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유하의 조심스러운 깜짝 고백.
"우움. 좋은 아침이야!"
"유하선생님도 좋은 아침!"
아이들의 시끄러운 외침.
그런 외침에 방긋 웃으며 교탁으로 걸어가다
기지개를 쭉 피며 피곤한 듯 하품을 하는 유하오빠.
그러다가 창가 옆으로 가서 들어오는 햇빛을 받고 있었다.
하얀 얼굴에 정장이 잘 어울리는 유하오빠의 모습에
난 나도 모르게 입술을 삐죽 하고 내놓았다.
왜 유하오빠는 유부남이라는 걸 아는데도 인기가 누그러뜨리지 않아질까?
몇일이 지났는데 왜, 왜 더 인기가 많아지는걸까?!
"오늘 영어시험 잘 본 애한테 사탕 줬대!"
"어우, 멋져. 어쩜 그렇게 멋질까? 그것도 웃으면서 줬다며?"
"어! 유부남이라니까 더 멋져보여. 불륜의 사랑을 꿈꿔서 그런가?"
엉엉.
불륜이란다.
불륜의 사랑을 지금 아이들이 모두 꿈꾸고 있었다.
그것도 유하오빠와의!
[찡긋]
헉.
그때 내게로 윙크를 해보이는 유하오빠.
놀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오빠를 쳐다보았고,
창문가에 앉아있는 내쪽으로 와서는
아무도 모르게 살짝 윙크하고 교탁으로 걸어가는 오빠.
영어시간이 들은 날마다,
아이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저렇게 윙크를 하는 유하오빠.
아이들이 저런 말을 해서 내가 불안해 할까봐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유하오빠랑 점점 멀어질 것 같이 불안해하는 날 위해서.
유하오빠도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싫은걸까..?
"으쌰아. 우리 날도 화창한데 오늘은 영어로 말하기 놀이를 해볼까?!"
"좋아요!!"
왠 영어로 말하기 놀이?
아이들은 분명히 영어로 말하기라고 한다면 싫어할 게 분명하지만
그 뒤에 놀이가 붙었으니 좋다고 웅성웅성댄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활짝 웃는 유하오빠.
그러다가 쉿이라고 하며
입술에 손가락으로 조용하란 표시를 보내자 아이들은 금새 조용해졌다.
"오늘 이렇게 좋은 날 공부를 시킨다면 너네들도 나도 죄악이지. 그렇지?"
"그럼요!!"
유하오빠가 인기가 많은 이유 첫번째가
유하오빠의 외모와 몸,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외적이라도.
이렇게 아이들을 챙겨주는 착한 배려가 두번째 이유가 될 거야.
세번째는 공부와 노는 것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부분이랄까?
영어를 싫어하는 나를 영어시간에 졸지 않게 해주니까.
'난 여보야가 영어를 잘해서 내게 영어로 사랑고백을 해줬음 해. 아잉. 부끄러.♡'
이런 말을 어젯밤 저녁식사 때 문득 한 유하오빠.
어젯밤 자기전까지도 내가 싫어하는 영어에 대해 계속 생각해봤지만,
그래. 나 영어를 열심히 해서 고백을 할거야!
유하오빠가 그걸 원한다니까 그렇게 하는거야!
이제는 유하오빠에 대한 내 마음을 확실히 알았으니까.
내가 유하오빠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피할 수도 없고, 지나칠 수도 없어.
그렇게 결의에 가득찬 내 표정을 봤는지, 보지 못했는지
유하오빠가 칠판에 쓴 내용은 '반 아이들과 진심을 털어놓기.'
.
.
창가에서 불어오는 살랑이는 바람.
그 바람에 잠시 유하오빠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그걸 보자 또 으윽이라면서 책상에 엎드리는 한 여자아이.
저, 저 아이 이름이 뭐야!? (같은 반이면서 이름도 모른다.-_-)
저런 여자아이를 모르는 채 밝게 웃으며 말하는 유하오빠.
"자, 누구부터 시작할까? 여자는 남자에게 남자는 여자에게 하는거야. 한마디씩. 알았지?"
"선생님, 저부터 시작할게요! 저부터요!"
그때부터 시작한 영어시간.
"I Love you so much much!"
짝짝짝.
한 남자아이의 말에 부끄럽다는 듯 미소짓는 여학생.
I love you? 아아. 좋아한다는거구나! 좋겠는걸!
"You are my best friend."
진아는 내게 이 한마디를 남기고 앉았다.
헤헤. Best Friend는 가장 좋은 친구라는 거잖아.
고마워. 너도 내게 진짜 좋은 친구니까!
"나 보면서 웃지마라. 니 남편 삐지겠다."
진아의 나만 듣게 한 한마디에 교탁을 쳐다보자,
입술을 삐죽하고 내밀고 있는 유하오빠가 보였다.
그런데..
내가 쳐다보자 내 시선을 봤는지
튀어나온 입술을 거두고서 다시 아이들을 바라보는 유하오빠.
체. 귀엽다니까!
그때, 내 뒤에서 손을 번쩍 드는 윤미.
"그래. 윤미야. 시작해보렴!"
Start라고 신나게 외친 유하오빠.
오빠의 밝은 외침소리에 목을 가다듬고 옷매무새를 다듬는 윤미.
"얼씨구, 공주 나셨네."
진아의 말 한마디에 진아의 뒷통수를 노려보는 윤미.
그러다가 머리카락을 귀로 넘기고 저쪽에 박혀있는 반장을 가르켰다.
"You! You stop! Don't show off! (너! 그만해! 잘난척좀!)"
"어, 어?"
"I don't like your character! Change your character! (난 네 성격이 마음에 안들어! 성격 바꿔!)"
놀란 듯 윤미를 쳐다보는 유하오빠.
그에 비해서 어깨를 으쓱대는 윤미의 표정.
.
.
무슨 말을 지금 한거야? (궁금)
나만 이렇게 모르는 것이 아니라..
"쟤 뭐래? 지 잘난척 하는 애가 뭐래?"
진아도 몰랐나보다.
하하. 그런데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얼굴까지 붉어져 진아에게 소리치는 윤미.
"하, 한진아!"
"공주병! 내 이름 부르지마라. 어우. 닭살!"
"자자, 그만! 윤미야?"
윤미를 조심스럽게 부르는 유하오빠.
그 목소리에 방긋 웃어보이는 윤미.
"윤미는 두마디 해서 안되겠다아. 한마디씩 하는거였는데~ 에이. 아쉽다."
"네네?"
"선생님은 한마디씩 하자고 했는데 두마디씩 해서 이번건 무효!"
"선생님!!"
"아참, 윤미야. 쉬는 시간에 잠깐 선생님 좀 볼까?"
"음, 네네!!"
좋아하는 윤미의 표정.
그리고서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는 윤미.
아무래도 철없이 좋아한 자신의 모습이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나보다.
그건 그렇구, 왜 윤미를 쉬는 시간에 보자고 하는거지?
왜지?
"자, 또 할 사람 있니?"
.
.
갑자기 조용해진 우리반.
아무래도 윤미를 쉬는 시간에 보자고 해서
여자아이들이 모두 윤미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 같다.
하하. 뻘쭘해라;
그때,
"선생님, 하은이가 한대요! 빨리 해!"
"그래? 하은아. 해볼래?"
나를 부추기는 진아의 행동에
나도 모르게 뻘줌하게 일어서버린 나.
"Umm, Umm.. 어.."
"그만! 하은이는 두마디 했네. 하하. 앉게!"
"하하하하하."
난 그냥 음음만 했을 뿐인데.
그것도 영어야? 에에. 뭐야아.
내가 앉자 깔깔깔 재밌다고 웃는 아이들.
그래도 뭐, 다행이다.
애들 분위기가 이걸로 좀 살아나서 하하.
"선생님도 해도 될까?"
"네!! 하세요!!"
"음음, 난.."
꿀꺽.
애들의 목에서 침이 꿀꺽 넘어갔나보다.
하하. 다 들렸다. 아하하.
하긴, 나도 그랬으니까. 허허.
"난 하은이한테 할게. 너무 뻘쭘하게 앉힌 것 같네. 하하. 너네들 분위기가 내려가서 그렇게 앉혔으니까."
"우우!!!"
아이들의 우우소리에도 아랑곳않고
나를 향해 방긋 웃어보이는 유하오빠.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유하오빠가 말하는 한마디에 모두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유하오빠의 멋진 중저음 목소리에..
"하은さん. あなたが 最近 私に 愛してと いた ことが ありますか。"
.
.
저, 저 말은 무슨 뜻이지?
"선생님!! 그건 일본어잖아요!!"
"아차, 일본어지!! 아차, 영어랑 헷갈렸다. 하하."
"에에. 선생님 잘난척 하는거죠?!"
"그랬나보다!! 하하. 미안하다. 대신, 오늘 아이스크림 선생님이 쏜다!!"
"와아. 최고최고!"
.
.
유하오빠의 밝은 미소.
그 미소 전 내게 했던 말은 도대체 무엇일까?
일본어인데..
그때,
하은의 뒷자리에 앉아있던
혜은이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
활짝 웃고 있는 유하를 보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하은을 보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