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
자기들 담임선생과 함께 걷고 있는 나를
에워싸고 헬끔헬끔 쳐다보다가도
무엇이 그리도 우스운지 깔깔대며
천방지축으로 흩어져 달아나는 이 아이들
이 아이들
낯선 사람을 보면
그가 무슨 친절이라도 베풀면 그 길로
지서에 달려가 신고하는 아이도 있다 이 산골 아이들
이 아이들
집에 가면 어른처럼 일을 하고
갓난아이 보다 얼러 잠재운다
이 아이들
그 얼굴 아직은 함박꽃같은 웃음뿐이고
그 손은 아직 고사리손인 이 아이들
저만큼 쪼르르 빗속으로 달아난다
저마다 메밀꽃 뽑아 한 손에 모아
그래도 선생님과 나에게 내밀고
부끄러워 부끄러워 밤송이 같은 뒷머리 뒤로하고 달아나는 이 아이들
무엇이 될까 이 아이들은 커서
나이 사십에 구부러진 허리
죽으면 죽었지 서른다섯에 아직 장가도 못가는 이 산골에서
무엇이 될까 그러면 이 아이들 도시로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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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남주 시인의 시에는 힘이 있죠. 민중들과 함께 부딪히며 살아온 그의 삶속에 내재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수의 힘... 그는 시인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