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정월대보름 달맞이에서 새해 농사를 가늠했다. 달빛이 뚜렷하면 풍년을 점쳤다. 반대로 붉거나 옅으면 흉년을 염려했다. 달맞이는 각자가 지닌 바람을 비는 자리이기도 했다. 음력 새해 첫 보름달이 소원을 들어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올 정월대보름,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찾을 만한 전국의 달맞이 명소를 소개한다.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
하늘공원은 콘크리트 숲으로 둘러싸인 서울 도심에서 드물게 탁 트인 달맞이 명소다. 과거에는 쓰레기 매립장이었지만 지금은 19만1400㎡(5만8000평) 규모의 초지가 조성돼 있다. 달빛이 곳곳에 심어놓은 억새 위로 쏟아져 이채롭다.
‘하늘공원’이란 이름처럼 지대가 높아 보름달이 손에 잡힐 듯 가깝기도 하다. 서울의 빛공해로부터도 한걸음 떨어진 채 달맞이를 즐길 수 있다.
경기 여주시 강월헌
남한강은 여주평야에 이르면 봉미산을 끼고 굽이친다. 그렇게 강과 평야와 산이 마주한 기슭에 신륵사가 천년째 머무르고 있다. 강월헌은 신륵사 경내에 세워진 누각이다. 절벽 위에 자리 잡아 남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
강월헌의 풍광은 고려시대부터 명성이 높았다. 달맞이 때는 하늘과 강물에 뜬 두개의 보름달이 장관을 이룬다. 고려 말 학자인 목은(牧隱) 이색과 고승 나옹화상이 강물에 비친 달빛을 바라보며 사담을 나눴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충북 영동군 월류봉
‘달도 머무르는 봉우리’란 이름에는 거짓이 없다. 보름달이 월류봉 서쪽 능선을 따라 넘어가며 한폭의 수묵화를 그린다. 강변 모래는 달빛을 품어 운치를 더한다.
달맞이에 앞서 월류봉과 초강천의 곡선이 어울려 만든 절경도 감상하기를 권한다. 제일봉이 400m 정도로 높지 않고 경사 역시 완만하다. 덕분에 겨울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봉우리 곳곳이 탄성을 자아낸다. 우암 송시열이 월류봉의 여덟 경승지를 일컬어 ‘한천팔경’이라 칭송했을 정도다.
강원 속초시 영금정
속초항 방파제에는 해상 바위와 이어진 50m 길이의 다리가 있다. 그 다리를 건너야만 영금정(靈琴亭)에 닿는다. 영금정은 해상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거문고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보통 새해 첫 일출이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지만 달맞이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달빛이 백사장을 비추고 파도에 부서진다. 뭍에서 보는 것과 사뭇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경북 예천군 예천천문우주센터
보름달을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달맞이 장소다. 지름 508㎜ 천체망원경은 눈으로 볼 때보다 5000배 넘게 빛을 모은다. 달빛뿐만 아니라 대도시에선 보기 힘든 별빛까지 기억에 남길 수 있다. 반구형 스크린이 설치된 천체투영실에서는 계절별 별자리의 변화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예천천문우주센터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특별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달 관측은 물론이고 우주비행사 훈련체험, 별자리 시계 만들기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이밖에도 정월대보름에는 전국적으로 다채로운 행사들이 예정돼 있다. 세시풍속과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소개한다<표 참조>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