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충정 동포세계신문 편집위원의 러시아 3박4일 유람기(2)
연해주는 항일독립군들의 터전이였다!
러시아 반파쇼 승리 71주년 기념행사 참관기
8.15는 일제가 투항한 날이고, 1945년 5월 9일은 구라파에서 독일을 상대로 전승한 승리 기념일이다. 러시아 반파쇼 승리 71주년 기념일을 참관하고자 중국 돈 500위안으로 연길에서 훈춘을 지나, 러시아 극동지구 연해주를 한국산 <현대차> 에 앉아 천리길을 달리었다.
아! 연해주
연해주의 면적은 16만 4700㎢로, 러시아의 0.92%(러시아 1,709만 ㎢)이지만, 한국의 1.6배 크기다. 인구는 200만, 러시아 전체의 1.4%이다.(러시아 인구 1억 4,242만, 세계 제 9위) 러시아의 GDP는 1조 1,327억 달러 세계 제14위인데, 극동 연해지구에서의 GDP는 많지 않다. 주도(州都) 울라지보스토크 인구는 행정 통계로는 62만이라 하지만, 실제 30만도 안 된다고 한다. 러시아 정부에서는 극동지구의 안전을 위하여 내지에서 극동지구에로 이주를 지원하는데 매 인구당 1헥타르의 토지를 준다고 하는 당지 중국인 상인들의 말이 기억난다.
연해주는 이전부터 해동성국으로 불릴 정도로 발해가 있던 옛터이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고구려의 옛터이기도 하다. 곳곳에 발해성터와 고구려 유적이 산재해 있다. 근 현대사를 돌아본다면, 연해주는 대한민국 항일독립군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1920년 6월 홍범도 장군이 지휘한 봉오동 전투에 참가한 2000여명 대원, 1920년 10월 청산리 전투에 참가한 김좌진 부대의 3000여명 대원들, 서일이 총재로 있었던 대한독립군단 3000여명,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주도한 북로군정서의 무장대원 600여명, 사관생 300여명, 이렇게 많은 독립군들은 만주에서 일제와 처절하게 총칼 들고 싸우다가 불리한 형세에서 일제에게 토벌당하면 강을 넘어 연해주에 들어갔다. 거기에서 다시 고려인들의 지원과 치료를 받고. 또다시 만주에 돌아와 일제와 싸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급 장령들이 조선인으로 되어 있는 중국 동북 항일 연군 11개 군단들도 어려운 상태에선 연해주로 이동하였다. 지금 자루비노항 안중근 동맹비가 이를 증명한다. 다른 한 실례로 홍범도 장군은 연해주에서 살다가 까자흐스탄으로 옮겨 간 뒤 그 곳에서 76세 일기로 사망하였다.
러시아 전승기념일 축제 현장에서
울라지보스토크에 온지 3일째 되는 날 5월 9일이다. 바로 반파쇼 승리기념일이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하늘은 을씨년스럽게 맑은 날씨가 아니였건만, 오늘 따라 창창하게 맑은 얼굴이다. 거리에는 사람마다 명절의 옷차림에, 손에는 시위 피켓을 대신하여 대형 반파쇼 때 전사한 가족 내 친인척들의 사진들을 높이 추겨들고 승리공원으로 향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두 손에 3개의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인산인해로 된 물결을 따라 겨우 광장입구에 이르니 사거리 입구마다 전신무장한 경찰들과 군인들이 매 사람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기계로 몸수색도 하였다. 어찌 보면 중국이나 한국보다 반테러 관리가 매우 치밀한 모양새다.
우리들을 인솔한 러시아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여성 가이드 일정으로 오늘만은 자유 활동 시간이란다. 구름 따라 인파 따라 겨우겨우 입구에 도달하니 검사장의 경찰들은 우리들을 외국인을 전문 대상으로 하는 출입국 임직원에게 안내하였다. 결국 우리 모두는 출입 불허가 되었다. 왜냐? 여권을 호텔에 집체로 지참하였기 때문이다. 가이드가 호텔에서 여권을 가져오기를 기다려 광장에 들어서니 거리행진에 사용될 각종 최신식 무기들이 5미터 앞에 대기 하고 있었다.
지난해 천안문에서 진행된 항일 전쟁 70주년 행사장에서 선보인 핵탄두 장거리 미사일, 최신 탱크, 다탄두 고사포, 고도반 미사일 작전무기 등 스크린에서만 보던 무기들을 코 앞에서 보니 감개무량하였다. 수량상 북경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북한보다는 엄청나게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념행사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미사일을 비롯한 핵무기들이 으릉으릉하며 뭉게 뭉게 수없이 지나가고, 이어 육해공군 병사들이 행진하며 지나간다. 해마다 천안문 앞에서 진행되는 한 사람의 걸음인양 추호의 오차도 없는 검열식과는 차이가 좀 있지만, 그래도 기본대오는 정연한 셈이다.
병사들의 얼굴이란 애티 나는 20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얼굴이다. 그중 적지않게 여군들의 얼굴이 보였다. 군인들의 뒤를 이어 10만에 가까운 시민들이 묵묵히 친인척들의 반파쇼 전사자들의 사진을 높이 높이 추켜들고 거리행진을 하였다. 천천히 소리없이 5시간동안 지나가는 개개인들의 얼굴마다 슬픔과 분노와 견인함과 불굴의 정신들이 새겨져 있었다. 사진들 아래 쪽엔 전사자의 성명, 태어난 해와 전사한 해, 전사한 지점, 몇급 영웅 등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12시가 거의 되어 검열식이 끝나는 대로 주석대 무대에선 반파쇼 승리 문화 축제가 있었다. 노래와 러시아식 춤과 댄스, 가끔식 “러시아 우라(러시아 만세)” 소리는 천지를 진동하였다. 나는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이들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강인하고 가장 불요불굴의 민족임을 직감하는 한편. 세계 제일의 면적에서 1억 5천만도 안되는 인구만 살아남았으니 세계 반파쇼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였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시조 두 수를 남기다
세계 역사를 돌아보면, 나폴레옹이 발동한 제1차 세계대전과 히틀러가 발동한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 지은 민족이 바로 필자의 주위에 둘러 선 이 러시아 민족이 아니겠는가?! 러시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시조 두 수를 지었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ㅡ강제이주 고려인 폐허를 바라보며.
千里沿海州 (천리연해주)
러시아 연해주 천리 길에 올라서니,
風馳銀馬過 (풍치은마과)
버스는 바람처럼 쏜살같이 달리누나
紅日懸九霄 (홍일현구소)
붉은해 구중천에 두둥실 걸려 있고,
廢田望無際 (폐전망무제)
멀리서 버려진 밭 일망무제 보이누나.
忽見殘韓墟(홀견잔한허)
홀연히 폐허로 된 한옥들이 보이는데,
漏落思考人(루락사고인)
흐르는 눈물 뿌려 고인을 생각하네
울라지보스토크 반파쇼 전승 71주년 축제를 보고
超音機隆隆 (초음기륭륭)
초음속 전투기는 우룽우룽 날아가고,
核彈頭滾滾 (핵탄두곤곤)
핵탄두 미사일은 뭉게뭉게 흘러가네.
軍步齊刷刷 (군보제쇄쇄)
군인들 발걸음은 척척척척 하나 같고,
喊聲振轟轟 (함성진굉굉)
거리행진 고함소리 찌렁 찌렁 울려가네
德人已含羞 (덕인이함수)
독일은 오랜 세월 부끄럼을 알건만은
倭寇何翹頭 (왜구하교두)
왜구는 어이하야 고개를 쳐드는지?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354호 2016년 7월 1일 발행 동포세계신문 제354호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