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가 사랑한 보물, 청주에서 만난다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10월 29일까지 수집품 399점 전시
야외 정원에 놓인 석조문화재부터
백자-서화-금속공예품까지 다양… 인왕제색도는 내달 20일까지 공개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평생 동안 수집한 서화 작품과 목가구, 자기, 금속공예품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충북 청주에서 마련됐다.
국립청주박물관(관장 이양수)에서 25일 개막한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서는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18건을 포함해 총 201건 399점의 기증 문화재가 선보인다. 광주와 대구에 이어 지역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0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석조문화재다. 청주박물관은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가운데 돌장승, 문인석, 동자석 등 459건, 836점의 석조물을 보관·관리해 왔는데, 이번 전시회를 위해 210점을 선별해 야외 정원에 배치했다. 또 전시실 입구 로비에는 석인상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배웅하며, 포토존도 마련됐다.
본전시 구성은 △맞이하며 △1부 수집가의 다양한 관심 △2부 수집가의 보물 △3부 수집가의 하루 △배웅하며 등으로 구성됐다.
시작은 ‘구담봉도’와의 만남이다. 단양팔경 가운데 하나인 구담봉을 담은 이 그림은 조선 후기 화가인 윤제홍(1764∼1840 이후)의 작품이다. 또 유학자 송시열(1607∼1689)의 제자인 권상하(1641∼1721)의 초상도 만날 수 있다.
1부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특정 시대나 사조에 치우치지 않고 수집한 폭넓고 수준 높은 문화재를 소개한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서화, 청자, 백자뿐만 아니라 서책, 분청사기, 불교회화, 금속공예품 등 다양한 전시품이 선보인다. 국보인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이 눈길을 끈다.
인왕제색도(조선 1751년, 종이에 먹, 79.2×138cm, 국보). 국립청주박물관 제공
2부는 문화재를 보는 빼어난 안목으로 수집한 수준 높은 보물들과 서화 작품 등으로 구성됐다. 선대부터 이어져 온 문화재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감식안 덕분에 수집된 작품들로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보와 보물로 지정됐다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 기증품인 ‘건희 1’인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서예 작품 ‘정효자전’과 ‘정부인전’, 단원 김홍도(1745∼1806)가 말년에 그렸다는 ‘추성부도’ 등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인왕제색도는 8월 20일까지, 정효자전은 8월 15일까지 전시된다. 또 정부인전은 8월 17일∼9월 6일, 추성부도는 10월 11∼29일 각각 감상할 수 있다.
3부는 조선 후기 무렵부터 미술품을 수집하고 장식장에 진열·감상하며 즐긴 선조들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책가도’(책장에 서책과 문방구 등을 그린 그림)를 활용한 진열장이 눈길을 끈다.
청주박물관 관계자는 “기업가이자 전통문화를 아끼고 사랑했던 수집가 이건희 회장이 모은 수집품들을 통해 우리 역사가 만들어낸 명품들을 감상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리며 온라인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장기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