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입니다 - 하이쿠 몇 수
오늘이 3월1일 삼일절이고 공휴일입니다
절기상으로는 길고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3월6일이 개구리가 뛰쳐 나온다는 경칩이고
3월21일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입니다
앞으로 얼마 안 있으면 아파트 화단에 꽃 들이 만발하겠지요
목련꽃, 철쭉꽃, 영산홍, 벚꽃이 흐드러질 것입니다
우리집 거실 창문 바로 아래 목련꽃나무가 서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전지작업을 해서 앙상한 가지 뿐이네요
이제 곧 하얀 꽃들이 탐스럽게 피어 나겠지요
제가 자주 가는 우면산과 청계산에도
분홍색의 진달래와 철쭉이 활짝 피어날 것입니다
아직 날씨가 차갑고 춘래불사춘이긴 하지만
그래도 3월이 시작된다고 하니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아래에 나태주 시인의 봄을 노래한 짧은 시 한 편과
몇 편의 일본 하이쿠 시인 들의 봄노래를 인용합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휴일 보내시길 빕니다
그저 봄 나태주
만지지 마세요
바라보기만 하세요
그저 봄입니다
-하이쿠는 반쯤 열린 문이다.
활짝 열린 문보다 반쯤 열린 문으로 볼 때 더 선명하고 강렬하다 - 류시화
* 류시화 하이쿠 모음집
[백만 광년 고독 속에서 한 줄 시를 읽다 ] - 연금술사
바쇼(芭蕉)
모란 꽃술 속에서
뒷걸음질 쳐 나오는
아쉬운 꿀벌
부손(蕪村)
봄비 내리네
물가의 작은 조개
적실 만큼만
잇사(一茶)
올빼미여
얼굴 좀 펴게나
이건 봄비 아닌가
소라
아픈 승려가
마당을 쓸고 있다
매화가 한창
지게쓰
내 나이
늙은 것도 모르고
꽃들이 한창
Mendelssohn Spring Song Op. 62 No. 6/멘델스존 무언가 중 "봄노래"
일본을 대표하는 대형 서점 기노쿠니아(紀伊國屋) 신주쿠 본점에 가면
2층에 시집 코너가 있었다.
코너에는 어른이 양팔을 벌린 크기 정도의 책꽂이 2개가 있었다.
이 중 하나가 전부 하이쿠 매대다.
나머지 하나에는 일본 현대시를 비롯한 전 세계 시인들의 시가 꽂혀 있다.
전체 시집 매대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하이쿠 비중이 높다.
그 하이쿠 매대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꽂혀 있는 시집의 절반 이상이 바쇼의 작품이다.
서점 진열대에서 확인되듯 바쇼는 하이쿠의 완성자이자 지존이다.
마쓰오 바쇼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한 대표작들
봄
우수(雨水) 지나면 경칩이다. 놀랄 경(驚), 숨을 칩(蟄)!
그러니까 삼월 초순의 경칩은 겨우내 얼어 있고
숨어 있던 모든 것 들이 놀라 뛰쳐 나오는 무릇의 봄, 바야흐로 봄을 예고한다.
오래 묵은 연못에 개구리가 뛰어들며 내는 물소리를 떠올리다 보면
이 경칩이라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봄이 오는 소리, 그 들리지 않는 소리를 바쇼는 개구리의 몸으로 듣고 있다.
생명의 살갗과 정지된 물의 심연이 맞닥뜨리며 울리는 찰나의 소리,
촌음(寸陰)의 개구리 시간이
유구(悠久)한 연못의 시간을 일깨우는 생생과 상생의 소리이다.
하이쿠를 대표하는 시이다.
여름
여름의 깊은 초록에 둘러싸인 산사는 적막할 것이다.
이 적막한 정적을 날카롭게 울리는 매미 소리가 더욱 서슬 푸르게 한다.
짝짓기 상대를 부르는 수매미 울음소리에
여름 절집의 고요와 한적이 대비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초록이 짙고 매미 소리가 짙어 그 짙음이 뚝뚝 배어나는 듯하다.
배어나서는 커다랗고 메마른 바위에 스며드는 듯하다.
사랑의 소리, 생명의 소리는 그렇게 수천만 년을
단단히 웅크리고 있던 바위를 적시고
깊숙한 바위의 마음에까지 가 닿는 것이리라.
가을
하이쿠는 감각의 향연이다.
들리는 것으로 들리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아이러니의 노래다.
이 감각의 향연 속에 통찰과 사유와 깨달음이 새겨져 있다.
바쇼는 가을을 입술 끝에서 시린 촉각으로 읽어낸다.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하라는 말이 있다.
욕망이 담긴 말일수록 그 말이 나오는 입술 끝은 촉촉이 젖어 있기 마련이다.
말보다 침묵을, 머리보다는 감각을, 인위보다는 자연을 먼저 헤아려 볼 일이다.
입술 끝에 맺히는 욕망의 뜨거운 말을 제어하는 것은
입술 끝에 와 닿는 가을 찬바람이다.
그러니 말을 내뱉기 전 가을 찬바람 먼저 들이쉬고 볼 일이다.
다급히 말 먼저 뱉고 나면 가슴까지 시리게 될 것이다.
말하려는 입술은 늘 젖어 있기 마련이다.
겨울
한겨울이다. 재 속의 화롯불은 사그라 지고 눈물은 끓어 오른다.
슬픔의 눈물이 떨어져 화로의 불을 꺼뜨리기라도 하듯,
아니 떨어진 눈물이 화로의 불 속에서 끓기라도 하듯,
마음의 불이 뜨겁게 타오르기 때문에 화로의 불이 점점 사그라지는 것일까.
화롯불이 사그라질 때까지 화롯불을 바라보며
슬픔을 가누고 있는 감각적 표현이 압권이다.
‘끓는 소리’는 무엇인가 끓어 오르는 모양과 그 소리를 환기하는데,
그것도 ‘눈물 끊는 소리’라는 탁월한 표현을 통해
그 슬픔이 가누기 어려운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점점 꺼져 가는 화롯불은 소멸을 향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지표인바,
이 시는 친지의 죽음을 추모하며 그의 유가족에게 보낸 조문의 시로 알려져 있다.
하루종일 화롯불 앞에 앉아 달래야 했던 애끓는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했을 것이다.
이 뜨거운 슬픔 때문에 겨울이 더욱 춥게 느껴진다.
고바야시 잇사의 작품 들
첫댓글 아주 좋습니다 👍 오늘도 건강하시고 좋은 나날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행복한 봄이
되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 배우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법도리님도 늘 행복하시길요
늘 감사합니다
청솔님~
이제 진정한 봄이네요
전 봄이면 할 일이 많습니다
텃밭도 일구어야 되고
씨앗도 뿌려야 하고 ...
하기사 그 재미로 사는 것 아니겠는지요
네 봄이 왔습니다
보람있는 삶을 사시네요
저도 이제 좀더 자주 산엘 가겠지요
감사합니다
멘델스존의 봄의 노래가 올라왔군요.
제가 봄이면 제일 먼저 글에 올리던 음악인데요..
그러셨군요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도 좋지만
저는 이 음악이 더 좋드라구요
요한스트라우스 왈츠는 언제 들어도 감미롭지요
우면산보다 청계산을 많이 갔지요 특히 대모산은 집에서 가까워서 자주 갔고요 봄바람이 오늘은 많이 부네요
네 그렇습니다. 저도 그 곡도 좋아합니다
네 저도 청계산이 본토구요
주로 옛골 봉오재로 올라가서 이수봉으로...
가끔 서울대공원으로 해서 수종폭포거쳐
원터골로 넘어오기도 하구요
청계산은 이잡듯이 뒤지고 다녔습니다 ^^*
무려 30년이니까요
한때는 대모산도 고교동기들과 자주 갔습니다
중간에 하산해서 경기여고앞 시장에 가서
뒷풀이도 많이 했습니다
우면산 다닌지는 얼마 안 되었습니다
코로나때문에 버스 타는 것두 조심스럽구 해서
우면산은 집에서부터 바로 걸어서 갑니다
이제 봄바람이 심해질 계절이 됐습니다
호흡기 건강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정말 봄이 오고 있습니다. 봄맞이하러 다녀야 하겠습니다
홍매화가 핀 마당을 쓰는 스님의 모습은 선운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네 이제 봄이지요
사진은 구례 화엄사입니다
그 유명한 홍매화입니다
봄꽃 피면 꽃놀이 다닐 생각에 부풀고있습니다.ㅎ
하이쿠 관심은 있지만 공부하기보다
나에게 더 가치가있는것에 집중하기에 덮어놓겠습니다.
궁금한게 잇사( 일차/다)와 올빼미는 뭔 관계?
소라(하늘?)와 승려,매화는 뭔 관계?
유명한 일본의 하이쿠 시인들이구요
일본어로 17자로 지어내는 시입니다
극도로 절제된 정형시입니다
나중에 따로 소개하겠습니다
마쓰오 바쇼와 고바야시 잇샤는
정말 유명하지요. 부손도 그렇구요.
오늘은 요기까지 하겠습니다
사명님을 위해서 하이쿠에 대한 글 몇 개 붙입니다
아주 간단하니까 쉽게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청솔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삶의방에 지성인들께서 많으셔서 모르는 분야에 대하여 배우니 너무나도 좋습니다.^^
@사명 아이고 별 거 아닙니다
다만 자꾸 읽다보면 재미있는 것이
바로 일본의 하이쿠입니다
잘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우면산 올랐더니
철쭉꽂 새싹들이 여기저기
준비중인 듯
너무 신기했어요.
그러셨군요
이제 곧 꽃망울도 나오겠지요
좋으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