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CEO “수직도시에 韓 철도기술 필요, 시속 400km 고속철도-미래 모빌리티 등 협력”
‘디스커버 네옴’ 서울展 참석차 방한
높이 500m, 길이 170km ‘더 라인’ 등
사우디 640조원 프로젝트 진행
현대차-삼성물산 등 100여곳 참석
2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스커버 네옴: 디자인으로 여는 새로운 미래’ 전시에 설치된 수직도시 ‘더 라인’ 모형. 네옴시티 프로젝트로 건설되는 도시 중 하나로 길이 170km, 높이 500m로 조성될 예정이다. 거울처럼 보이는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공급하고 내부에 호텔과 아파트 등이 들어선다. 이한결 기자
“수직 도시 ‘더 라인’에는 시속 4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한국의 고도화된 철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한국과의 차기 협력 분야는 모빌리티(mobility)가 될 겁니다.”(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최고경영자·사진)
전체 사업비가 640조 원에 이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프로젝트 ‘네옴시티’를 총괄하는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시티 최고경영자(CEO)가 25일 동아일보와 만나 “한국 모빌리티 기술이 많이 발전된 데다 기술을 선도하는 모빌리티 기업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네옴시티 전시인 ‘디스커버 네옴’과 ‘국토교통부×네옴 로드쇼’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이 전시가 아시아에서 열린 건 한국이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뒤 민관협력 ‘원팀 코리아’ 수주지원단이 사우디를 방문한 데 이은 후속 행사다. 이번에 현대자동차그룹, 네이버, KT,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100여 개 기업이 참석했다.
이날 국내 기업 부스를 둘러본 나스르 CEO는 “‘더 라인’은 자동차가 없기 때문에 지하로 다니는 고속열차가 필요하다”며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기술이 발달해 있고, 열차 시스템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2월 네옴이 공개한 휴양섬 ‘신달라’ 공사 현장. 골프장 땅과 요트 선착장 등이 보인다. 네옴 제공
네옴시티는 북서부 홍해 인근에 서울의 44배 면적(2만6500km²)에 친환경 미래도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 중 핵심인 ‘더 라인’은 500m 높이에 170km에 이르는 수직도시로 철도와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모빌리티의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도시 양 끝을 20분 내로 오가야 하는 특성상 지하 철도망이 핵심축으로 꼽힌다. 이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더 라인’ 산악 구간 철도 터널 공사를 하고 있으며 철도 사업은 추후 발주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네옴 측 고위 관계자는 “현대가 자동차뿐만 아니라 기차, 트램, 수직 모빌리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포괄하는 데다 승객부터 화물까지 다 커버하는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엔지니어링 등 범현대 기업들이 이번 행사에 대거 참석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빈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사우디 철도청과 네옴 철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도 이날 UAM을 승하차하는 버티포트인 ‘H-포트’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나스르 CEO는 “네옴시티 사업이 완료되는 2050년이면 인구 900만 명, 일자리 300만 개, 관광객 1000만 명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나오지만 그는 “네옴은 현실”이라며 “이미 네옴에 1400명이 거주하고 있고 학교도 있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기술이나 스마트시티 등에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들도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가로등을 개발하는 백영호 에코란트 본부장은 “24일 비즈니스 미팅에서 정보통신기술(ICT)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조만간 사우디로 가서 구체적으로 사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요한 인디드랩 대표는 “네옴 설계 담당자가 미팅 때 폐기물 순환 경제 등에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디스커버 네옴’ 서울 전시는 26일부터 내달 3일까지 열린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7월 이후 네옴 시티 관련 국내 기업들의 추가 계약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승준 기자, 최동수 기자, 이축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