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진 복어가 그물에 걸리기 전까지 아무도 복어에 관심을 두는 이 없었으나 뒤집힌 배로 지느러미를 힘없이 파닥이자 배가 남산만 한 복어를 보려고 그 종자들이 여럿 다녀갔다 도마 위에 올려진 복어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소년은 옆에서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두어 번 지느러미를 파닥이던 복어가 눈을 감았다 복어는 수제비반죽 같은 베옷을 입혀 요란한 상여에 올려졌고 복어 뱃속에서 스스로 끓던 복수가 넘쳐 냄새가 진동했다 사람들은 복어가 맛있을 줄 아는지 술병을 가지고 달려들었으나 한창 산란기의 맹독을 가진 복어를 먹지 못하고 장구산에 묻기로 했나보다 며치루 며치루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며치루 며치루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42년 동안 탁류의 바다를 헤엄쳐 온 복어는 요단강을 건넜고 다른 복어들이 강을 건너간 복어를 찬송하는 사이 포클레인은 강둑을 헐었다 복腹비린내가 천지를 진동하는 날 하늘에서는 부슬부슬 눈물 섞인 비가 내리고 사람들은 고형의 틀에 복어를 넣더니 에헤이 달고 에해이 달고 회를 개어 복어 화석 다지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날 이후 소년의 가슴엔 평생 지워지지 않을 화석이 들어앉았다 *어머니는 42세의 산란기에 돌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