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마음과 행을 따르자 - 경산 스님 -

[사람들]

부처의 마음과 행을 따르자

선(禪)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교(敎)는 부처님의 말씀이며, 율(律)은 부처님의 행동이다.

이것은 일찍이 서산대사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그래서 『화엄경』에 이르기를“마음과 부처와 중생 셋의 차별이 없다”라고 한 것과 같다.

부처님의 마음이 우리 중생의 마음이란 말씀이다.

중생(衆生)의 마음이 부처님의 마음이라면 선(禪)은 곧 부처님의 마음이고,

곧 부처님의 말씀이고, 율(律)은 부처님의 행(行)이다.

곧 선은 중생의 마음이며, 교는 중생의 말이며 율(律)은 중생의 행동이다.

왜냐하면 부처님의 마음과 중생의 마음이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마음과 중생의 마음이 둘이 아니므로

부처님의 말씀과 행동, 중생의 말과 행동도 둘이 아니다.

또한 부처님의 말씀과 행동은 하나다.

말씀과 행동은 마음의 광명이며 발로이며 표현이며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처님이나 중생의 마음과 말과 행동에 차별은 있다.

어떠한 차별이냐 하면 부처님은 생멸의 모양이 없지만, 중생은 생멸의 모양이 있다.

부처님은 사선(四禪)으로서 마음의 쓰임이 처음이나 끝이 털끝만 한 빈틈도 없으시지만,

중생은 이 사선(四禪)이 없다. 부처님은 대자(大慈)로서 일체중생을 어질게 사랑하지만,

중생은 이 대자(大慈)가 없다. 부처님은 사선삼매(四禪三昧)로 밤낮없이 스스로 즐기시지만,

중생은 이 사선삼매(四禪三昧)가 없다. 부처님은 본래 여섯 가지 불가사의한 신통력을 즐겨서 얻었지만,

중생들은 이 신통력이 없다. 부처님은 사정(四定)으로 법에 맞게 드러내 발표하시지만,

중생은 이 사정(四定)이 없다.

* 사선팔정(四禪八定)이란 사선(四禪)과 사정(四定)을 합쳐서 가리키는 말이다.

사선(四禪)은 색계의 네 선정(禪定) 즉, 초선, 제2선, 제3선, 제4선을 가리키는 말로 사색계선(四色界禪)이라 하고,

사정(四定)은 공무변처정(空無邊處定), 식무변처정(識無邊處定),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인데 三界〔삼계: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가운데

무색계에서 터득하는 선정(禪定)이기 때문에 달리 사무색정(四無色定) 또는 사공정(四空定)이라고도 한다.

이에 사색계선(四色界禪)과 사무색정(四無色定)을 합하여 사선팔정이라 한다.

그러나 부처님과 중생은 이러한 엄청난 차별은 있으나, 근본의 마음자리는 추호(秋毫)도 차별(差別)이 없다.

말과 행의 근본도 역시 추호(秋毫)도 차별(差別)이 없지만, 다만 그 마음을 쓰는 것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이나,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이 차별이 있을 따름이다. 그 말의 본체나 행의 본체는 추호도 다를 것이 없다.

이 마음과 말과 행의 본체나 행의 본체는 추호도 다를 것이 없다.

이 마음과 말과 행의 본체는 차별이 없기에 일체중생이 다 성불한다고 하셨으니 반드시 성불할 수 있다.

다만 발심을 일찍 하느냐 늦게 하느냐의 차이뿐이다. 발심하면 곧 성불한다.

마음과 말씀과 행동이 하나이기 때문에, 선이나 교나 율도 하나이다.

그러므로 선(禪)·교(敎)·율(律)도 어느 하나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정의를 내릴 수 있다.

<향유기명(香乳記明)>에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 백 년까지는

선(禪)·교(敎)·율(律)이 건전하게 병행하여 교단이 성실하게 발전하였으나,

그 후에 초조(初祖)로부터 마하가섭 존자, 제4조인 우바국다 존자의 제자 다섯 스님이 각각 견해를 달리하여

율장을 5부로 분류하면서 율(律)이 약해졌다”라고 하였다.

율(律)이 약해지니 자연 교단도 흔들려서 약해지게 되었다.

교단이 약해지니까 수행하는 제자들이 힘쓰지 않아서 또한 약해졌다.

선(禪)이 약해지니 교학(敎學) 하는 제자들도 역시 힘쓰는 경향이 희박하게 되어 교(敎)도 또한 약해졌다.

중국 남산종(南山宗), 곧 도선 율사께서

“율(律)을 힘써 일으켜 교단이 튼튼해지니 선종(禪宗)이 일어나고,

선종이 일어나니 교도 또한 따라서 일어났다”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우리 불자들은 조용히 반성해 봐야 하겠다.

불교를 어떻게 하면 신라 시대와 같은 불교로 되살려 선(禪)·교(敎)·율(律)을 다시 일으키겠는가.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은 1600년의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나,

조계종단은 불교 정화 운동으로 승계받은 23세의 젊은 종단이다.

이팔청춘의 개구쟁이는 겨우 모면했지만, 아직도 스물세 살이란 젊은 종단이다.

23년 동안 걸음마도 못 하고 누워서 굴러가는 기형적인 종단이다.

이제 곧 30대가 될 것이니 점잖을 줄도 아는 종단이 되어야 하겠다.

그럴 때 남을 도와줄 수도 있고, 체면을 차리고 양보할 수도 있고,

이해할 줄도 아는 종단이 될 것이고, 또한 아무도 따를 수 없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한국불교는 호국불교다. 민족이 중흥해야 불교도 따라서 중흥한다.

우리 불교가 중흥한다는 건 우리 민족의 문화도 중흥한다는 뜻과 같다.

우리 불자가 재가 제자나 출가 제자나 다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세계 인류를 위하여

대승적 마음으로 정진한다면 민족문화의 중흥의 이바지할 것이요, 따라서 민족의 통일도 이룩될 것이며,

세계평화의 구현에 주체적 역할을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러러 바라건대 시방 삼세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께서는 자비를 베푸소서.

한국 민족이 다생겁래(多生劫來)로 지은 업이 다 소멸하게 하여 주소서.

나라와 민족이 총화단결하고 완벽한 안보 자세로 남북의 평화통일이 속히 이루어지고

세계평화도 따라서 이루어지게 하여 주소서.

우순풍조(雨順風調)해서 해마다 풍년이 들고, 법륜이 항상 굴러서 미래세가 다하도록 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법계 모든 중생이 아미타 부처님을 만나 한결같이 성불하게 하옵소서

- 경산 스님 - [유고 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