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의 차밭과 철쭉 5월 산바람에 산들산들 춤추는 연분홍 물결
문화일보 박경일 기자
▲ 전남 보성 초암산 정상 부근의 철쭉 군락. 정상 바위 주변이 분홍빛 철쭉꽃으로 바다를 이뤘다. 초암산은 철쭉 군락이 있는 전국의 산 중에서 가장 먼저 철쭉이 피어나는 곳이다. 지난 주말 개화율이 70%쯤 됐으니 지금쯤 만개했을 것이다.
전남 보성. 이맘때면 손꼽는 여행 목적지 중 하나입니다. 이랑마다 형광의 초록으로 물드는 차밭 때문이지요. 그런데 올해 차밭이 예년만 영 못합니다. 지난겨울 혹한으로 차나무들이 냉해를 입은 탓입니다. 그래도 봄은 봄. 잘라낸 가지 끝에 새 찻잎이 이제 막 머리를 내밀어 다시 초록을 되찾고 있었습니다. 봄날 보성에서 차밭만큼 이름난 것이 철쭉 군락입니다. 산정과 능선 일대를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철쭉은 차밭이 보여주는 아름다움 못지않습니다. 봄볕이 환한 날에 보성에서 ‘예년보다 못한 차밭’과 ‘개화는 이르지만 군락은 적은’ 초암산 철쭉을 보고 왔습니다. 살면서 어떻게 최고의 풍경만 만날 수 있겠습니까. 최상의 풍경을 포기하는 대신 얻는 건 호젓함이었습니다. 차밭과 철쭉 군락이 어찌나 고즈넉하던지요. 이쯤이면 ‘남는 장사’가 틀림없습니다.
# 산에는 산철쭉이 없다…보성의 철쭉
전남 보성은 기왕에 차(茶)로 이름나 있지만, 첫 찻잎을 딸 무렵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다른 것이 또 있으니 바로 철쭉이다. 보성에는 철쭉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이 많다. 가장 이름난 보성의 철쭉 명산이라면 단연 일림산이다. 일림산의 철쭉 군락지는 자그마치 100㏊(30만여 평)가 넘는다. 보성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전국에서도 최대 규모다. 철쭉 군락지의 ‘넓이’만큼이나 ‘길이’도 대단하다. 일림산의 철쭉 군락은 능선을 따라 사자산과 제암산까지 이어진다. 철쭉의 꽃불이 일림산에서 사자산을 거쳐 제암산으로 산불처럼 능선을 붉게 물들이며 타들어 가는 형국이다. 이렇게 일림산에서 제암산까지 연결되는 철쭉 군락의 길이가 자그마치 12.4㎞. 제암산에서 사자산까지, 혹은 일림산까지 이어지는 긴 능선의 종주산행은 길고 거대한 철쭉 군락의 화려함만으로도 걸어볼 가치가 있다.
철쭉이라면 공원 등에서 자주 보는 주황색이나 진홍색의 철쭉을 떠올리기 쉽지만, 산중에서 만나는 철쭉은 그것과는 좀 다르다. 식물을 좀 안다는 이도 대개 철쭉과 산철쭉을 정반대로 알고 있다. 우리가 평소 화단 등에서 접하는 철쭉은 대부분 ‘산철쭉’이다. 그냥 ‘철쭉’은 주로 산에서 자란다. 도시 화단의 철쭉이 산철쭉이고, 산에는 그냥 철쭉이 자란다는 얘기다. 흔히 산에서 자라는 철쭉을 산철쭉으로, 도시 화단에서 자라는 철쭉은 그냥 철쭉으로 아는데 이와는 정반대다.
철쭉과 산철쭉은 꽃 색깔부터 다르다. 산철쭉은 강렬한 원색의 꽃이 피고 철쭉은 연하고 부드러운 색의 꽃이 핀다. 잎도 다르다. 산철쭉 잎은 뾰족하지만, 철쭉은 잎끝이 둥글거나 오목하다. 도시의 산철쭉이 선명하고 화려하면서도 좀 헤픈 듯한 느낌이라면, 옅은 분홍색을 띠는 철쭉에서는 은은하고 깊은 맛이 난다. 산에 피는 철쭉은 화려함이 덜하니 모여 피어도 과하다는 느낌이 없다.
▲ 전남 보성의 차밭을 대표하는 대한다원의 차밭. 경사면을 따라 층층이 펼쳐진 이랑이 마치 공책 같다. 지난겨울 냉해를 입어 아래쪽 차밭의 싱그러움은 예년 같지 않지만, 냉해를 입은 가지를 일찌감치 잘라내 준 위쪽 차밭은 새로 돋은 잎이 초록으로 물들고 있다.
수줍게 머리 내민 찻집 눈으로 '투명한 초록'을 마신다 # 초암산 철쭉이 아름다운 이유
가장 넓은 철쭉 군락이 일림산에 있다면, 보성에서 철쭉이 가장 먼저 피는 산은 초암산이다. 초암산 철쭉 군락은 한반도 내륙에서 가장 먼저 꽃이 핀다. 일림산에 대면 초암산 철쭉의 개화 시기는 거의 1주일쯤 앞선다. 초암산의 높이(576m)가 일림산(664m)보다 100m쯤 낮아서일까. 초암산이 더 북쪽에 있는데도 개화는 더 빠르다. 지난 주말 초암산 철쭉 군락의 개화율이 70%를 넘겼다. 일림산은 개화율이 20% 남짓이었는데 말이다.
철쭉 군락이 거대한 일림산이며 제암산을 제쳐 두고, 초암산을 권하는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절정의 철쭉 군락을 일찍 만날 수 있다는 것, 절정의 개화 시기에도 북새통을 이루는 일림산과 달리 초암산에서는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굳이 초암산을 택한 이유 하나를 더 보탠다면, 초암산은 대부분의 등산로가 부드러운 흙길이라는 점이다. 흙길이 워낙 부드러워 발밑을 보지 않아도 된다. 귀로는 새소리를 들으면서 산에 들어 길섶의 야생화나 나뭇가지에 돋는 연두색 새잎에만 줄곧 눈을 주고 걸어도 된다는 뜻이다.
초암산의 철쭉 군락은 정상 주변에 몰려 있다. 산 정상까지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는 겸백면 수남리의 ‘초암산 수남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겸백면사무소 뒤편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택하면 1시간 40분쯤 걸린다.
초암산은 사실 철쭉을 빼놓으면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산이다. 하지만 철쭉이 필 무렵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꽃 때문만은 아니다. 철쭉 필 무렵에 물드는 신록만으로도 충분하다. 새잎의 보드라운 연두색과 청아한 새소리, 부드러운 바람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다. 초암산은 정상에 닿기 전까지는 의외로 철쭉이 드물다. 바닥을 기며 땅바닥에 딱 붙어서 꽃을 피운 철쭉 몇 그루가 길섶에 간간이 나오는 정도다. 거대한 철쭉 군락은 정상의 능선에 닿아야 비로소 모습을 보여준다.
정상 주변 일대는 모두 철쭉 군락이다. 특히 산 아래 임도로 이어지는 산길에는 키를 넘는 철쭉나무에 핀 꽃들이 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초암산 정상에 모여 서 있는 바위 위에서 이런 광경을 보면 그야말로 ‘철쭉꽃의 바다’다. 그리 높지 않은 산임에도 정상에 서면 360도로 시야가 나온다. 절반은 첩첩하게 그림자가 겹쳐진 산이고 나머지 절반은 득량만의 바다와 그 너머 고흥 일대의 풍경이다.
# 냉해 입은 보성 차밭, 그래서 한가하다
▲ 보성의 전통마을인 강골마을 깊숙한 곳에 비밀처럼 숨어 있는 정자 열화정. 연못과 누각의 조화가 훌륭하다.
전남 보성의 간판 여행 목적지라면 단연 차밭이다. 먼저 보성 땅이 차 재배로 이름을 얻기까지의 내력을 살펴보자. 보성에서 차 재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일제강점기 무렵이었다. 조선에서 차 재배에 적합한 땅을 찾던 일본의 차 전문가들은 1939년 보성을 최적의 차 재배지로 선정했다. 이어 인도산 차 종자를 수입해 보성에 파종한 것이 보성 차 역사의 시작이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일본인들이 물러가면서 차 재배는 중단됐고 차밭은 방치됐다. 그러다 6·25전쟁이 끝난 뒤인 1957년 새로운 차 재배단지가 만들어졌다. 차밭이 크게 늘어난 시기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반 무렵. 전국 최대 규모의 보성 차밭의 명성은 이즈음 얻어졌다.
부드러운 구릉을 따라 띠를 두르듯 이랑을 이룬 차밭은 새잎이 돋는 신록의 5월에 가장 아름답다. 그런데 올해는 좀 사정이 다르다. 지난겨울 기록적인 혹한으로 차나무가 냉해를 입어 상한 탓에 새잎의 신록이 예년만 못한 탓이다. 하기야 해마다 좋을 수만 있을까. 늘 최상의 풍경만 보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지금의 모습으로도 충분해 보이지만, 정 아쉽다면 다음을 기약하면 그뿐이다. 잃는 것이 있다면 얻는 것도 있는 법. 경관이 예년만 못하니 지레짐작으로 인파가 줄었다. 차밭의 이랑 사이를 고즈넉하게 돌아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역사로나 경관으로나 보성 차밭 명소의 대표선수로 꼽히는 곳이 ‘대한다원’이다. 활성산 자락 해발 350m의 오선봉 주변 민둥산에 조성한 차밭이다. 대한다원의 아름다움은 차나무뿐만 아니라 차밭 주위에 심어진 아름드리 나무들에 힘입는다. 대한다업이 1957년 차밭을 조성하면서 삼나무, 편백나무, 주목, 은행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 등 300만 그루의 나무를 주위에 심었다. 벚꽃이 다 지고 난 뒤 지금 초록 차밭의 이랑 사이에는 꽃사과나무 꽃이 환하게 켠 등불처럼 서 있다. 활짝 꽃을 피운 나무 그늘 아래서 차밭을 찾은 이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른 차밭과 마찬가지로 대한다원의 차밭도 지난겨울 냉해를 적잖이 입었다. 냉해를 입은 김에 웃자란 가지를 쳐내면서 아래쪽 차밭은 휑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차나무 가지를 일찌감치 잘라낸 위쪽은 형광색 같은 찻잎의 신록이 환하다. 겨우내 찻잎과 가지를 하나하나 살피고 손질한 정성이 만들어낸 초록이다. 차밭 들머리의 삼나무 숲은 여전히 짙고 깊었고, 차밭 사이로 난 나무 계단도 운치 있다. 차밭 구릉의 정상쯤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보니 냉해를 입어 성글고 황량해진 차밭이, 초록색 벨벳 질감의 차밭을 오히려 더 감격적으로 만드는 듯했다. 입장객이 줄어 고즈넉해진 분위기도 한결 평화로웠다.
# 어린 왕자와 수녀, 그리고 암자
▲ 보성의 대원사 아실암 마당에 설치된 어린 왕자 조형물. 절집에서 어린 왕자는 선재 동자의 화신으로 여긴다.
봄날에 보성 땅에 갔다면 빼놓지 말아야 할 장소가 두 곳 더 있다. 한 곳이 주암호에서 멀지 않은 문덕면의 절집 대원사이고, 다른 한 곳은 득량의 득량역과 강골마을이다. 대원사는 15번 국도 대원사 삼거리에서 산문에 이르는 5㎞ 구간의 벚나무 가로수길로 이름난 곳이다. 수도권에서 멀어 잘 알려지지 않아 그렇지, 아무리 이름난 벚꽃 가로수길이 많아도 여기를 능가할 만한 곳은 찾기 어렵다.
벚꽃이 다 지고 난 뒤에도 이 길은 빼어나다. 아니 벚꽃이 만개할 때보다 신록의 계절이 더 아름다운 듯도 하다. 길은 부드럽게 굽었고, 그 길을 따라 여윈 듯 껑충하게 자란 벚나무들이 여린 잎을 내놓고 있다. 한쪽 차창 밖으로 생기 넘치는 초록의 묘목을 촘촘하게 심어놓은 농원을 지나고, 다른 쪽 창으로는 촉촉한 습지를 지나간다. 벚나무 잎들이 서로 손을 맞잡은 사이로 차가 느리게 지나는데, 그 길을 달리는 내내 골짜기 안쪽에 깃들인 소쩍새 울음소리가 따라왔다. 대원사 입구로 들어서자 주차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보라색 등꽃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흰색 등꽃은 드문 편인데, 불교박물관 곁에는 순백의 등꽃이 만개해 짙은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대원사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의 절집이다. 절집 입구에 제법 규모가 큰 티베트 불교박물관이 있고, 티베트 사원을 빼닮은 탑 모양의 약사여래법당이 있다고 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티베트 불교의 분위기도 색달랐지만, 절집 곳곳에 매달아 놓은 경구와 우화도, 관까지 가져다 놓은 죽음 체험 공간도, 신라 왕자를 기리는 법당도 다른 절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들이다.
대원사에서 가장 의외였던 건 절집 위쪽의 암자 아실암의 ‘어린 왕자’ 조형물이었다. 법당 앞, 앞산을 마주 보는 자리에 가꿔놓은 너른 잔디밭에 뜻밖에 불시착한 비행기 모형과 어린 왕자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지난 2016년 ‘아실암 야단법석’의 일환으로 ‘어린 왕자 예술제’를 개최하면서 설치한 것이라는데, 절집 암자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와의 조합이 독특하다. 어린 왕자 예술제에서 어린 왕자는 화엄경에 등장하는 구도자 선재 동자의 환생으로 그려졌다. 당시 예술제는 ‘선재 동자가 어린 왕자로 환생했다가 가르침을 전한 뒤 다시 아실암으로 내려온다’는 스토리로 진행됐다.
그러고 보니 어린 왕자의 문장들이 어쩐지 불법의 이치와 닿아 있는 듯하다. 이를테면 이런 말들. “보이는 것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아.” 아실암의 마당 끝에 작은 문이 하나 있다. 문 너머 길이 없이 그냥 문으로만 서 있는 문이다. 그 문의 현판에 적어둔 글 ‘세계일화(世界一花)’는 이해인 수녀의 시 ‘평화로 가는 길 위에서’에 등장한다. 아실암의 마당에는 국경도 종교도 없다. 그저 봄날의 평화로움만 있다.
# 득량역과 강골마을…사라지는 것들
이제 보성의 ‘득량’에 대한 얘기다. 득량은 면(面)의 이름이기도 하고, 섬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며, 너른 들을 뜻하는 지명이기도 하다. 식량을 얻는다는 뜻의 ‘득량(得糧)’. 그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쪽에서 식량을 구했다는 얘기이고, 다른 하나는 이순신 장군이 풀을 엮어 산꼭대기에 쌓아두고 왜군들에게 그것을 군량미로 속인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연유야 어찌됐든 일제강점기이던 1937년 제방을 막아 만든 거대한 들을 부르는 ‘득량’이란 이름은 무릎을 칠 정도로 적확하다.
득량면에서 근래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곳은 득량역이다. 득량역과 역 앞의 골목에는 1970년대 시간을 복원한 추억의 공간이 조성돼 있다. 역 앞에는 여전히 손님을 받고 있는 옛 이발소부터 촌티 나는 옛날 다방, 구식 장난감으로 가득한 문구점과 낡은 만화책의 만화방, 달고나를 손수 해먹을 수 있는 무인 점방들이 서툰 손글씨 간판을 달고 늘어서 있다. 골목에 복원된 가짜가 생생하기보다는 측은한 느낌에 가까웠던 건, 이런 안간힘에도 역 주변이 여전히 쇠락해가고 있어서다.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에는 힘에 부쳐 보였고, 관광객이 찾았다 해도 역 앞에서 사진 몇 장 찍고 휙 떠나가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다.
득량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보성을 대표하는 전통마을인 강골마을이 있다. 광주 이씨 집성촌인 강골마을은 고색창연한 한옥과 푸른 이끼로 뒤덮인 돌담, 깊은 대숲과 수백 년 된 소나무를 두루 거느리고 있는 전통마을이다. 이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은 정자 열화정이다. 여기를 보려고 강골마을을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자는 마을 뒤쪽으로 이어진 숲길 끝에 있다. 연못을 앞에 둔 채 온통 짙은 숲으로 둘러싸인 열화정의 매력은 ‘딴 세상에 온 듯한 비밀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런데 근래 열화정 부근에 별장을 닮은 현대주택이 섰다. 집을 지으면서 나무를 베어내 정자의 비밀스러운 느낌이 절반 이상 사라졌다. 건물의 흰색 외벽도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깊이 숨겨져 있던 그윽한 경관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있고, 무력하게도 그걸 막을 방도는 없다. 특히 보성에서는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빠른 듯하다. 그러니 일찍 다녀올 일이다. 10년 전 어둑한 숲에 비밀처럼 들어선 열화정의 그윽했던 모습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듯이,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경관도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일지 모르니 말이다.
■ 여행정보
초암산·강골마을 가는 길 =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를 타고 종점인 동순천IC로 나와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영암 방면으로 향한다. 벌교IC로 나가 좌회전해 2번 국도로 갈아타고 가다 군두사거리에서 겸백면 쪽으로 우회전한다. 사곡삼거리 못미처 우회전하면 초암산 들머리인 수남주차장이다. 주차장이 제법 크다. 강골마을은 득량역이나 득량면사무소에서 가깝다. 면사무소에서 득량중학교를 지난 뒤 좌회전해 오봉교를 건너면 곧 강골마을이다.
어디서 묵고 무엇을 맛볼까 = 가족 단위 여행이라면 제암산자연휴양림(061-852-4434)을 추천한다. 밥솥, 냉장고 등을 갖춘 콘도형 숙소로 시설도 괜찮고 주변 경관도 좋다. 비수기 주중 기준 4만 원부터. 보성읍 녹차로의 보성한국차·소리문화공원 내의 호텔식 통나무집 숙소인 보성녹차리조트(061-852-2600)도 깔끔한 편이다. 리조트 주변에 차밭이 몰려 있다. 회천면의 다비치콘도(061-850-1144)는 바다와 솔밭 해변을 끼고 있는 운치 있는 숙소다.
보성에서 최고로 치는 음식은 벌교의 꼬막이다. 벌교읍에는 이른바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들이 밀집해 있다. 그러나 꼬막의 제철이 가을부터 겨울까지인 데다, 수확 부진으로 가격이 많이 올라 비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진다. 보성읍의 수복식당(061-853-3032)은 꼬막정식과 한정식 등을 차려 내는 맛집이다. 보성녹차떡갈비(061-853-0300)는 녹차 먹인 돼지고기로 만든 떡갈비로 이름을 얻은 곳이다. 율포해수욕장의 횟집 만리회관(061-852-8025)은 제철 해산물로 주메뉴를 내놓는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보성의 향토음식 중 하나가 양탕이다. 양탕은 염소로 끓여내는 탕이다. 개업한 지 60년이 넘는다는 보성읍의 보성양탕(061-852-2412), 미력면의 미력양탕(061-852-4043), 득량면의 달국자(061-853-0038) 등이 양탕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곳이다.
<출처> 2018. 5. 2 / 문화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