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라는 격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말이다. 이는 본디 시작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말함과 동시에 시작이 가지는 중요함, 그리고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의 비중을 말해준다. 그 어려운 ‘처음’을 맞이해 비약적인 발전을 겪고 있는 신설 대학이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3월에 문을 연 세종캠퍼스의 약학대학이다. 약학대학은 문을 연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세계 135위를 기록하더니, 올해는 세계 66위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어냈다. 이는 세계에서 유일한 전공분야별 평가기관인 QS세계대학 평가에서 발표된 순위다. QS평가는 학교평판도 40%, 졸업자 평판도 10%, 학술논문 인용 25%, 교수 생산성 및 영향력 25%로 평가한다. 본 평가는 학교평판도와 졸업자 평판도가 5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높아 본교 약학대학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평가기준이다. 그럼에도 국내 전통있는 약대를 제치고,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존 약대에 뒤처지지 않는, 오히려 주목받을 만한 쾌거를 이룬 것이다. 약학대학 박영인 학장을 만나 어떠한 노력들이 있었는지 알아보았다.
1년 만에 135위에서 66위로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성적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부분은 무엇인가.
QS 평가항목을 보면 신설대학에서는 점수를 얻기 힘든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본교에서 점수를 많이 받은 부분은 학술논문 인용, 교수 생산성 및 영향력 부분에서다. 물론 학생들의 역량을 보는 부분도 있지만 졸업생이 없는 상황이라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보고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신뢰를 준 것 같다. 특히 평가항목 중 학술논문 인용도에서 1등을 했다. 이는 교수진이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다. 교수가 우수하면 대학이 우수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좋은 호랑이 조련사가 있어야 훌륭한 호랑이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본교 약학대학의 강점은 무엇인가.
교수와 학생 사이의 돈독한 관계, 그리고 학교 수업 과정을 넘어선 밀착 지도다. 현재 약학대학 교수 14명 중 11명이 인근으로 이사를 왔다. 교수들뿐 아니라 거의 모든 약학대생들이 기숙사생활을 한다. 약학대는 보통 학문과는 다르다. 약사로서의 역할이 약을 만들고 처방하는 것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약사는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도 배워야 한다. 요즘 부모님들과 대화하는 학생들이 많이 없다. 그 학생들이 부모님과 떨어져 만나야 하는 사람은 누구겠는가. 바로 학교의 지도교수이다. 교수의 철학을 듣고, 교육을 배우는 것이 수업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을 넘어서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할 일이 너무 많다. 각자의 지역에서 학교로 오기 위해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교육의 장에서 생각을 기르는 것이 낫다.
본교 약학대학의 교육목표를 듣고 싶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글로벌 리더로서 21세기형 전문 약학인 양성’이다. 고려대 약학대학 출신은 리더십까지 함께 발휘해야 한다. 21세기형이라는 것은 현대에 들어와 맞춤 의약품 시대가 도래 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한 모임에서 5명이 모였다고 가정하면 5명 각기 체질이 다르다. 그러니 개인별 유전체 분석을 통한 적정한 약물요법을 사회에 제공해야 한다. 그것을 알맞게 제공할 수 있는 전문약학인 육성이 목표다.
약학인이 갖추어야할 태도나 마음가짐이 있다면.
나는 ‘힐링’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본다. 이전에 우리 세대에는 그런 말이 없었다. 모두들 밖에서 뛰어놀며 명랑하게 살았다. ‘힐링‘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을 환자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현장에 있어서도 힐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축적시키고 강인함을 축적시키고 지식을 축적시켜야 한다.
세종시가 많이 발전하고 있다. 기대하는 점이 있는가.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산업단지, 대덕연구단지의 중심에 본교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비롯해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등 국가기관이 세종시로 내려오면서 협조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교육 측면에서 좋은 입지여건이 형성되면서 많은 인재들이 본교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약학대학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계획 중인 것이 있다면.
약학대학을 설립할 때부터 만들어 놓은 설립추진계획이 있다. 이것을 충실히 따라가려고 한다. 물론 거기에 적힌 정량적인 수치는 있지만 내용적인 면은 우리가 갖춰가야 한다. 숫자는 정해져 있지만 그 숫자 안에서 가장 우수한 것들로 맞추어갈 것이다. 앞으로 더 우수한 교수진을 모셔 발전을 모색하려 한다. 모든 학문은 결국 사람이 만들어 간다. 사람이 바람직한 생각을 하면 높은 교육의 장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약학에 입문하려는 예비 약학인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창의적인 생각을 키워라. 우리는 심층면접 때 이런 질문을 한다. “지금 봄이 왔다. 봄이 왔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꽃이 피었다”는 상투적인 대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동문서답이어도 좋으니 5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얼마나 잘 전달하는 가가 중요하다. 약과학자는 기본적으로 약사이며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신문을 읽고 책을 다양하게 접해서 사회적 이슈에도 박식해야 한다.
박영인 약학대 학장은 계속해서 창의적인 약학인의 모습을 재차 언급했다. 특히 약학인이란 사람을 대하는 학문인만큼 사회적인 문제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내면적인 성장에도 힘써야 함을 강조했다. 좋은 교수 밑에는 좋은 학생이 싹트는 법.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고 있는 본교 약학대에는 신설대학이라는 취약점도 있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믿고 입학한 학우들이 있다. QS평가에 있어서 높은 성적을 이룬 결정적 요소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모두 교수님들 덕분이라 말하는 이준우(약학과 11) 학우는 교수님들과 약대 재학생들의 높은 유대감으로 서로 밀접하게 호흡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본교는 교수 1사람당 6명 정도의 학생들을 맡고 있지만 기존의 타 약학대학은 본교와 같은 교수의 수에 학생은 두 세배씩 많다. 또한 약학대생 전원이 기숙사를 사용하고 있어 수업시간을 넘어선 학문매진에 모두가 동참하고 있다. 기숙사와 가까운 실험동에서 밤낮없이 실험에 매진하는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비전과 계획을 가지고 공부에 임하고 있는지 약학대학 제 3기 학생회장 이준우 학우를 만나보았다.
약학대학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타 단과대학 학우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들어보고 싶다.
약대에 오면 약물학에 대해 배운다. 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성분이 무엇인지, 합성은 또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교육을 받고 약을 복용했을 때의 반응이나 효과에 대해 배우고 있다. 조치원은 타 지역처럼 문화 활동 여건이 좋은 지역은 아니지만 학우들이 자체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늘픔’이라는 약대연합 동아리에서 공중보건문제를 토론하고 사회적 봉사를 하고 있다. 다른 학교 약사들과 연합해서 서울의 열악한 지역에 거주하시는 어른들을 뵙고 무료로 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약학대학이 아닌 본교 약학대학을 선택했을 때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약학대학은 서울대 약학대학 외에는 크게 경쟁력 있는 대학이 없기 때문에 신설대학을 가는 것과 기존대학을 가는 것으로 나뉘게 된다. 이럴 때에는 약사고시를 고려하여 기존의 시험 문제를 많이 구할 수 있는 기존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많다. 기존 약학 대학 같은 경우에는 성장 가능성이 제약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신설 약학대학 중에 가장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이 어딜까 고민해봤더니 고려대 약학대학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본교 약학대학 같은 경우는 약사면허를 취득하는 것 이상의 것을 더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타 대학의 경우 조업생의 70%가 약국을 가게 된다. 하지만 본교는 병원의 임상 약사나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더 많은 연구를 원하는 학우들이 많이 입학하고 있다.
신설대학이라 겪는 힘든 점은 없었나.
신설대학이기 때문에 졸업생이 없어 시험을 치는 부분이나 행사를 준비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졸업한 선배들이 없다 보니 진로 강연이나 학생회비 지원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다. 입학 했을 당시에도 동기밖에 없어서 행사를 구상하고 진행하는 부분에서 조언해줄 선배가 없어 힘들었다. 특히 현재는 무엇보다 자치공간이 많이 부족해 약학대학 재학생들의 활동에 제약이 있는 문제점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본교 약학대학을 빛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수한 교수가 되어 좋은 연구를 하는 것이 고려대 약학대학을 빛내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본교를 졸업한 약대생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교우회를 만들고 싶다. 그 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후배들의 장학금 조성 및 학생회 지원이지 않을까.
오랜 준비와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유치된 본교 약학대학이 설립된 이후 서울 명문대 출신의 인재들이 속속 입학하고 있다. 현재 본교 약학대학은 약대가 아닌 다른 학부에 입학한 학생도 2년 과정을 이수하고 약대입문자격시험(PEET)을 통해 약대에 진학할 수 있다. 특히 본교는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산업단지, 대덕연구단지의 중심인 세종특별자치시내의 유일한 약학대학으로서 약학 연구 및·교육의 측면에서 국내적으로 최적의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어 지리적 강점이 약학대학의 성장에 가속화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약학대학은 본교 전체의 발전을 앞당기는 선봉장 역할을 함은 물론 세계적 수준의 약학대학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