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과 거리 두는 캐나다, 차세대 전투기 선택지 늘리나
‘동맹의 무기’ vs. ‘자립의 선택’… 캐나다의 국방 전략 기로
캐나다 정부가 미국산 F-35 스텔스 전투기 구매 계약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빌 블레어 국방부 장관은 15일, "미국 록히드 마틴과 체결한 88대의 F-35 전투기 계약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유럽산 전투기 도입 가능성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2023년 6월, 19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미 16대에 대한 구매 비용을 지불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에 대한 무역 압박을 강화하면서, 미국산 무기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대안으로 거론되는 전투기는 스웨덴 사브사의 그리펜(Gripen)이다. 사브 측은 "캐나다에서 조립 및 정비를 진행할 수 있다"며 기술 이전과 경제적 이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F-35를 도입하되, 나머지는 유럽산 전투기로 대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스웨덴 그리펜 전투기
그러나 캐나다 공군은 단일 전투기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서로 다른 기종을 운용하면 정비, 훈련, 군수 체계가 이원화되어 운영 비용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 정세 변화와 국방 전략 수정 논의가 맞물리면서, 혼합 운용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록히드 마틴은 캐나다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 측은 "캐나다 공군과의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계약 변경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F-35에 ‘킬 스위치’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 정부가 필요할 경우 동맹국 전투기의 성능을 원격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록히드 마틴은 "F-35 운용을 위해 필요한 모든 시스템과 데이터를 각국 공군에 제공하고 있으며, 동맹국이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반박했다.
캐나다가 기존 계약을 완전히 철회할 경우 위약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F-35 프로그램에 참여한 캐나다 항공우주 기업들은 1997년부터 2021년까지 약 13억 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계약 변경이 캐나다 항공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캐나다 정부는 향후 군 관계자 및 동맹국과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미국과의 관계 변화 속에서 캐나다가 독자적인 국방 노선을 구축할지, 기존 정책을 유지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