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가톨릭신문을 통해 이 편지를 씁니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손도 마주 잡고 친교를 나누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그간 몇 달, 몇 년이 된 것 같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삶에는 수많은 굴곡이 있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 계속되는 굴곡 속에는 저마다의 애절한
사연과 좌절, 실망감이 있기 마련입니다.
또 힘들고 어려울 때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습니다.
허물없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내 마음을 헤아려 줄 사람이 없을 때는 더욱 고독함과
외로움을 느낍니다. 저는 이 편지를 쓰며 여러분께 하루
빨리 하느님께로 돌아오길 청합니다.
어느 해인가 제 아내로부터 소원을
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아내는 “당신과 손잡고 하느님이 계신
성당에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선뜻 청을 들어줄 자신이 없어서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 후 제 아내는 수영을 하다가 쓰러져
왼쪽 팔다리 전체가 마비되는
중풍 환자가 됐습니다. 3년 동안 입원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해부터 제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성당 문을 두드렸습니다.
아내가 그토록 바라던 소원을 들어주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삶을 참회하며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저는 아내라는 십자가를 지고 거의
이십 년 가까이 남편으로서, 보호자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내를 보살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주님을 믿고 의지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지칠 때면 용기를 내어 감사기도를 드리고,
주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자포자기할 때가 많습니다.
또 자기가 누리고 있는 모든 행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감사할 줄 모르며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이제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일어나야 합니다. 주님께서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더욱 반갑고 기쁘게 어루만져 주시고
맞이해 주십니다.
그동안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잠시 주님 곁에서 멀어졌었던
우리 모두가, 주님 앞에 나서기로 마음을 다잡고,
감사한 마음으로 힘차게 살아갑시다.
이것이 바로 나 자신을 위하고 자신을
살피는 성찰이요, 통회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떨치고 망설임 없이 일어나 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신 성당으로 그리고 많은 형제, 자매님들이
기다리는 공동체로 돌아오십시오.
그러면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
그리고 은총을 주실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사랑이 가득하신 주님께서는
두 팔을 벌리시고 늘 기다리고 계심을 잊지 마십시오.
지금 바로 주님께 달려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부질없는
이 편지를 마칩니다.
늘 우리와 함께하시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에 힘입어,
기쁘고 평화 가득한 삶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아멘.
첫댓글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