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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그저 평범한 비전문가, 비전공자임을 밝히구요.
최근 보도되는 방송 관련 이슈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에 대해
여기 카페 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 글을 올립니다.
의외로 이런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사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도 여기 카페 말고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제 생각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만약 iptv 서비스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간다는 전제하에,
친대기업 성향인 반면 공중파 방송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있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은 이상
향후 방송-통신 정책은 iptv 서비스 주체인 kt, skt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공중파 방송국의 대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선 iptv와 공중파 방송국의 관계는, 포털과 신문업계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봅니다.
네이버같은 포털의 등장으로 인한 신문업계의 위기부터 반추해 보면요.
네이버 뉴스 메인화면을 보십시오.
거기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최강자 신문인 조중동은
그저 하나의 신문기사 제공업자일 뿐입니다.
조중동 기사라고 해서 어떠한 메리트도 작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신문을 직접 구독해서 기사를 보는 게 아니라
네이버를 통해 기사를 접합니다. 이런 독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신문업 전체의 위기를 가져왔고,
특히 조중동은 지난 10년간 정권을 잡았던 중도진보 성향의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언론의 영향력, 호감도 면에서 방송에 추월당하는 위상 변화를 겪었습니다.
여기 계신 카페분들 열이면 아홉은 조중동보다는 방송국에 입사하기를 바라듯이요.
마찬가지입니다.
iptv의 등장은 공중파 방송국에 이러한 위기를 초래할 것입니다.
조중동은 네이버같은 포털의 공세에 밀리면서도
콘텐츠 제공 업체라는 위치는 잃지 않았습니다.
네이버나 다음이 직접 기사를 생산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바로 이 점이 조중동이 그래도 그나마 현재 위치를 유지하는 원인입니다.
콘텐츠 유통은 네이버가 차지하고 말았지만, 콘텐츠 생산은 여전히 신문사가 하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iptv는 다릅니다.
시청자들이 인터넷으로 방송을 보고, 다운받아서 보고,
최소한 케이블,유선,위성을 설치해서 방송을 보고 있는 게 대세입니다.
순수하게 텔레비전 수상기로만 방송을 보는 시대는 저물었다는 것이죠.
이러한 변화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공중으로 쏘아진 전파를 통해 텔레비전으로 방송을 보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공중파 방송국의 위상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iptv는 여기에 화룡정점을 찍을 것입니다.
iptv는 방송 콘텐츠의 네이버 역할을 할 것입니다.
좀 더 덩치가 큰 kt가 네이버라면, skt는 다음 쯤에 비유할 수 있겠죠.
문제는 kt, skt가 유통 네트워크만 장악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까지 직접 만들어 유통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방송 콘텐츠 유통뿐만 아니라 생산까지 kt, skt가 직접 할 것이라는 의미죠.
그래서
신문업계가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보다 더 큰 위기를 공중파 방송국은 겪을 것이라는 점이죠.
kt, skt가 만들어놓은 새로운 프레임을 통해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그게 대세가 됐을 때
거창하게 말해서 페러다임은 이미 바뀌고 난 뒤입니다.
현재까지는 공중파 방송국이 kt, skt에 대해 큰 소리를 칠만한 위치에 있습니다.
방송 콘텐츠의 유통을 위해서는 앞으로 kt, skt의 눈치를 봐야하고
궁극적으로는 kt, skt가 만들어놓은 새로운 체제 안으로 할 수 없이 종속되어야 한다는 위기감은 있지만,
여전히 콘텐츠 생산업체라는 위치는 굳건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현재 볼만한 방송 콘텐츠의 대부분은 공중파 방송국이 만들고 있다는 것이죠.
공중파 방송국 입장에서 자기네들이 콘텐츠를 팔아줘야
iptv가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배짱을 부리고 가격도 맘대로 정하고 할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kt, skt와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는 날은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분수령은 kt, skt가 자체 종합편성채널을 만들어 방송할 수 있게 하느냐의 여부입니다.
만약 이러한 것을 정부가 허용한다면
그 때부터는 힘의 축이 kt, skt에 쏠릴 것입니다.
kt 입장에서는 전국적인 네트워크 망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압니다.
공중파 방송국뿐만 아니라, 영화 등 각종 캐이블 채널들이 콘텐츠 생산자로서
제대로 협조를 안해주면 사업 자체가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죠.
이미 스카이 위성방송을 보면서 절실히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야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kt는 현재 드라마 프로덕션을 소유하고 있고, 영화 제작사도 설립할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교양, 예능 제작사를 흡수, 합병하고
전 영역에 걸친 방송제작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입니다.
메이저 인력도 끌어 와서 스타 연기자, 스타 작가, 스타 연출자 등도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공중파 방송은
그동안 쌓아놓은 방송제작 노하우가 월등하고,
방송제작, 유통의 메인스트림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케이블 채널 등에서 맨 앞자리에 배치되고 있는 예우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교 우위는 이제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집니다.
드라마는 더 이상 방송국에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건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구요.
문제는 외부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가 어디로 우선 유통되느냐의 문제입니다.
현재는 대형 기획사, 제작사들이 공중파 방송국에서 방영되기 위해 드라마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죠.
꽤 공을 들이고 돈을 쏟아부어 만든 드라마를 mbc에 납품하는 게 아니라,
kt에 납품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거죠.
상당수의 사람들이 kt, skt가 만들어놓은 프레임을 통해 방송을 볼테니까요.
바로 이 때부터 공중파의 진짜 위기는 시작되는 것입니다.
현재 자체제작하는 케이블 방송국, 예를 들어 tvn 같은 경우
공중파 방송의 완성도나 규모에 많이 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만약 거대 자본인 kt나 skt가 방송을 직접 만들고 스타들을 싹쓸이 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무한도전이 mbc가 아니라 kt의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되고 있고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고 사람들이 iptv에서 본 이 프로그램 얘기들을 하는 걸
상상해 보십시오.
힘의 축이 kt, skt 쪽으로 쏠리면
공중파 방송국 출신 피디들이 기꺼이 kt, skt 계열사 직원이 되겠다고
방송국을 대거 탈출할 수도 있겠죠.
위에서 잠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거창한 말을 했지만
이 의미는 곧 현재 갑론을박하고 있는 방송 관련한 토론들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하는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송의 민영화에 대해서 여기 카페에 올라오는 반응들이나
소위 진보 성향의 언론단체들이 하는 주장들을 봅시다.
물론 학교에서 배웠듯이, 혹은 평소에 읽은 언론 관련 책에서 터득했듯이
방송의 공영성이니, 공중파의 공공재 성격이니 하는 얘기들,
무슨 조중동의 언론 장악을 막기 위해 mbc가 민영화가 되면 안된다느니 하는 주장들
솔직히 팔자좋은 공자왈 맹자왈처럼 보이는 게 솔직한 제 생각입니다.
한양 땅에 조선총독부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와중에
양반 유생들이 모여서 개항을 해야되니 말아야 하니 갑론을박하는 형국이랄까요.
kt, skt가 방송 콘텐츠 제작, 유통의 메인스트림을 장악하고
공중파 방송국이 주변부로 밀린다는 것은
방송의 공영성, 공중파의 공공재적 성격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공자님 말씀을 읊어대는 주장들은
거스르기 힘든 거대한 흐름 앞에서 허무해 보이기까지 하구요.
대기업이 공중파 방송을 장악해서야 되겠냐구요?
kt나 skt같은 대기업이 굳이 공중파 방송국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방송 프레임 안에서 최강자로 군림할 예정입니다.
문화 주체성이요?
이런 대기업은 외국인 소유 지분 제한도 없습니다.
방송의 공영성? 공중파의 공공재적 성격?
사람들의 대부분이 iptv로 방송을 보고 있고
kt라는 거대 사업자가 만든 방송 콘텐츠를 보고 있다면
그 논의들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요.
iptv 얘기에서 잠시 벗어나서
신문, 방송 겸업에 대해서도 얘기해 봅시다.
공중파 방송국의 보도, 교양 부문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위기가 바로 조중동의 방송 겸업입니다.
조중동같은 미디어그룹 역시 방송 사업에 진출한다면
kt나 skt가 만들어놓은 거대한 프레임 안에서 콘텐츠 생산자의 위치에 머무르겠지만,
이들 미디어 그룹 입장에서는 방송은 하나의 사업 영역일 뿐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메이저 신문사들이 방송국들을 계열사로 하나씩 소유하고 있듯이,
그러한 수준의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하는 선에서 만족할 것입니다.
하지만 굳이 일본처럼 공중파 방송국을 손에 넣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보도 부문에서 현재는 ytn이 공중파와 겨루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조중동 미디어 그룹이 보도채널에 진출할 것입니다.
신문, 방송 겸영을 허용하게 됨으로써
우선 케이블, 위성 채널로서 보도 채널을 만들테고,
그 다음은 보도, 교양 채널,
그 다음은 종합편성채널로 확대 성장할 것입니다.
이쯤되면 조중동은 더 이상 공중파를 차지하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매력적인 먹잇감이 아니니까요.
현재도 사람들은 ytn을 통해 뉴스를 많이 접하듯,
앞으로는 조중동이 만든 뉴스 방송도 많이 볼 것입니다.
공중파 9시 뉴스는 그저 하나의 뉴스 프로그램일 뿐이 되겠죠.
현재 네이버를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지금 언론계 학자들이나 여기 카페 분들이나
조중동이 대기업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mbc나 kbs2를 소유한다면
문제가 되니, 안되니 이런 걸로 토론하고 있다고 칩시다.
이것 역시 공자왈 입니다.
kt나 skt가 만들어놓은 새로운 프레임으로
방송 콘텐츠 유통의 무게중심이 옮겨간다면
이런 논의 자제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죠.
그 프레임 안에서는
조중동이 만들어놓은 케이블 보도채널, 혹은 종합편성채널과
공중파 방송사는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조중동이 굳이 공중파를 소유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조중동 입장에서는 케이블 방송사업만 허용할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겁니다.
이처럼 조중동은 지금보다 더 회사를 키워나갈 수 있는 플러스의 형국이라면,
공중파 방송국은 점차적으로 몸집을 줄이고, 인력도 줄이고, 분사도 시키고 하는 등의 마이너스의 형국이 될 것입니다.
주제 넘지만 만약 동기나 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얘기나 나왔다면
이런 말들을 하고 싶습니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
이게 언론사를 지망하는 사람들의 욕구일 것입니다.
피디가 됐든, 기자가 됐든, 아나운서가 됐든지요.
결론은 이렇습니다.
얼른 현직이 되세요. 프로페셔날의 세계로 뛰어드십시오.
그 곳이 꼭 공중파 방송국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좀 더 심사숙고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미디어 업계가 재편이 되더라도
공중파 출신이라는 메리트는 늘 작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공중파에 신입으로 입성하기는 앞으로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신규채용은 줄어들고 경력직 위주의 채용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방송사 공채에 합격하지 못했다고 무슨 대입 재수하듯이 다음 해의 공채만을 바라보지 마시고,
꼭 방송사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잡고
거기서 커리어를 쌓아서
메인스트림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하루 빨리 기르는 것이 낫습니다.
이 미디어의 격변과 혼돈의 시대에 언제 어떻게 또 다른 멋진 기회를 잡을지 모릅니다.
앞으로는
신문기자와 방송기자의 차이,
기자와 교양pd의 차이,
영화감독과 드라마 pd의 차이,
거대 기획사의 개그맨과 예능 pd의 차이,
연예인 출신의 mc와 아나운서의 차이
이러한 차이들이 더욱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전통적인 직종 구분이 사라진다는 거죠.
그만큼 방송사 공채 출신 pd나 스탭들의 독보적인 위상도 그만큼 흔들리는 겁니다.
지금의 아나운서들 처럼요.
그리고 방송사는 이제 더 이상 안정적인 직장으로 남기가 힘들 겁니다.
일단 광고로만 먹고 살아야하는 민영 방송사에 더 이상 예전처럼 고가의 광고가 집중되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들이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예전보다 영향력이 훨씬 줄어든 공중파 방송국에
비싼 돈을 주고 광고할 이유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mbc나 kbs는 아마 새 정부에서 구조조정 빡세게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mbc가 민영화되면 sbs의 인력구조를 기준 삼아 구조조정을 할테고,
(sbs는 mbc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인력으로 공중파 채널 하나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mbc의 새 주인은 당연히 sbs를 참조할 수 밖에요.)
그리고 kbs는 bbc, nhk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벤치마킹할 것입니다.
kbs2는 아예 분리, 독립될 수도 있구요.
만약 지금까지 말한대로 미디어 업계가 재편이 된다면,
kbs는 kbs1 채널만 소유하면서 아마 지금의 ebs 수준의 위상을 차지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mbc, sbs, obs는 걍 하나의 제법 경쟁력쯤은 갖춘 평범한 방송제작업체의 수준이 될 거 같구요.
하지만 메이저 인력들은 이미 kt나 skt, 혹은 조중동 미디어 그룹으로 빠져나가고 난 뒤겠죠.
이상
최근 각종 방송, 미디어 관련 보도들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만
뭐 전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현실에 대한 인식은 님의 생각과 거의 비슷합니다. 지상파 방송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님이 공자님 말씀이라고 표현하신 '방송의 공영성'이나 '공중파의 공공재적 성격'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반드시 보호받고 유지되어야 하는 우리사회의 소중한 가치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전 다른 어느 곳 보다도 지상파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IPTV가 메인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저 역시 예상합니다만, IPTV는 결코 할 수 없는 몇몇 일들을 지상파 방송은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의 역량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뭐 거의 바람이지만서두요...
행여 드리는 말씀이지만 제가 저런 글을 썼다고해서 反공영주의자는 아님을 살짝 밝혀둡니다. 제가 좀 거칠게 예상은 했지만, kt, skt같은 대기업이 방송의 주류로 자리잡더라도 사회가 성숙하다면 방송의 공영성을 최소한 담보할만한 장치는 생길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게 어떤 형태의 장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그렇죠. 다소 먼 미래의 얘기일 수 있습니다. 제 글을 다시 읽어보니 좀 확신에 찬 어조로 당장 일어날 것이라는 뉘앙스를 주긴 하네요. 위의 제 잡글은 하나의 예언일 수도 있겠지만, 걍 자다 봉창 두드리는 한낱 헛소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걸 솔직히 인정합니다. 다만 글에서 언급한 미디어업계의 재편이 먼 훗날 일어날까말까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이야기를 꺼내보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10년 후의 이야기라도 하더라도, 10년 후라면 여기 카페에 계신 분들 대다수가 한참 일을 할 나이이기 때문이죠.
DMB가 처음 나왔을 때, DMB가 방송 환경을 확! 바꿀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이 이 시대를 지배하면 신문은 확! 사라질 거라고 했지만, 여전히 건재합니다. IPTV 또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어차피 중심은 공중파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와 역량을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공중파도 서서히 변화를 모색할 것입니다. 다양화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전문성과 심층성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죠...
그렇죠. 물론 공중파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겠죠. 다소 먼 훗날, 자사 인력들이 지금보다 더욱 외부로, kt나 skt로 빠져나가고, 시청률도 더욱 낮아지고, 광고 단가도 내려가고 등등 그런 상황에서 과연 공중파가 어떻게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예상하기가 힘이 듭니다. 공중파가 그 전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가 미쳐 생각지 못한 부분을 많이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문콘텐츠와 방송콘텐츠의 차이를 고려해서 좀 더 생각을 달리 해봐야겠네요. 조중동의 정확한 규모에 대해선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신문 입장에서 방송은 도전해볼만한 영역이지만 방송사 입장에서 신문업이 과연 매력이 있을지 의구심이 들긴 합니다. 최근 cbs가 신문을 만든다는 뉴스를 얼핏 본 기억은 있습니다만. 그리고 공채출신, 기수문화에 집착하는 기업문화에 대한 지적도 공감이 갑니다. 다만 다양한 경력직을 흡수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키워 온 네이버나 skt의 기업문화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미래의 방송사는 저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요.
현재 모 통신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얼마 전 통신업계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된 IPTV 관련법안이 통과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도 큰 기대감에 차 있는 게 사실입니다. 당장 IPTV를 시작한다고 해도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고요(물론 망 부분의 보완이 시급한 상태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앞으로 펼쳐 질 '미래의 미디어 환경변화'를 분석하느라 회사의 많은 전력을 쏟고고 있습니다. TPS, QPS등의 번들상품이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IPTV는 그야말로 미래의 신성장 동력원인거죠. 이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아무래도 양질의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것일테지요. 그래서 영화사, 드라마제작사, 음반회사 등을 인수하는 것이고요.
이런 세력 확장에도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는 앞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단적으로 현재 TV포털(메가TV, 하나TV, 마이LGTV)의 콘텐츠 소비행태를 봐도 지상파 콘텐츠의 소비는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고요. 이러한 행태는 IPTV가 시행되도 변함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는 곧 시청자들이 가장 원하는 콘텐츠는 여전히 지상파 방송사들이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IPTV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들의 큰 영향력 가지고 있고, 통신업계의 콘텐츠들이 이를 계속해서 견제하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통신업계는 계속적으로 자사의 콘텐츠를 늘려 시청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애쓸테니까요. 따라서 지상파방송도 현재와 같이 안주하지 말고 미래의 미디어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유지하고 있는 절대적인 미디어의 위상은 흔들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통신회사에 계신 분의 생각도 듣고 싶었습니다. 답글이 좀 늦었습니다만 댓글 잘 읽었습니다. 말씀대로 공중파 방송국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긴 하겠지만, 이 때 많은 노력이란 게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 방송국에서 어떤 뽀죡한 대안이 있을지. 여하튼 말씀대로 힘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은 하겠죠. 문득 예전에 잠시 스터디 같이 했었던 skt 직원이었던 동갑내기가 생각나네요. 님이 만약에 제 지인이고 회사에서 미디어 관련 부서에서 일하고 계신다면 그 회사 계속 다니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물론 술자리에서요. 댓글 고맙습니다.
조중동과 그들의 나라가 올까봐 겁납니다.
지상파 콘텐츠도 이제 외주로 많이 돌아설 것 같은데요. 굳이 '지상파 콘텐츠'라고 구분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요? 앞으로 분업화가 좀더 이뤄지면 굳이 지상파 아니라도 갈 데 많죠. ^^;; 미디어 시장에도 콘텐츠 시대가 오는 거겠죠. 간판이 아닌.
윗글에서 말하는 지상파 콘텐츠라는 것은 지상파 채널을 통해서 방송되는 콘텐츠를 말합니다. 생산주체가 아니라 유통이 어디에서 우선 이뤄지느냐의 기준이구요. 여하튼 말씀대로 미디어 콘텐츠의 춘추전국의 혼돈 시대를 거칠테구요. 궁극적으로는 iptv 사업자들이 평정할 것 같습니다. 누가 평정하든지간에 님 말씀대로 지금보다 더 다양한 출신과 성향의 인력들이 동등하게 경쟁하는 마당이 될수도 있겠죠.
요즘은 직접 제작보다 외주가 대세입니다. KT, SKT도 고연봉의 제작인력 고용하기 보다는 외주로 최저임금 주면서 굴릴 겁니다. 영화판이나 음악판처럼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시대가 오는거죠. 우리 회사 PD들도 아웃소싱 당할까봐 많이 떨고 있어요. 영화,드라마,음악 등은 이미 외주가 대세고요. 그러나 기자들의 '보도'분야는 방송사에서 끝까지 잡고 있기 때문에 고용안정성면에서 매우 유리하답니다.
맞습니다. 새롭게 해게모니를 쥔 통신회사들이 과연 과거의 공중파 방송국처럼 제작인력들에게 안정된 직장을 마련해 줄까하는 점. 님 말씀대로 특히 pd쪽에서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꽤 격변이 일어날 것 같기도 합니다. 마치 지금의 영화감독이나 방송작가들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승자 독식, 부익부 빈익빈. 인정받는 pd는 지금보다 훨씬 고액연봉을 받을테고, 상업적인 잣대 아래 인정받지 못하는 pd나 조연출은 박봉과 불안정한 신분에 놓이는 상황. 다니시는 직장이 방송국이신지, 프로덕션이신지, 케이블이신지 모르겠지만 대충 그런 분위기인가 보군요. 댓글 잘 읽었습니다.
러닝 홈런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어제 미디어 오늘 기사를 읽다가 제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 내용과 거의 비슷하네요. 지상파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위기감을 느낄만합니다. 미디어 컨버전스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죠. 모든 정보는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유통될 거란 전망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의 질입니다. 지상파 방송국이 생산해내는 콘텐츠의 질과, 통신 기업이 자체적으로 혹은 외주 제작사를 통해 생산해내는 콘텐츠의 질의 매력도에 따라 우위가 갈릴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지상파 콘텐츠의 질이 뛰어나더라도...
유통에 있어선 인터넷 환경이 헤게모니를 쥘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렇게 될 경우 지상파 방송국은 콘텐츠 제작의 기능만 남게 되겠죠. 당연히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입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방송의 공영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전파 송출 기능을 전면적으로 폐기시키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봅니다. 최소한의 기능은 남겨 놓겠죠. 결론적으로 지상파의 위기란 진단은 정확합니다. IPTV와 지상파 간의 힘의 균형을 쉽게 예측하긴 힘듭니다만 분명한 건 우리는 이미 유비쿼터스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상파 방송도 적합한 대안을 만들어내서 iptv와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말씀대로 방송의 공영적 기능은 유지하려고 이 사회가 노력은 할 것입니다. 공영성은 iptv가 최후의 승자가 되더라도 지상파가 계속 존재해야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앞으로의 지상파가 상업성이 강한 드라마나 예능의 주도권을 지금처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되겠습니다. 이것은 결국 먼 훗날 지상파 방송국의 구조조정과 다운사이징으로 귀결될 수도 있겠네요. 지상파에 계신 분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댓글 잘 읽었습니다.
방송의 미래에 대해 많은 분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는, 우리들(대충 4년제 대학 나온 젊은이들 정도)이 생각하는 것 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공중파가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영향력이 점점 약화될 거라는 예측은 정확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일례로 중진국 이상의 국가에서 공중파 뉴스 시청률이 20%를 꾸준히 찍는 곳은 없습니다. 젊은이들은 dmb, iptv, 인터넷 등으로 빠르게 시야를 넓히지만 아직도 한국의 장년층 많은 분들이 kbs1에서 일일극 보고 뉴스보고 잠드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아아... 닥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