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오전 7시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석촌호수 동호(東湖) 옆 골목길. 도로 중간에 지름 50㎝, 깊이 20㎝쯤 구덩이가 파였다.
비가 많이 올 때 도로 밑의 모래 등이 쓸려나가 생기는 ‘포트홀’과 달리 아스팔트가 깨지거나 벗겨지지 않은 채 그대로 움푹
꺼졌다. 그러나 이 의문의 구덩이는 ‘싱크홀(땅꺼짐)’의 발생을 알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서 지하수가 유출돼
도로나 땅 일부분이 가라앉거나 무너져 깊은 구멍이 패이는 지반침하 현상인 싱크홀이 잇따라 발견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석촌지하차도 입구에서 폭 2.5m, 깊이 5m 짜리 싱크홀을 조사하던 과정에서는 폭 5~8m, 깊이 4~5m, 길이가 70m에 달하는 대형
동공이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후 석촌 지하차도에서는 추가로 5개의 동공이 더 발견됐다. 자칫하면 대형 인명사고가 초래될 수도
있었던 이런 일은 대체 왜 발생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을 위해 시행된 실드(Shield) 터널 공사가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드 공법은 원통형 기계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터널을 파고들어가는 방법이다. 특히
싱크홀이 발생한 석촌지하차도 구간은 모래, 자갈로 구성된 충적층으로, 지하수가 빠져나갈 경우 지반이 침하될 우려가 높은 지역으로
확인됐다.
그러면 관리감독의 챔임이 있는 서울시는 왜 이렇게 위험한 공법을 사용하는데도 수수방관할 것일까?
혹시 시공사가 어떤
공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미처 모르고 있었거나 알고 있더라도 실드공법의 위험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무능한 것으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서울시는 사전에 실드 공법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14일 오전 석촌동에서 싱크홀 원인조사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을 위해
석촌지하차도 아래를 통과하는 ‘실드’ 터널공사가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12월 열린 자문회의에서
시공사와 감리사가 서울시에 실드공법이 아니라 수직보강 공법을 건의한 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KBS가 전날 밤, 단독 입수한
회의록을 보면 자문위원 대다수가 수직 공법을 제안했다. 석촌동 같은 연약지반에서는 실드 공법 보다 수직공법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날 회의에는
서울시 관계자도 참석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실드공법을 강행했다. 그 이유가 수직보강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할 경우 석촌지하차도의
차량통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시공회사 책임자가 안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 시추검사를 서울시에 요청했는데도
서울시는 이마저도 차량통행 문제 등을 이유로 거부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는가.
어쩌면 교통통제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경우 대권을 향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공사를 강행시켰는지도 모른다. 즉 시민의 안전보다는 박시장의 인기에 영합해 실드 공법을 사용했을 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는 ‘무능’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범죄’에 가까운 행위로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결과적으로 시공사와 감리사가
공사 중단 이후에 수직공법을 써야만 안전하게 보강할 수 있다고 제안했는데도 서울시가 이를 거부하고 국내에서는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수평공법을 써서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박원순 시장은 1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지하철 9호선 공사는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설계와 시공 모두를 책임지는 턴키방식으로 이뤄졌다"며
"실드공법도 시공사가 결정한 것"이라고 시공사에 책임을 떠넘기기는 모습을 보였다.
백번 양보해서 박 시장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서울시 역시 관리감독에 소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정녕 모르는 것일까?
첫댓글 대권에만 욕심이 있는 사람은 아닌지 의문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