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산불 8일째, 관광객 등 2만명 대피… 伊 남부지역 47도 폭염, 북부선 살인 강풍
지중해 수면온도 20년만에 최고치
그리스 로도스섬에 대형 산불… 불길 피해 대피하는 주민 25일 그리스 로도스섬의 산불 피해 지역에서 한 주민이 불길을 피해 대피하다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스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인 로도스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약 2만 명의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대피한 가운데, 이날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 헬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로도스=AP 뉴시스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이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폭염과 폭우로 관광객이 대피하고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지중해 수면은 20년 만에 가장 뜨거웠다.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그리스 수도 아테네 북쪽 휴양지 에비아섬에서 산불 진화에 투입된 소방 비행기가 추락해 2명이 숨졌다. 현장에선 불에 탄 목축업자 시신도 발견됐다. 에비아섬에서는 23일부터 산불이 발생해 소방 비행기 4대, 소방관 100명이 동원돼 진화하고 있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로도스섬은 18일부터 이날까지 8일째 산불이 계속됐고 관광객을 비롯해 2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코르푸섬에서도 산불로 약 2500명이 피신했다. 지난 한 주 3만5000ha에 이르는 그리스 숲이 소실됐다고 현지 언론은 추산했다.
이탈리아 북부에선 25일 강풍이 불어 여성 2명이 숨졌다. 1억 유로(약 1400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예상되자 정부는 긴급 조치를 발령할 것으로 알려졌다. 넬로 무수메치 시민보호-해양부 장관은 “내각은 비상 사태를 선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탈리아 남부는 지속적인 폭염에 휩싸였다. 이날 기준 남부 16개 도시에서 심각한 폭염을 경고하는 적색경보가 발령됐다. 칼라브리아에서는 한 주택에 불이 나 98세 남성이 숨졌다고 ANSA통신이 전했다. 시칠리아 섬에선 26일 노인 3명이 산불로 숨졌다. 시칠리아 일부 지역은 24일 기온이 섭씨 47.6도까지 올라 2년 전 이곳에서 기록된 유럽 최고 기온(섭씨 48.8도)에 근접했다.
스페인 해양과학연구소는 이날 지중해 일평균 수면 온도가 섭씨 28.71도로 28.25도를 기록한 2003년 8월 23일 기록을 깼다고 발표했다. 포르투갈에서도 25일 오후부터 수도 리스본 서쪽에 있는 자연공원에서 산불이 번져 소방관 600여 명이 구조 작업을 벌였다.
파리=조은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