬수!
맞아 뒈질 걸 구해주니깐 뭐야, 밥 못 얻어먹게 끌어냈다고?"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내가 맞아 죽을 것 걱정돼서 끌고 나온 게 아니라 니네 교회 박살날 게 걱정된 거겠지?
주먹질 발길질을 했어봐라. 영락없이 니네 교회 문 닫게 되지!"
첫댓글 ㅎㅎㅎㅎㅎ....
하이고...신생왕님....속은 시원합니다만....그 능구렁이 같은 인간들이 어떤 보복행위라도 하면 어쩌시려고.......그 목사 뒷 이야기는 친구이신 이석님에게 더 듣고 싶네요...^^ 암튼 시~~원하긴 합니다....ㅎㅎㅎ ^^
하하하 최고!!!
^^
반석아, 반론좀 해 볼래....???
좀 퍼갑니다요....^^
하하하....역시 신생왕님....최고..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