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를 찾은 여성 관광객이 포도주와 황홀경의 로마 신(神) 바쿠스 상(像)에 올라 입을 맞추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공분이 일고 있다고 영국 BBC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소셜미디어 계정 '피렌체에 온 것을 환영'에 올라온 사진들 중에 한밤중 실물 크기의 이 조각에 올라 탄 이 여성이 키스를 퍼붓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었다.
바쿠스 상은 유명한 폰테 베키오 다리 근처 거리의 주초(柱礎, plinth)에 자리하고 있는데 16세기 조각가 잠볼로냐의 작품 복제품이다. 진품은 근처 바르젤로 뮤지엄에 소장돼 있다.
사진들은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일부는 문제의 여성을 체포할 것을 요구했다. 한 사람은 "이 일은 피렌체를 디즈니랜드로 바꾸려는 몇 년의 시도들이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문화 유산을 홍보하는 조직 콘프쿨투라(Confcultura)의 파트리치아 아스프로니 의장은 현지 매체에 "버릇 없고 야만적인 일을 계속 보여주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원하는 일을 무엇이든 처벌받지 않고 할 자격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나쁜 행동을 "밀착 감시하고 천정부지의 벌금, 무관용으로 상징되는 싱가포르 모델"을 좇아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렌체 고고학 및 예술 최고 감독관인 안토넬라 리날디는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환영받지만 그들은 우리 예술품을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진품이냐 복제품이냐를 가릴 필요가 있다"면서 "나는 내가 규탄하는 이 숙녀가 그 차이를 알긴 했을까 의심한다"고 말했다.
피렌체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첫 손 꼽는 관광지 중 하나다. 지난해 6월과 9월 사이 150만명가량이 이 도시를 찾았는데 이 도시 인구는 38만 2000명 밖에 안 된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엄청난 관광객 유입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여름철 피렌체의 좁은 길거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파로 북적인다.
이른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현상은 전 세계의 여러 도시들로 하여금 관광객을 환영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고 있다. 지난달 바르셀로나 시장은 5년 안에 단기 여행객들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베네치아나 일본 후지산 같은 유명 관광지들은 매일 방문객 수를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