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고미술 위주의 포스팅에 이어 이번엔 현대미술품들을 소개한다
어느 수집가가 우릴 초대한다고 초대장이 날아와 방문한다
초대받기 위해 열심히 예약했지만....
얇은 화지의 흡습성을 이용해 색점을 무수히 찍어 물감이 번지는 효과를 내는 기법이다
꽃잎이 햇살을 받으면서 하르르하르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무수한 점들이 몽롱한 꿈 속에 데려간 듯 하기도 하고...
색감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서성이다 이 작품 앞을 떠날 때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된다
이응노의 군상
이 작품을 만나다니~~~
군상은 이응노 화백이 시리즈로 제작한 작품이다
작품 속 인간의 모습은 어디에도 똑같은 모습이 없다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임을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너희들 모두는 유니크한 존재야! 하며 신입생 특강에서 외치던 학장님이 생각난다
사람 모습 찾아보는 재미로 이 작품앞에서도 오래 머물게 된다
김환기님의 작품이 오롯이 세점 걸려있는 이 방이 참 단아하고 좋았다
여백까지 모두 작품인듯 보인다
화백이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달항아리.
우리나라 최초의 추상화 화가로 활동하면서 미술계의 한 획을 그은 그가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 느낌이다
김환기의 <산울림19-II-73#307>
[이 작품은 대형 화면을 점으로 가득 채워, 마치 밤하늘을 수놓은 광대한 별자리처럼 보인다
바닥에 광목을 놓고 아교칠을 한 곳에 푸른점을 무수히 채워넣어 한지에 먹이 번지는 듯한 효과를 연출했다고 한다
파란 점들이 이루는파동이 합쳐져 광대한 우주의 에너지를 품은 듯 하다] - 작품 설명문 발췌-
설명은 누군가의 주관이 내재해 있을 수 있다
난 다르게 보인다
아마 제목을 미리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별, 우주를 떠올리기 보다는 수많은 속삭임이 담긴 것 처럼 보인다
가까운 산, 저 멀리에 있는 산들에서 울려오는 이야기들이 점점이 나에게로 몰려왔다가 흩어지는 듯 보인다
나처럼 제목을 먼저 보면 상상력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박수근 작품의 진가를 미리 알아봤었는지
박수근 작품을 엄청 많이 보유하고 있었나보다
얼마전 끝난 덕수궁 박수근 작품전에도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작품들이 아주 많았었다
박수근 미술관을 건립할 때 많은 작품을 기증했다고 박수근 유족들이 인터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고인의 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해 노력한 유족들에겐 너무나 고마운 일이겠다
이중섭을 만났다 아니, 황소를 만났다
이 황소를 그릴 때의 이중섭의 패기있는 작품들을 더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저리도 힘찬 붓터치를 하던 화가의 패기를 더 오래 갖고 있을 수 있었다면 그의 작품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했던 행복한 기억을 이렇게 춤으로 표현했다
이중섭을 떠올리면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이 함께 있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늘 아쉽게 한다
외로운 마음에 가족이 함께 어울려 춤추는 가족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좁은 판잣집의 방한칸이 그의 유일한 공간이었을 게다
그림을 그리다 벌러덩 누워 곰방대를 물고 있는 모습이 해학적이다
그림을 빼면 누울 자리하나 겨우 남는다
사실 제주의 이중섭이 살던 단칸방을 보면
이 좁은 공간에서 어찌 네 식구가 살았을까 궁금하기까지 했다
남루한 삶에도 그림에 대한 열정 하나로 버텨낸 화가의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진다
현해탄이라는 이 작품에선 가족을 만나러 가는 화가의 기쁨이 절로 묻어난다
통통배로 언제 현해탄을 건널 지 마음은 바쁘기만 한데 화가의 표정에서 행복감이 넘쳐난다
이중섭은 수많은 밤들을 이 꿈으로 채웠으리라
화가 박래현의 화풍이 너무 좋아 푹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이 그림에서 풍겨오는 분위기가 무척 무겁다
고양이를 무릎에 안고 조용히 묵상하는 여인의 모습인가 싶었는데
그림 뒷쪽엔 날카로운 발톱과 그림자가 신산하다
거꾸로 매달린 새가 허우적이는 모습이 불안감을 조성한다
불안정한 여인의 심리상태를 이리 표현한 걸까
여자로서의 삶을 살면서 이미 유명한 화가의 아내로 살아가려면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엔 너무 고달프지 않았을까
나도 내 작품을 해야 하는데....하는
화가로서의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한 듯 하다
입체감이 두드러져 종이를 덧붙여서 표현했나? 하며 자꾸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았다
이렇게 개성있는 작가 이름에 김기창 화백의 아내라는 꼬리표만 강조되는 게 늘 서운하다
어느 시대의 작품엔 김기창의 작품이 박래현의 화풍을 따라가는 듯 보이기도 했었다(이느 순전히 내 생각)
김흥수 화백의 독특한 그림도 만났다
이 화백의 그림은 제자가 진가를 알아보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고 한다
색을 다루는 그만의 솜씨가 두드러진다
사실, 모네의 수련이 이건희 컬렉션 안에 있다고 해서 큰 관심을 모았었다
내 좁은 소견으로도 이 작품은 모네가 시력이 많이 나빠진 상태로 그린게 아닐까 생각된다
왼쪽부분의 수련은 너무 강렬한 햇살만 가득 앉아있다
디지털 작업으로 바닥에 수련을 비추이니 마치 연못에 서 있는 기분이다
사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벽을 가득채운 수련 대작을 보고 난 후엔
그 어떤 수련 그림을 봐도 감흥이 일지 않는다
그냥, 음 수련이네 하면서 시니컬한 반응을 보인다
나, 못됐다~~~~
천경자라는 화가 작품 맞아? 하면서도 반가웁다
색감도 밝아서 오히려 낯설기까지 했지만 너무 좋다 그녀의 마음이 이렇게 화사했었을 테니.
반복된 덧칠로 입체감이 느껴지고 사물의 질감까지도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파스텔 톤의 색감이 활기차고 아름답다
이제까지 내가 만난 백남준 작품 중 가장 유쾌한 작품이다
폴카가 연주될 것만 같은 분위기다. 누군가는 발랄한 동작으로 이미 춤을 추기 시작하고....
백남준의 활기찬 연주를 들으며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작품 감상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