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샬리에 칠월 보름 안거가 끝나자
여러 집단의 수행자들이나 왕후 장상들이
한바탕 커다란 축제를 하면서 떠들썩한데
수도원 언덕에서 한 수행자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다가
문득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였더랍니다
그는 출가 전에는
한 나라의 왕자였으므로
출가를 하지 않았으면
저 떠들썩하고 화려한 무리들 속에
자신도 오늘 실컷 즐기고 놀았을텐데
하는 마음에
쓸쓸함을 달래지 못한것입니다
그때에 그의 곁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 사는 목신이 말하기를
'스님이시여
지옥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인간 세상을 부러워하고
인간은 천상에 나기를 부러워하지만
천상인들은 숲속에 홀로 살아가는
비구 스님들을 부러워 한답니다' 라고.
그 말을 들으며 비구는
자신이 잠시 마음이 방일하여
비구로서 살아 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잊었음을 부끄러이 생각하고
다음날 부처님을 찾아
어제의 일을 말씀드립니다
부처님은 비구에게 게송으로
비구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
비구가 되어서도 수행하여
행복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라네.
어려운 가정 생활은 더욱 어렵고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어지러이 섞여 살아감은 괴로운 일이니
생사에 윤회함 또한 둑카(고통)의 연속.
그러므로 출가를 하였으면
속히 생사 윤회를 벗어 나거라.
고통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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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라 하시고
비구가 되었더라도 행복하기는 어렵다
하시는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합니다
오늘 날 출가자라 불리우는 스님들과
몸은 출가하지 않았어도 마음으로는 출가를 하고
열심히 수행에 전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그분들 가운데 진실로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 자신을 돌아다 보게 하는
보배로운 마음의 거울입니다
진정으로 불자라면
또 진정한 출가자라면
매일 매일이 즐겁고 행복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떠나와 버린 세속을 갈망하고 그리워하면
출자자로써의 행복은 너무 멀리 있다 하겠습니다
또 어려운 가정 생활은 더욱 어렵고
마음이 서로 잘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어지러이 섞여서 살아감 또한 괴로운 일이라 하시니
세속에 살아가는 일 또한 출가자들이 겪는 어려움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다 할수 없을 것입니다
목신의 가르침 또한 우리가 새겨볼 내용입니다
지옥에 사는 중생은 인간 세상을 그리워 하고
인간은 천상 세계를 그리워 하며 살지만
천상 세계 사람들은 오히려 무소유로
홀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 수행자들을 부러워 한다
천상 세계서조차 부러워하는 수행자가 되었으니
이런 홍복을 누리고 널리 나누는 일에는 열심이되
불나비같은 세간의 즐거움을 찾아헤매는 일은 없어야
부처님의 뜻을 따르는 진정한 출가자라 할것입니다
목신의 조언을 듣고 바로 뉘우치고 나서
부처님 전에 고백할줄 아는 그 수행자는
날마다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여름 포살법회와 자자가 한참입니다
*자자 [Pravarana, 自恣]
스스로 허물이 있으면 드러내고 참회하는 법회로
일단 허물을 감추면 더 커지고 감당하기 어렵게 되지만
허물을 대중 앞에 드러내고 참회하는 순간
그는 더러워진 옷을 깨끗하게 세탁한 사람과 마찬가지여서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할수 있게 하는 출가자들의
아름다운 의식이요 법회입니다
인천人天의 스승인 부처님께서도 포살 자자일에
'내가 안거를 하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본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드러내 말하여 주십시요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참회하리다'
하시는 대목에 가서야
우리 스승 부처님께서 얼마나 지극한 마음으로
대중을 사랑하시고 화합하도록 하셨는지
알수 있게 하는 내용입니다
출가를 하였으면 속히 생사 윤회에서 벗어나라
하시는 부처님의 당부 말씀을 들으며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남에게도 부끄럽지 않으며
하늘과 물과 바람과 대지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의 화두입니다
공주 상왕산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