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살아온 날을 돌아보라
우리는 원을 잘 세워야 합니다.
‘참 나’를 찾겠다는 원을 잘 세워야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면 나 자신을 천도할 수 없습니다.
나 자신이 먼저 천도가 되어야 부모, 형제, 조상님의 영가천도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달라지면 남이 달라지고, 남이 달라지면 내가 달라집니다.
내가 소중하면 남이 소중하고, 남이 소중하면 내가 소중합니다.
나와 남은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확고한 원을 세워 내 갈 길을 제대로 찾아가야 합니다.
나는 예전에 <서편제>라는 영화를 보면서 울었습니다.
정말 ‘울지 말아야지’ 하면서 <서편제>를 두 번째 보았는데 또 울었습니다.
왜 눈물이 나왔는가?
판소리 하나를 위해 인생을 다 바치고 심지어 눈이 멀어 가면서까지
판소리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도를 위해서 모든 중생을 위해서 내 인생을 얼마나 바쳤는가?’
이렇게 나 자신을 돌아보았더니 정말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 나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를 참 좋아했는데, 그 시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 하늘로 올라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우리는 모두 이 지구상에 소풍 왔습니다.
이 세상을 떠날 때 ‘어이, 지구여 가족들이여, 정말 소풍 아름다웠다네.’ 하면서
멋진 손짓을 하며 갈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천도가 된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천도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일 이런 사람을 우리가 천도하려고 한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실 것입니다.
“보시게나, 나는 지금… 이 저승에서 누군가를 위해 그들과 함께 아름다운 소풍을 다니려고 한다네.
자네나 소풍 잘하고 오시게나. 내 걱정 하지 말고……”
남이 나를 위해주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내가 남을 위해 무엇을 할 건인가를 찾아 행할 때 내 몸에서 광명이 나오게 됩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우리 지구에서 아름다운 소풍을 잘하고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소풍’을 하는 법을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경전을 읽고 법문을 듣는 것이 곧 그 방법입니다.
정녕 우리가 참된 불자라면 좋은 법문을 듣고,
그것을 마음에 새겨 행동으로 옮기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큰스님들이 당신 일평생을 바쳐서 탐구한 법문을 해주시면
그것을 내 마음의 양식으로 삼아 지닐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법문을 듣고서 다만 며칠 만이라도 스스로 돌아보며,
가족 서로의 단점을 이해하고 고치기 위해 서로 노력하면서
마음 농사를 잘 지어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 스스로 아름다운 소풍을 위해 반조(返照)해 보십시오.
“내 몸뚱이는 내가 아니다. 이 몸뚱이를 끌고 다니는 주인공인 내 마음을 위해,
나는 무슨 농사를 짓고 있는가?
내 몸뚱이는 내가 아니기에 내 몸뚱이를 늙지 못하도록 하거나 죽지 못하도록 할 수도 없다.
이렇게 내 몸도 내 마음대로 못 하는 것을 내 가족들을 내 마음대로 하기만을 바랐던 것은 아닌가?
그런 욕심을 부리는 것은 ‘참 나’가 아니다. 나의 업과, 탐욕 덩어리가 그렇게 한 것이다.
이제부터 참 나를 찾는 아름다운 소풍을 하리라.”
이렇게 거듭거듭 스스로 삶을 살피면서 참된 길을 모색하면 우리의 인생은 달라집니다.
‘정녕 참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진짜 나인가?’ 이렇게 묻고, 묻고 또 물어보십시오.
이제까지 내 감정을 따라다니느라 일평생을 헛되이 보냈으니,
오늘부터라도 내 마음을 위해 마음 농사 한번 지어보자는 것입니다.
내 마음의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며 마음의 평화를 한껏 느껴보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을 가만히 뒤돌아보십시오.
‘인간으로 태어나서 정말 행복하다’라고 느껴본 것이 과연 몇 번이나 됩니까?
또 마음의 평화는 얼마나 누리며 살았습니까?
불교를 믿는 불자가 되어 번뇌 망상이 없는
본래의 내 마음 부처를 돌아보는 시간을 얼마나 가져 보았습니까?
내 마음 부처를 돌아보는 그 시간은 고요하고 고요해서
남을 미워하래야 미워할 수 없고, 원망하래야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늘 나를 떠나지 않는 마음 부처를 생각하다 보면,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나는 부처구나. 언젠가는 나도 부처를 이룰 수 있구나’ 하는
마음에 희망이 용솟음치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됩니다.
- 혜국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