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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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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12월호의 시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97 17.12.08 06:1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주요 목차

 

*권두 에세이 | 김동호

*신작시 21| 권순자 박은우 장성호 김소양 지소영 한인철 김완 박홍 최병암 한문수

          채영선 김혜숙 우정연 장유정 채영조 송미숙 정병성 윤순호 김경린 송호영 이수진

*기획연재 인물| 이인평 *신작 소시집 | 나영애

*테마 소시집 | 오명현 *연재시 | 홍해리

*1회 우리작품상 발표 | 신단향

*신작 소시집 바로 읽기 | 임채우 *나의 시 한 편 | 나호열 안익수

*시 에세이 | 이동훈 장수철 *한시한담 | 조영임

 

 

  

 

송년 - 권순자

 

가난한 노래가 흘러가는 하늘

미루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바람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이 새싹처럼 자라났다가 저무는 저녁

 

저희끼리 뭉쳤다가 흩어지는 구름같이

몸부림치던 가랑잎처럼

생의 방어선을 지키던 숱한 사람들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방황하는 고양이를 지키는

그림자는 어디로 추락하고 있을까

 

가볍고 무거운 것들의 서러움이

허공을 비껴 강처럼 흐르고

희미해져 가는 소망은 병동 아래서 잠자고 있다

되돌아오지 못한 발길들이 아직도 낯선 곳을 헤매고

좌절한 발들이 밤새 앓은 소리

 

뿌리치지 못한 회한의 한 자락,

한번쯤 반칙을 꿈꾸다가

기억의 모서리에서 친구가 잠을 잔다

 

언덕배기 까치들

순간을 놓치고 순간을 껴안고 마시는

우리들의 잔치

동짓달 눈발 날리는 거리를

날개 달고 오는 애인의 붉은 입술

 

새파란 어제가 달리고

오늘 수저를 내려놓는 당신의 흰 손.

단단하고 슬픈 당신의 이마에

눈물이 쏟아진다 푸른 세월의 바람이 차다

 

뜨겁게 흐르는 꿈속의 노래

어둠이 흔들리고

새벽이 폭설과 함께 하얗게 갑자기 왔다

 


 

 

단추 - 김소양

 

빗속으로 상여가 나갔다

기차 밖 풍경처럼

사성암 절벽 너머로 숨어버렸다

 

빗장이 채워진 문은 봉인되고

반짝이며 빛나던 열쇠는 부장품처럼

뽑히지 않는 녹슨 못으로 박혔다

 

한 건반씩 어긋난 목소리들이

담장 밖을 오래도록 서성거렸다

달아날 구멍을 찾았지만

잘못 끼워진 단추를 어째야 하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가을이 진다 - 지소영

 

시작도 없이

너는 지고 있다

 

하루해가 지는 것처럼

스스럼없다

녹색 몸 흔들며

내 안 물들이더니

 

떨어진다

너의 빙점은 어디메인가

 


 

 

부채 한 쌍 - 한인철

 

신발이 건네준 추억을 팔아

좌편의 용기와 우편에 지혜를 담은

부채 한 쌍을 사 삶의 외줄을 탔다

 

나의 날개라 해도

공중이 허락하는 시간은

양손의 몰이

상생의 바람을 잡아야 산다

 

나는 부채를 펼쳐 쥐고

부채는 나의 운명을 움켜쥔 채

나풀나풀 발자국마다

우린 비익조 사랑

 

외줄이 흔들리면 운명도 흔들리니

좌편의 부채만 말고 우편의 부채도 함께

우리 사이는 공중이 천국인 걸

평화를 유랑하는 살 춤을 추자.

 


 

 

저기, 저 편쯤 - 김혜숙

 

뼈 시린 바람이 지나가며

해는 식어 등 돌리고

황톳길을 따라 바람과

돌산 깊이 풍란을 거쳐

떨어져 찢어지는 존재들과

언젠가부터 망아忘我에 젖는 계절 오고

그 못 잊을 들길을 걸어 닿는 곳

 

그 어디쯤

 

 

 

낙엽 - 송미숙

 

길고 긴 여름 날

인고를 견뎌내어

팔색조 되어 옷을 갈아입고

 

태양에 몸을 맡겨

청춘을 불사르니

미련이 없는가

 

천연색 물결로

이 산 저 산

불 지피더니

 

생명 다하고도

밟히고 찢기고

뒹구는 모습은

 

숙명인가

비련인가

다음을 기약함인가?

 

욕심을 내려놓는

너에게서

겸손함을 배운다

 


 

 

우체국 가는 길 - 나영애

 

정다운 님 체취가

녹아 있는 것 같은

우체국 가는 길

 

육차선 달리는 타이어 노래

가로수는 차양치고

쉬어 가란다

 

페튜니아, 색색이 빙그레 웃고

옷섶 안으로 든 살살이 바람

긴 나무의자 빼준다

 

안개 낀 듯 아득한 젖빛 허공

꿀비 떨어질 것 같은

우체국 가는 길

 

밤낮 좋은 말 찾아 빚은

100여 편 연서로 채운

나의 고백 한 권 들고

 

우체국 가는 이 길

다시 걸어 보았으면

받아 읽을 사람 있었으면

 


 

 

불면不眠 - 오명현


바람이 몹시 불어

어설픈 대문이 덜거덕댑니다.

어머니의 무릎 관절에

수천수만의 바늘이 박힙니다.

 

바람은 거실까지 들어와

한바탕 휘젓고서 빠져나갑니다.

부서진 몇 개 이빨만 버티고 선 잇몸

시리고 또 시립니다.

 

바람이 숨을 멈추자

세상은 갑자기 적막합니다.

밭고랑처럼 깊게 팬 주름 속에 갇힌

그리움의 색깔 더욱 까매집니다.

 

밖을 나섰더니

하늘은 청명하고

별똥별 한 개 큰 획을 긋고 사라집니다.



                               *월간 우리12월호(통권  354호)에서                                

                                 사진 : 요즘 한창 보기 좋은 사철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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