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 아저씨는 옷에 관심이 크시다. 아침에 새 옷으로 갈아입으셨는데 점심 식사 후엔 또 다른 옷을 입고 있으실 때도 있고, 지금 입으신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실 때는 주변에 있는 직원에게 ‘이 옷 괜찮아?’, ‘옷 갈아입을까?’하고 물으시기도 한다. 어떤 옷을 입거나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것은 당사자의 일이기에 상황을 살펴 거들면 되지만, 옷을 자주 갈아입으시다 보니 옷장이 금세 어지러워지곤 한다. 마침 오늘 집중지원으로 박*동 아저씨를 돕게 되어, 아저씨와 함께 옷장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101호를 방문했을 때, 마침 박창동 아저씨께서 방바닥의 먼지를 닦고 계셨다. 바닥 청소 후에 옷장을 정리하면 어떨지 여쭈니 흔쾌히 그러자고 하신다.
“아저씨, 옷장 봐볼 수 있을까요?”
“응. 한 번 봐봐.”
아저씨와 함께 옷장을 살펴봤다. 주로 입는 옷이 들어있는 칸은 아래에서 두 번째, 세 번째 칸인데 긴소매, 반소매, 상의, 하의, 얇은 옷과 두꺼운 옷들이 어지러이 섞여 있었다.
“아저씨 옷이 매우 많네요!”
“옷 많아.”
“그런데 옷들이 섞여서 알아보기가 힘들어요. 요즘 입을 수 있는 얇은 옷이랑 두꺼운 옷을 구분해서 놓으면 어떨까요?”
“좋아. 한 번 해봐.”
“아저씨가 직접 하실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겨울옷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다섯 번째 칸을 제외하고, 자주 입는 옷이 있는 세 번째, 네 번째 칸에 있는 옷을 모두 꺼냈다. 가장 먼저 요즘 계절에 입을 만한 옷과 그렇지 않은 옷을 구분했다.
“아저씨, 이 옷은 지금 입기에 어떨까요?” 조금은 두꺼운 바지.
“더워.”
“그럼, 이 티셔츠는요?” 얇지만 긴소매의 티셔츠.
“...괜찮아.”
“음, 이건 긴소매라서 조금 더우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직원이 제안했다.
“그럼 안 입어.”
“이 티셔츠는요?” 평소 자주 입으시는 반소매 티셔츠.
“그거 반팔이야?”
“네, 반소매에요.”
“그건 입어.”
“이 바지는 어때요?” 긴바지이지만 얇은 등산복 바지.
“좋아.”
한 벌씩 한 벌씩, 꺼내어 놓은 옷 모두 아저씨께 여쭙고, 의논하며 ①반소매 티셔츠, ②반바지, ③얇은 긴바지, ④긴소매 티셔츠, ⑤두꺼운 긴바지까지 다섯 종류로 옷들을 분류했다. 아저씨께서도 사뭇 진지하게 당신께서 입을 만한 옷을 구별해 주셨다.
다음은 구분한 옷들을 고이 접어 옷장에 정리할 차례다. 아저씨께 한 벌씩 옷을 접어주시길 부탁드렸다.
“아저씨, 이제 이 옷들을 접어볼까요? 옷장에 접어서 넣으면 더 깔끔하고, 입고 싶은 옷을 찾으실 때도 좋을 것 같아요.”
“좋아.”
직원이 분류한 순서대로 한 벌씩 아저씨께 건네면 아저씨께서 직접 옷을 접으셨다. 바지를 잘 펴서 바닥에 내려놓고, 반으로 두 번 접으면 끝. 고이 접은 바지는 한편에 차곡차곡 쌓아두셨다. 금세 바지를 다 접고 다음은 티셔츠. 하지만 바지보다 복잡한 티셔츠를 접는 것은 어려워하셨다. 특히 세로로 반을 접은 뒤 소매를 정리하는 것이 손에 익지 않으신 듯했다.
“아저씨, 제가 소매까지 정리해 드릴 테니 반으로 접는 것을 해주시겠어요?”
직원이 소매까지 정리해서 건네드리면, 바지와 마찬가지로 아저씨께서 반으로 두 번 접으셨다. 아저씨께서도 어렵지 않게 하실 수 있으니 더 집중해서 옷을 접으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옷장에 정리해서 넣기. 아저씨와 상의해서 세 번째 칸에 지금 입을 옷, 네 번째 칸에 두꺼운 옷을 두기로 했다. 분류해서 잘 접어놓은 옷을 아저씨께 건네면 아저씨께서 직접 옷장에 옷을 정리하셨다. 처음 꺼내 놓았을 때는 참 많아 보였던 옷가지들이 아저씨의 손을 거쳐 차근차근 정리되어 갔다.
아저씨께서 하실 수 있는 만큼은 당신의 일로써 이루시길 바랐고, 그렇게 하셨다. 아저씨께서 하셨다. 아저씨께서 스스로 이루실 수 있는 일이 참 많다.
2024년 7월 21일 일요일, 이승학
아저씨께서 스스로 이루신 부분이 많다는 건 도우신 사회사업가가 그만큼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 최승호
아저씨께서 하실 수 있는 일은 하시게 부탁드리고,하실만 해 보이는 일은 제안드려서 하시게 도우니 아저씨와 돕는 직원의 역할이 분명합니다.
아저씨께 묻고 의논하고 부탁드리니 아저씨도 아저씨 일로 여기시네요.
아저씨께서 옷장정리에 주인 노릇 하셨습니다.
선생님 잘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사회사업 '항산'을 생각합니다.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