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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02년 07월 25일 (목) 12:20
'바람 피우면 죽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 오션 킹덤 수조에 지난 12일 '상어 토막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3m30㎝의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수컷 샌드타이거 상어가 2m 크기의 암컷 까치상어의 허리 부분을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었다. 길이 3㎝짜리 날카로운 이빨 수십개가 까치상어를 꽉 물고 좌우로 흔들자 상대는 10초 만에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사고를 목격한 관람객 윤교항씨(32·서울시 성동구 성수동)는 "가족과 함께 구경을 왔는데, 갑자기 수조 안이 붉은 피로 가득 찼다"며 "떨어져 나간 상어 살점과 피로 인해 수족관 안이 혼탁해졌고 피냄새를 맡은 다른 상어들도 몰려든 참혹한 상황이어서 아이들의 눈을 가려야만 했다"고 전했다.
호출받은 사육사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난 뒤였다. 반토막난 상어의 사체를 치우던 그들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피해 까치상어와 가해 샌드타이거 상어가 특별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사육사 강필선씨는 "식사 때 물고기를 던져주면 제왕인 샌드타이거 상어가 가장 먼저 먹고 그 다음 서열순으로 먹이를 먹는 게 이 세계의 원칙"이라며 "하지만 샌드타이거 상어는 특이하게도 서열이 한참 아래인 암컷 까치상어에게 먹이를 먼저 먹게 하는 애정을 보였다"고 말했다.
둘의 사이가 벌어지게 된 것은 암컷 까치상어의 배신 때문. 얼마 전 들여온 수컷 까치상어와 눈이 맞은 것이다. 최근 까치상어가 샌드타이거 상어를 피해 수컷 까치상어와 어울려 다니는 모습이 수족관 관계자에게 종종 목격됐다. 사고 당시에도 암컷 까치상어는 수컷 까치상어와 함께 있다 샌드타이거 상어의 공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신에 대해 직접 '피의 집행'을 한 샌드타이거 상어는 2000년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들여온 7년생이다. 수족관측에서는 물 속에 유선TV를 설치해 문제의 샌드타이거 상어를 주시하고 있지만 수조 안 3,000마리의 물고기 중 가장 몸집이 큰 이 난폭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유유히 수족관을 유영하고 있다.
백인기 중앙대 동물자원학과 교수는 "상어가 영역다툼을 벌이거나 산란기에 동족을 잡아먹는 일은 종종 있다"며 "하지만 사람처럼 질투에 눈이 머는지는 좀더 정확한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