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한 백성을 잔치에 초대했는데 그 백성이 초대를 거절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단지 가게에 가서 장사한다는 이유로 왕의 초대를 거절한 것입니다.
그 백성은 왕의 초대를 거절하는 무례를 범했을 뿐 아니라 초대장을 갖고 온 사람에게도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바로 오늘 복음의 내용입니다.
몇 년 전 도지사에게서 초청을 받아 조찬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그런 자리가 불편해 정중하게 거절하고 싶었지만 초청한 사람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지사와 지역 유지들과 함께 조찬을 들며 담소를 나눴습니다. 나중에 들을 이야기지만 자칭 유지로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 자리에 초대받지 못해 섭섭해하고 자존심 상한 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도지사에게 초대받는 일을 영광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 사람이 높은 관리의 초대를 받는다면 영광으로 알고 기꺼이 응하겠지요. 대통령이 식사에 초대하면 더할 나위 없는 큰 영광으로 여기고 만사를 제쳐 두고 참석할 것입니다. 초대를 받은 이는 몸이 아파도, 금전적 비용이 들어도, 아무리 큰일이 있어도 반드시 초대에 응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도지사나 대통령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으신 하느님 초대를 받은 이들입니다. 이 얼마나 큰 영광이며 엄청난 축복입니까? 어디 감히 생업에 바쁘다는 이유로 주님 초대를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어디 감히 여가를 즐기러 간다고 거절할 수 있단 말입니까? 어디 감히 몸 상태가 안 좋아 집에서 쉬겠다고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말도 안 되는 비유를 들어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신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비유 속 왕의 초대를 받은 백성처럼 우리도 하느님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초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느님은 고난을 통해 우리에게 회개할 기회를 주십니다. 우리가 회개하면 은총의 잔치에 들어오라고 손짓하십니다. 하느님 초대장은 우리가 만나는 이웃을 통해 혹은 우리의 건강과 재물을 통해서도 전해집니다.
그러나 가장 큰 하느님의 초대는 바로 주일미사입니다. 주일미사야말로 하느님이 초대하신 가장 성대한 잔치입니다. 그런데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 중에는 감사한 마음으로 초대에 응하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갖가지 핑계를 대며 하느님 초대를 거절합니다.
어느 원로 사목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할까 합니다. 그 분은 신앙심이 약한 신자들은 "잔치에 약하고 계모임에 약하고 날씨에 약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앙심이 없는 이들은 동네잔치나 친척들 잔치는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잘 챙깁니다. 계모임 특히 먹자계에는 빠짐없이 참석하며 곗돈도 꼬박꼬박 챙깁니다. 하지만 주님한테 초대받은 주일미사는 영 챙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날씨가 추우면 추워서, 더우면 더워서, 비 오면 비가 와서, 화창하면 화창해서, 흐리면 흐리다는 핑계를 들며 주일미사에 빠진답니다. 맞습니다. 날씨에 따라 연휴에 따라 미사 참례자 수가 달라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주일은 '주님의 날'로 주님 부활의 기쁨을 모든 이들이 함께 누리는 최고의 잔칫날입니다. 그 잔치에 참석한 신자들은 큰 은총을 체험합니다. 하느님 나라를 미사 중에 미리 맛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험난한 세상에서 한 주간 상처받은 마음을 미사 중에 치유 받습니다. 세상에서 받지 못한 극진한 사랑을 주님에게서 받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전례 중에도 주님의 몸인 성체를 받아 모시는 의식을 통해 주님과 하나 되고 주님 나라를 온몸으로 체험합니다.
이처럼 주님은 여러 방법으로 우리를 당신 나라에 초대하십니다. 특히 주일미사라는 더욱 구체적 예식을 통해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주님 초대를 거절한 사람들은 하느님의 영원한 나라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우리의 삶에서 주님 초대에 응한 사람들은 마침내 하느님 나라에 초대돼 영원한 행복을 누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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