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같은 친구
초가을 귀뚜라미가 울 때나
어스름 겨울밤 진눈깨비가 내릴 때는 물론
오동나무 가지 사이로 초승달이 돋거나
하룻밤 사이에 목련이 질 때
누군지 불러서 차 한 잔을 나누고 싶다.
이제 갓 사귄 사람이 아니라
오랜 친구면 좋겠다.
오랜 옛 친구로되 되바라진 이야기가 아니라
조용조용 담담하게 말하는 친구라면
더욱 좋겠다.
가슴을 두드리게 사무치는 이야기나
주먹을 불끈 쥐도록 분노하는 이야기보다
그냥 이야기 하다가
서로 끄덕이는 화제라면 좋겠다.
하룻밤을 새면서
폭포처럼 쏟는 이야기보다
두세 시간쯤 편지하는 마음으로
한담하는 이야기라면 좋겠다.
그리고 일어서서 아쉽게 돌아가는
그런 이야기의
수필 같은 친구라면 좋겠다.
- 옮긴 글 -
- Beloved/Andan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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