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매일 조금씩 마신 술에 서서히 찾아온다
‘알코올 의존증’, 뇌가 술에 대한 조절 능력 상실한 상태
충동적 음주, 음주량 조절 실패, 금단증상 등 나타나면 의심
소량이라도 자주 마시면 위험…피하지 말고 꼭 치료 받아야
직장인들은 퇴근 후 혼술(‘혼자 마시는 술’의 줄임말)을 즐기거나 직장동료 등 지인들과 술 한잔하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매일 적은 양이라도 술을 마시거나 자주 술자리를 갖게 된다. 이러다 보면 마시는 술의 양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서 어느 순간 내가 알코올 중독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알코올 중독으로 알려진 ‘알코올 의존증’은 무조건 많이 마셔서 생기는 것이 아니며, 적은 양의 술이라도 매일 꾸준히 마시면 내성이 생기면서 결국 의존증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1일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의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증은 의학적으로 뇌가 술에 대한 조절 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최근에는 ‘알코올 사용장애’라는 개념이 폭넓게 쓰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알코올 중독은 공식적인 질환의 이름으로 쓰이진 않는다. 과한 음주로 정신적·신체적·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은 ‘알코올 남용’이고, 남용이 심한 경우 ‘알코올 의존’에 이른다. 알코올 사용장애에 알코올 남용과 알코올 의존이 포함된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갑자기 발병하는 질환은 아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신체적, 정신적으로 변화를 보이는 만성적 질환”이라며 “마시는 양이나 횟수만 가지고 진단할 수 없다. 의학적으로는 술에 대한 내성과 금단 현상의 유무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알코올 사용장애와 관련해 ▲충동적으로 마시며 음주량 증가 ▲안 마시면 손 떨림, 마음 불안 ▲의도했던 것보다 많이, 오래 음주 ▲음주량 조절 실패 ▲술을 구하려, 마시려, 깨어나려 많은 시간 소비 ▲술 때문에 사회활동 포기 ▲신체, 정신 문제를 알면서도 음주 등 7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이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며 “무조건 많이 마셔야만 생기는 게 아니다. 소량이라도 꾸준히 매일 마시면 내성이 생겨 결국 의존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적정량 이상의 알코올은 인체의 모든 부위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혈액의 공급량이 많은 뇌세포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 이 때문에 충동적,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뇌의 기억장치인 ‘해마’가 손상돼 필름이 끊기는 현상인 ‘블랙아웃’ 현상도 발생한다.
“지속적인 과음과 폭음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뇌의 크기를 줄여 전반적으로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며 “오랜 기간 술을 마신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뇌를 단층 촬영해보면 정상인 뇌에 비해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들 중에서는 직장,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이유로 회피하다 심각한 상황을 겪은 뒤에야 입원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는 단순히 술을 끊는 것뿐만 아니라 평생 술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 원장은 강조했다.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에는 인지행동치료, 동기강화치료, 약물치료 등이 있다. 동기강화치료는 술을 끊는 의지를 키우는 것이며 약물치료는 약물을 사용해 과도하게 활성화된 신경계 작용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일상생활이 어렵고 신체적 금단 증상이 심하면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재발하기 쉬운 만큼 질환, 치료 과정에 대한 환자 가족들의 이해도 필요하다. 정기적인 가족 교육과 상담을 통해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환자들 역시 낙인이 찍히는 데 대한 두려움이 커, 치료가 더딘 실정이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편견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 환자는 자신에게 낙인이 찍힐까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병 중 하나”라며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고 질환 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