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영화제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놀랐다.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언론에 자주 등장하던 부산국제영화제,
미장센 단편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 그리고 우리지역에서 열리는 대구단편영화제 정도였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는 예전부터 익히 들어온 ‘아시아 최고 영화제’라는 명성에 “대학생이 되면 꼭 가보자!” 라 생각했고,
올해 드디어 부산국제영화제를 경험할 수 있었다.
과 친구들과 함께 직접 부산에 가서 보고 느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그 중 아쉬웠던 점들을 경험에 비추어 살짝 비틀어 보기도하고, 비평해보고자 한다.
일단 부산국제영화제는 참 바빴다.
갈 준비할 때도 그랬고 예매도 참 바쁘게 힘들었다. 보고 싶었던 영화들은 놓쳤다가 나중에서야 겨우 건지고,
인터넷에서 예매 전쟁을 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쉽게쉽게 구할 수 있던 몇몇 표들은 우리를 맥 빠지게 했다.
그리고 상영관이 한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운대와 남포동에 떨어져 있어
이동시간을 감안하면 하루에 볼 수 있는 영화는 빡빡하게 해도 세편뿐이었다.
셔틀버스도 25인승. 정원이 다 차면 20분 이상 기다려야 해서, 시간에 쫓기며 걸어가야 했다.
돈이 없어 교통비 아끼겠다고 걸어갔다가 오히려 영화를 놓칠 뻔했던 사태도 생겨났다.
영화는 좋았지만, 자막이 말썽이었다.
한국영화들도 관람하지만 대부분이 아시아 영화들이나 유럽영화들처럼
우리가 보기에 자막이 꼭 필요한 영화들이 태반이었는데,
자막 뒤 반투명한 사각형이 매우 거슬렸다. 자막이 나오지 않을 때에도 항상 있어서,
시선이 그쪽으로 자꾸 빼앗기게 되었다. 나뿐만이 아니었을것이다.
그리고 가장 말이 많았던 ‘자전거 영화제’의 주인공, 빈폴. 어딜 가나 빈폴 투성이었다.
PIFF빌리지와 광장에서 빈폴 구조물을 보고 지나다니는 것까진 괜찮았다.
빈폴에서 의류를 구매해야만 받을 수 있는 제한적인 혜택도 있었고,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자전거 바퀴를 빼서 영사기로 돌리는 ‘Beyond Frame’ 장면을 봐야했다.
빈폴이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많은 예산을 투자했다고 들었지만, 우리의 관심에 있지 않은 빈폴이 자꾸만 등장하고,
마치 빈폴이 부산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것인 마냥 광고를 해서 그로인해 부산국제영화제도 상업적으로 변질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부산영화제가 처음 참여해본 영화제였는데, (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제에서도 그렇겠지만) 영화 크래딧을 끝까지 보여줘서 좋았다.
그리고 쏟아지는 박수. 영화제가 처음이었던 나는 그게 참 신기했다.
보통 영화관에서는 크래딧을 끝까지 보려고 남아있어도 중간에 끊거나 사람들이 모두 나가버리고 청소하시는 분들이나 직원들이 비켜달라고 해서,
조금 불쾌했었는데 말이다. 이게 당연해야하는 것인데 모두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조기에 크래딧을 꺼버리는 현실이 씁쓸했다.
크래딧도 영화의 일부분이 아닌가.
우리가 있던 내내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는 축제분위기였다. 영화 말고도 부가적인 파티도 가진 못했지만 그 떠들썩한 분위기가 좋았다.
물론 여럿이라서 즐거웠을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불쾌한 점도 많고 통장잔고도 텅 비었지만, 크게 열리는 영화제인 만큼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영화관에서 개봉되지 않은 영화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도 물론 좋았다. 어쩌다 보게 된 예술영화들도 (타이트했던 일정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중간에 끔뻑끔뻑 졸기도 했지만 거기서 느낄 수 있는 정서와, 색감도 멋졌다. 새로운 것을 단기간에 많이 접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한다.
‘관객들과의 대화’도 정말 좋았다. 배우나 감독들에게 질문하며 본 영화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고,
쑥스러워 하는 감독들의 모습들도 좀 더 친근하게 영화에 다가 갈 수 있게 했다.
영화제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부산국제영화제는 바빴고, 상업적인 색채도 강했고,
비와 관계자들의 대충대충 뒤늦은 대응에 말이 많았지만 괜찮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화려하다는 그 명성을 크게 피부로 느끼진 못했다. 스타들을 보러 간 목적이 아니어서 그런가,
아시아 최고의 화려한 영화제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러기 전에 좀 더 실속을 추구해주었으면 한다.
껍데기만 화려하고 속은 비어있는 것 보다 외유내강한 모습이 더 아름답지 않은가.
알맹이들을 더 채워 넣으려면 아직 멀었겠지만, 어딜 가나 완벽하게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매년 생겨날 수밖에 없는 문제점들을 하나둘씩 개선해나고 보태나가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진 모습의 부산국제영화제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