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약해 더 혼탁” 서울시 7년간 위반행위 603건, 기소는 12건
[재개발-재건축 혼탁]
2019년 한남3구역 입찰방해 수사
“이익 제공, 뇌물 아니다” 무혐의
‘임대주택 제로, 이주비 최소 5억 원 지원, 고분양가 약속….’
집값 급등기였던 2019년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전. 총사업비 7조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장인 만큼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은 사업을 따내기 위해 조합에 이 같은 약속을 쏟아냈다. 과열 양상이 빚어지자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이들 건설사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등 위반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검찰은 무혐의로 결론 내리고 건설사들은 불기소 처분됐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가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어 정비사업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실이 서울시와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합동 점검 결과’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0개 정비 사업장에서 603건의 현행법 위반 의심 행위가 적발됐다. 이 중 76건이 수사됐고, 수사가 끝난 54건 중 실제 기소된 경우는 12건에 그쳤다. 전체의 1.9%만 실제 기소가 됐다.
무혐의로 결론 난 한남3구역 수주전의 경우 검찰은 건설사들이 입찰제안서에 이익을 제공하겠다고 명시한 것은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도정법에서 금지하는 것은 계약 관계자에게 뇌물을 줘서 계약을 성사시키는 행위라는 것. 검찰은 건설사들이 ‘고분양가 보장’ 등 이행 불가능한 내용을 제안해 입찰을 방해했다는 혐의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입찰제안서에 쓴 항목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봐야지, 위계나 위력 등의 방법으로 입찰 공정을 방해한 입찰방해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정법상 불법의 범위를 더욱 명확히 하고, 이를 관리감독 과정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