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낮에 병원을 출발하여 신록이 우거진 경춘가도를 달려
오늘의 중앙대 "의약학 계열 발전 세미나"를 여는 춘천 의암호 옆 "라데나 리조트"에 도착한다.
기사가 하이패스 게이트로 들어와서 헤매드니 중간에도 강촌에서 빠져 우회를 하고
또 라데나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등 늦게 간신히 예정시간에 도착.
계열별로 여는 첫번째 세미나로 약대교수와 적십자 간호대학을 흡수하여 거대 간호대학교수까지 참석하였다.
우선 방을 배정 받고, 노인네라 콘도 독실 배정을 전망 좋은 곳에 받고
들어와서 내려다 보며 한 커트를 찍는다.
왼편으로는 등산로입구가 혐곡으로 아름다운 삼악산이 있으나 잘 보이질 않는다.
벌써 수상스키를 타고 있는 사람도 있네.
수영장 부근에서 저녁에 회식이 열리는 장소.
내려 와서 한장을 다시 찍는다.
라데나(Ladena)는 Lake, Garden, Nature를 따서 만든 말.
국민의례에 이어 의무부총장의 개회사, 박인원기획실장의 기조발표,
이태진 의학부장의 "2012년도 의약학계열 KPI 및 특성화사업"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이런걸 열어도 세미나만 발전하는 게 아니가 하는데 다행히 지난 세미나에서 제시된 사항은 현 진행상태가
프린트에 나와 있었다.
"KPI가 뭐지?" 하고 물어보아도 아는 사람이 없다.
결국 나중에야 KPI는Key Perfomance Indicator라는 걸 알았지만.
나중 의학부장에게 그런 건 약자로 말하지 전에 한번은 제대로 말해주어야 한다. 라고 주의.
내가 혈기왕성하던 때 내과 전문의 주관식 채점에 들어갔는데
정답이 Mitral Valve Prolapse이었다.
이걸 MVP로 답을 쓴 사람들에게 점수를 반으로 깎았다.
사회통념상 MVP는 Most Valuable Person의 약자이니까.
병원의 내과 아침 컨퍼런스에도 국제공인약자가 아닌 편의상 약자를 쓰면 누구나 나에게 혼이 난다.
이어 분임 토의에 들어가서 나는 3조 학생교육 개선이다.
약간의 휴식 후 교양강좌는 주제가 연구윤리이었다.
한양대학에서 정년 퇴임을 하시고 우리 건진센터에 와계시는 함창곡교수님은 서울대 나의 5년 선배이시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끼치는 한시간의 강의가 끝이 났다.
나 역시 이런 기준으로 보면 자유롭지 않으나 다행히 2006년 이후부터는 해당이 되고
나는 정년이 내년이니까 더구나 문제될 곳이 없다.
("연구윤리"에 대하여는 추후 따로 올리겠습니다.)
"휴, 한숨이 나온다."
오늘 오후의 일정은 모두 끝나고 드디어 즐거운 풀 사이드 회식이다.
술은 생맥주와 소주가 무한정.
맥주맛이 좋으니 약간 싱거운듯하여 소주에 말고서.
줄을 서서 음식을 담아 오나 나는 먼저 줄이 오지 않은 곳으로 가서 아래 접시의 안주감을 가져온다.
위는 누가 가져다 놓은 안주들.
나의 후배 신경외과 황교수, 내가 서울대병원에서 특실 주치의를 할 때 인턴으로 그때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한다.
졸다가 뒤로 넘어지면 바로 수영장인데.
나의 물주인 일반외과의 장교수.
돈 잃을까봐 지레 겁먹고는 저녁식사후 서울로 줄행랑을 쳤다.
그러나 약학대학의 젊은 교수가 우리 옆에서 유아용 풀에 빠졌다.
불콰한 얼굴에 음주운전도 아닌 오늘 저녁은 좀 마셔보자.
소주 잔, 맥주잔, 소폭 등등으로.
나는 구차스럽게 음식을 담아 오지 않는다.
남이 가져다 놓은 것만 먹어도 되니까.
오늘 참석한 사람 가운데 내가 최연장근무자이다.
끝나고 나오니까 네온이 불을 밝힌다.
마치고 훌라 멤버를 찾으니 모두 도망을 가고
할 수 없어 원장, 보직자들과 간호대학, 약학대학 팀과 같이 노래방에 들른다.
노래방과 휴가는 먼저 찾아 먹는 사람이 임자.
몇 안되는 애창곡을 남이 불러버리면 김도 새고 부를 곡도 없고.
전문의 마친 후 77년 군의훈련을 끝내고 대위임관하여 일동의 103야전병원에 배치되었을 때
선임 군의관이 하는 말. "군대는 무엇이던 먼저 찾아 먹으라."
76년 판문점 8.18 북괴군 미군장교 도끼 만행사건때 나중 여름휴가를 준비하였던 장교들은
아무도 휴가를 가지 못하였다.
나도 아래사람들에게 여름 휴가를 간다면
장마끝나고 난뒤 바로 가는 것이 좋다.
이유는?
애들 어릴때이니까 80년 대초.
계곡이 아름다운 월악산 송계계곡을 갔는데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 옆 숲속은 온통 오물과 쓰레기 천지이었다.
또 하나.
이는 여름이나 겨울 모두 해당이 되지만 휴가시작할 때는 음식점의 요리가지수도 많고 양도 넉넉.
끝날 무렵에는 가지수도 적고 양도 더 적다.
스키장에도 처음에 나오는 돈까스는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하나 끝날무렵에는 애들 손바닥만.
사람들을 제대로 알려면 술을 같이 마셔보고, 노래방을 같이 가보고, 노름을 같이 해보면 모든 성질이 나타난다.
특히 노래방에 가면 저런 끼를 어떻게 감추고 살아왔나? 할 정도로 간호대학의 염모교수가 술도 안 취하고 잘 논다.
첫댓글 사진으로 보기엔 젊어지신것 같습니다. 아랫쪽의 발뼈 조각은 독특하네요...
아니 그게 발뼈였어?
역시, 그 날 과음하셨나 봅니다. 허긴, 관심 없이 보면, 눈으로만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