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구분(鷄舍鳩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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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전구분생악취鷄前鳩糞生惡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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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翁>
닭장을 옮기고 보니 비둘기가 모여드네
닭들이 쪼아먹다 떨어진 먹이 비둘기 떼가 먹으려고
닭장 앞이 비둘기 똥 냄새로 악취가 진동을 하여
사방으로 비둘기 막은 철망을 쳐서 설치하였네.
올해는 뜻하지 않게 닭을 키우다 보니, 여러 가지 일을 겪게 된다. 닭장 때문에 일어나는 일도 참 많다. 벌써 다섯 번을 옮겼으니 말이다. 지었다 부셨다. 반복이다. 세상만사가 다 인연법칙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 모든 것이 조건 따라 오는 관련성 귀결이다. 닭장이 있으니 비둘기 참새가 날아온다. 닭장이 있으니 까치 까마귀까지 날아온다. 먹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곳에 두고 닭을 기르려고 마음먹고 닭장을 옮겨 놓았는데 또 문제가 발생을 한다. 채소 밭에 닭장을 만들어 주었을 때는 얼씬도 않던 비둘기 떼가 옥상 바닥에 닭장을 설치를 하고 보니, 접근성이 용이 해서 닭들이 쪼아먹다 떨어진 사료가 많아지자 비둘기 떼가 모여들어서 바닥에 떨어진 닭 모이를 먹어 치운다. 떨어진 모이만 먹고 가면 좋은데 닭장 사료까지 탐을 낸다. 닭들도 놀래서 소리를 치고 야단이다. 닭들 사료 먹이를 비둘기 떼가 계사 틈 사이로 머리를 삐쭉 박고 먹어댄다. 이러다 보니 닭들도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래서 부랴부랴 닭장 주위 사방으로 가는 철망을 쳐 주었다. 비둘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도시에 사는 비둘기들은 굉장히 영리한 놈들이다. 사람을 능가하는 영리한 날 짐승이다. 얏 잡아보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가는 철망을 사방으로 쳐 놓아서 마음을 안심했는데 이튼 날 보니 비둘기 떼가 또 버젓이 닭장 철망 안으로 들어가 닭장 모이를 쪼아먹고 있었다. 비둘기가 들어올 틈이 없이 철망을 쳐서 막았는데 앞쪽 출입문 틈 사이로 비둘기들이 비집고 들어가서 닭장으로 침입하여 닭장 앞 바닥이 비둘기가 싸놓은 비둘기 똥이 범벅이 되어서 악취 냄새가 진동한다. 청 똥파리 떼까지 날아든다. 정말 도시 비둘기는 길조가 아니고 해조다. 쫓아도 쫓아도 틈만 나면 바로 또 와서 땀 흘리고 애써 길러놓은 채소도 몽땅 잘라서 먹어 치운다. 구축용(鳩逐用) 칠색(七色) 바람개비 풍선을 달아놓아도 한 달은 오지 않다가 또 와서 귀찮게 하는 것이 비둘기 떼이다. 비둘기 똥은 악취도 심하고 시멘트도 부식을 시킬 정도이다. 비둘기 쫓은 비결은 없을까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얼 벗님들! 요즘 날씨가 무척 고온 다습 습기가 많습니다. 장마 폭우에 건강들 하십시오. 비둘기 떼 단상입니다. 여여법당 화옹 합장.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