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일 [주님 공현 전 화요일]
요한 1,19-28
믿는 사람과 안 믿는 사람의 확연한 차이
비안코(BIANCO)는 1987년에 설립된 덴마크의 신발 브랜드입니다.
2019년 비안코는 ‘승강기’(The lift)라는 타이들의 짧은 공고를 선보였습니다.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두 남녀가 주인공입니다. 승강기에서 종종 마주치던 이들은 금세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머릿속으로는 결혼까지 상상합니다.
하지만 여자가 회사를 그만두는 날까지 두 사람은 서로 망설이다 끝내 입을 열지 못합니다.
그리고 광고의 마지막 메시지가 뜹니다.
“Step out of your head(머릿속에서 걸어 나와라).”
사람 대부분은 ‘자존심’이라는 배에 타고 있습니다.
그 마지막 희망이 무너지면 나는 버틸 수 없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과감히 전진하지 못합니다.
이는 마치 망망대해에 가라앉고 있는 배 위에 서서 먼 곳만 바라보는 한 남자와 같습니다.
“엄마는 항상 이런 말을 했어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 네가 어떤 것을 얻게 될지 결코 알 수 없거든.”
영화 ‘포레스트 검프’ 속 주인공의 말처럼 인생은 알 수가 없습니다.
맛이 없는 초콜릿이 걸릴 수 있고 맛있는 초콜릿이 걸릴 수 있습니다.
실패를 주저하다가는 맛있는 초콜릿을 결코 입에 넣어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행하려면 자존심에 타지 말고 거인의 어깨 위에 타야 합니다.
야구선수 추신수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였던 외삼촌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야구에 입문했습니다.
이대호와 부산 수영초등학교 동기였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미국에 진출했습니다. 시애틀 매리너스 마이너리그로 시작한 그는 매년 3할이 넘는 타격과 도루도 20~30개씩 하고 홈런도 두 자릿수를 넘기는 장타도 많이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팀에서는 그를 메이저리그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같은 포지션에 메이저리그 안타왕 스즈키 이치로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야구선수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기에
한 달에 1,000달러(약 120만 원) 정도를 겨우 벌었던 그는 식비를 아껴 아들 기저귀를 사야 했습니다.
빵에 잼을 발라 먹는 게 식사의 전부였습니다.
이렇게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마이너리그에서 7년을 버텼습니다.
그러나 그는 근력 운동과 배팅 훈련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코치들을 찾아다니며 더 배울 것이 없나를 찾았습니다.
결국 팀을 옮기면서 메이저리그로 승격했고 점차 주전 선수로 경기에 나서게 됩니다.
2013년에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총 1억 3,000만 달러(약 1,600억 원)에 계약했고,
2018년에는 현역 메이저리거 최다 연속경기 출루 기록(52경기)을 세우며 한국인 타자로는 최초로 미국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출전하기도 합니다.
2020년 추신수의 연봉은 팀 내 최고액인 2,100만 달러(약 259억 원)이었습니다.
그가 메이저리그로 호출받고 첫 게임에 들어섰을 때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아내가 그 경기를 TV로 봤다. 2회부턴가 3회부턴가 더그아웃 카메라에 내 모습이 잡혔다더라.
내가 장갑 끼고, 방망이 쥐고, 헬멧도 쓰고 감독 옆에 앉아 있었다.
감독이 누군가 대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준비된 상태로 눈에 띄도록.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5회 이전에는 대타 안 쓰지 않나. 그런데도 계속 그러고 있었다.
아내가 그거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했다.”
추신수는 그날 경게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그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는 기회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은 운이 좋은 케이스가 맞다.
하지만 그 운을 잡으려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갑 끼고, 헬멧 쓰고 감독 옆에 앉아 있었다.
기회는 1년 뒤, 어쩌면 10년 뒤에 올 수도 있지만 어쩌면 내일 올 수도 있다.
기회가 눈에 띄게 올 수도 있고, 몰래 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잡으려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나는 그 준비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뒤에 누군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누군가는 엄청난 거인이십니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누군가를 모시고 오려면 자신의 자존심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대신 그 누군가를 믿으면 실패가 두렵지 않습니다.
마치 바다가 무릎밖에 안 차는 거인 손 위에서 육지를 찾는 사람과 같습니다.
이런 사람은 결코 가라앉을 일이 없습니다.
중국의 역사에서 항우와 유방은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툰 시대의 라이벌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격돌은 약 8년 동안 지속되었고 처음에는 항우가 유리하였습니다.
그러나 점차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완전히 역전되었습니다.
항우는 기원전 232년 초나라 명문가에서 태어나 키가 8척이 넘었고 힘은 커다란 쇠솥을 들어 올릴 정도였습니다.
가히 힘은 산을 뽑을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만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자기를 믿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 있습니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래서 부하들이 몇 번이고 유방을 쳐야 한다고 간했지만, 그는 주저하며 그 기회를 잃었습니다.
반면 유방은 결단에 머뭇거림이 없었습니다.
본래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유방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건달들과 어울리던 시정잡배 주정꾼이었습니다.
장년에 이르러서야 하급 관리가 되었습니다.
그의 곁에는 유능한 부하들이 생겨났고 결국 빠른 결단력을 내려야 할 때 주저하지 않아 세력을 키워 한나라의 첫 재상이 됩니다.
유방은 항우와의 전투에서 연패했지만 결국 해하 전투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었습니다.
사면초가에 이른 항우는 자결합니다.
우리는 내가 무엇을 딛고 서 있는지 살피고 깨달아야 합니다.
언제나 성공하는 이들은 수많은 실패도 아랑곳하지 않는 자존심을 버린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거인의 어깨에 타고 실패에도 두려움 없이 나아갑니다.
세례자 요한의 기개가 그것입니다.
자기 자신에 기대하지 맙시다.
거인에게 파견받읍시다.
우리의 거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1월2일 [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
요한 1,19-28
저는 정말이지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1년간의 전문가 양성 코스를 시작할 때가 생각납니다.
첫 시간, 참석자들이 서로를 소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한분 한분 소개될 때마다 저는 무척이나 주눅이 들었습니다.
다들 그간 쌓아온 스펙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에 비해 저는 얼마나 초라하고 일천한 지...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랬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내세울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그야말로 쥐뿔도 없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누구요?”라며 집요하게 정체를 물어대는 유다인을 향해 세례자 요한도 비슷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요한 1, 23)
이처럼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신원에 대해 그 어떤 과장도 덧칠도 없이, 솔직하고 명쾌하게 증언한
지극히 겸손한 예언자였습니다.
뿐만아니라 그는 스스로 자신을 소개한 대로, 휘황찬란한 도심 예루살렘을 떠나 깊은 광야로 들어갔습니다.
고독과 추위, 유혹과 배고픔과 싸워가면서 시종일관 맑고 깨어있는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런 영적·육적 깨어있음은 세례자 요한을 용감하고 당당한 예언자로 설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 어떤 정치 세력 앞에서도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타락한 지도자들을 향해서도 날 선 경고장을 두려움 없이 날릴 수 있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그가 혹시 오시기로 한 메시아가 아닐까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단호하게 자신을 소개합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나는 한낱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일 뿐이다.”
정신 나간 자칭 이 땅의 지도자들과, 틈만 나면 기승을 부리는 사이비 교주들의 특징이 한 가지 있습니다.
스스로가 왕이 되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왕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자칭 재림 예수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는 행동들을 보면 이미 왕좌에 높이 올라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세상 사람들이 ‘혹시 이분이 왕이 아닐까?’
기대했지만, 정확하고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나는 왕이 아니오.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오.
나는 잠시 있다 사라지는 안개 같은 존재, 한 줄기 연기 같은 존재입니다.”
이토록 겸손한 세례자 요한의 신원의식은 뒤에 오실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무런 무리 없이
연착륙하실 수 있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 수도자들, 그리스도인들 역시 때로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너희는 누구냐?”라고 질문을 던질 때, 솔직하게 소개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 티끌 같은 존재입니다. 주님 자비를 힘입지 않으면 단 한 순간도 홀로 설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입니다.
주님 크신 사랑으로 인해 오늘 제가 여기 서 있습니다.
저는 제 삶을 통해 주님을 증거합니다.
저는 이 세상 안에 주님께서 현존하심을 외치는 광야의 소리일 뿐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나는 참으로 아는가>
2024. 01. 02. 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
요한 1,19-28 (세례자 요한의 증언)
요한의 증언은 이러하다.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사제들과 레위인들을 요한에게 보내어, “당신은 누구요?” 하고 물었을 때, 요한은 서슴지 않고 고백하였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하고 고백한 것이다. 그들이 “그러면 누구란 말이오? 엘리야요?” 하고 묻자, 요한은 “아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면 그 예언자요?” 하고 물어도 다시 “아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그들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우리를 보낸 이들에게 우리가 대답을 해야 하오. 당신은 자신을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요한이 말하였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그들은 바리사이들이 보낸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요한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그 예언자도 아니라면, 세례는 왜 주는 것이오?” 그러자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이는 요한이 세례를 주던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에서 일어난 일이다.
<나는 참으로 아는가>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요한 1,26)
어둠 가운데에
빛 계심을
어둠은 모르지만
빛 품은 이는 안다네
비록 빛은 아닐지언정
혼돈 가운데에
길 계심을
혼돈은 모르지만
길 걷는 이는 안다네
비록 길은 아닐지언정
거짓 가운데에
참 계심을
거짓은 모르지만
참된 이는 안다네
비록 참은 아닐지언정
미움 가운데에
사랑 계심을
미움은 모르지만
사랑하는 이는 안다네
비록 사랑은 아닐지언정
절망 가운데에
희망 계심을
절망은 모르지만
희망하는 이는 안다네
비록 희망은 아닐지언정
죽임 가운데에
살림 계심을
죽임은 모르지만
살리는 이는 안다네
비록 살림은 아닐지언정
우상 가운데에
하느님 계심을
우상은 모르지만
하느님 닮은 이는 안다네
비록 하느님은 아닐지언정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