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박사는 2012년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영국 맨체스터에서 만난 이청용과의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당시 대표팀 숙소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었다. 그로 인해 청용이는 숙소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나랑 호텔 밖 주차장에서 만나야 했다. 그때 청용이가 한 말을 잊지 못한다. ‘박사님, 전 지금까지 대표팀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 못했어요. 당연히 뽑히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나와 있으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영광인지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제가 처음 골절됐을 때는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절망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다리가 나아지는 걸 직접 느끼면서 이렇게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라고 얘기하는데 가슴이 울컥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보람과 감동,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이청용의 수술과 재활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그라운드에 서야 하는 그한테는 ‘부상 트라우마’가 또다시 그를 괴롭혔다고 한다.
“골절당한 선수들은 또다시 다칠까봐 두려움에 떨게 된다. 그러나 골절 당한 뼈가 붙으면 이전의 뼈 보다 더 단단하고 강해지는 속성이 있다. 설령 비슷한 상황의 부상을 당하더라도 더 강하게 붙어 있기 때문에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고 청용이한테 거듭 강조해줬다. 요즘 청용이가 하는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마치 ‘사뿐사뿐’ 뛰어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요령도 익혔고, 부상에 대한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내적 성숙이 깊어졌다. 참으로 반듯하고 건실한 청년이다. 이청용은.”
송 박사는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 자신의 몸에 가장 관심이 많고 잘 챙기는 선수로 구자철을 꼽았다. 구자철은 독일의 팀 닥터가 처방한 소견서가 있으면 그걸 바로 송 박사에게 이메일로 보낸다고 한다.
“자철이가 지난해 9월, 발목 부상을 당했는데, 당시 독일 의사들은 자철이에게 수술을 권유했다고 하더라. 발목에다 무릎 수술까지 하라고 하는데 자신은 결정을 못하겠다며 자문을 구하기에 무릎은 문제가 있으면 수술을 해도 되지만, 발목은 함부로 수술하면 절대 안 된다고 얘기해줬다. 자철이는 내 의견대로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고, 지금도 발목 부상과 관련해서 자주 의견을 묻곤 한다. 아마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 자철이 만큼 전화를 자주 하는 선수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몸 관리에 철저하다는 소리다. 대표팀에 대한 간절함이 있는 만큼 자신의 몸 상태를 대표팀 일정에 맞추도록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
송박사는 런던 올림픽 대표팀에서 인연을 맺은 홍명보 감독과 성인대표팀에서도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송 박사는 홍 감독의 매력을 ‘인간미’로 정의했다.
“하루는 편의점에서 몇 가지 물건을 산 뒤에 카드로 계산을 하려고 했더니 옆에 있던 홍 감독이 이런 데선 카드를 쓰는 게 아니라며 현금으로 바로 계산을 하더라. 편의점의 카드 수수료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렇게 깨알 같은 소소한 인간미가 있다. 그런 인간미가 대표팀 운영에도 그대로 반영이 된다. 선수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배려해주면서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기를 바란다. 역대 대표팀 중 지금의 대표팀이 팀워크와 분위기가 가장 좋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첫댓글 근데 선수 본인은 안심할지도 모르지만 지켜보는 팬으로서는 청용이한테 태클 들어올때마다 진짜 심장이 아직도 쫄깃쫄깃함.. 보는 사람이 트라우마가 생김 ㅜ
오 구자철 그래서 수술안했구나..
편의점 에피소드는 훈훈하긴한데, 조금 피곤할수도 있겠네요 다른시각에서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