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남긴 것… 건강, 신뢰, 그리고 다음 위기를 대비할 준비
다음 팬데믹은 언제 올까… 캐나다의 대응 전략은 충분한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을 선언한 지 5년이 지났다. 캐나다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봉쇄 조치를 시행했으며, 이후 높은 백신 접종률을 기록하며 팬데믹 대응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영향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팬데믹 초기, 캐나다는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시행하며 감염 확산을 억제했다. 특히 백신 도입 후 빠른 접종 속도를 유지하며 사망률을 낮췄다.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의 백신 접종률과 감염률이 미국 수준이었다면 7만 명 이상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장기요양시설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캐나다는 경제 규모가 비슷한 G10 국가 중 장기요양시설 내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인력 부족과 시설 환경 문제 등이 겹치면서 팬데믹 초기부터 감염이 빠르게 확산됐고, 2020년 12월까지 1만5천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장기요양 시스템 개혁에 나섰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퀘벡과 온타리오에서는 요양보호사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 대응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팬데믹을 거치며 캐나다 내 공중보건 신뢰도는 크게 흔들렸다. 강력한 방역 조치가 지속되면서 일부 시민들은 이에 반발했고, 2022년 초 오타와에서는 대규모 봉쇄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방역 조치가 단순한 공중보건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개입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하며 백신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러한 갈등은 공중보건 당국과 의료진을 향한 신뢰 저하로 이어졌다.
하지만 팬데믹은 의료 기술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mRNA 백신 기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계기로 급속히 발전했고, 현재는 독감, 암, 심지어 유전 질환 치료까지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호흡기세포 융합바이러스(RSV) 예방을 위한 mRNA 백신이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승인됐으며, 췌장암을 겨냥한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드러난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캐나다 공중보건국은 차기 팬데믹 대응 전략을 2026년까지 완성할 계획이지만, 전염병 대응 연구자들은 "더 중요한 것은 대응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예방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조류독감(H5N1)과 같은 바이러스가 차세대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전염병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끝났지만, 그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캐나다가 다음 팬데믹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그리고 공중보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