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정거장 - 곽효환
사람들 드문드문 들고 나는
호젓한 시골마을 간이역 철길을 이어
백두대간 숲 속 깊은 곳에
작은 역 하나 더 지어야겠다
간이역과 간이역을 잇는 기차
하루에 한 번 혹은 두 번 오고가게 해야겠다
비자나무 가죽나무 굴참나무 측백나무 팔 벌리고
작은 짐승들 새들 벌레들 분주함 가득한
숲의 정거장엔
철커덕 철커덕 쉼 없이 달려왔을 기차도
같이 온 바람도 잠시 숨 고르리라
플랫폼에 이어진 호젓한 오솔길 따라
나란히 흐르는 계곡물에 발 담갔다가
단청 고운 절집 탱화아래 앉아
잠시 먼 산에 한눈팔아도 좋겠다
세상의 시간과 일상이 한동안 멈춰
몸 부리고 쉬었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작은 역 하나 숲의 양식대로 지어야겠다
빛바랜 회색 기와집 아래 의상실과 세탁소
슬레이트 지붕집엔 전파사와 분식집
붉은 벽돌집에 포목점과 연쇄점
그리고 방앗간이 더러는 정겹게
더러는 힘겹게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 간이역
한때는 열차들 분주히 들고 나고
수많은 사람들 멈추고 떠나며
흥성하게 장도 이루었을 텐데
그 기억과 시간이 떠난 자리에
숲의 정거장에 넘치게 붐비는
느림을 멈춤을 고요를 실어다
고루 나누어 줘야겠다
두 역을 오가는 기차의 차장을 해야 할 지
두 역 중 어느 역의 역장을 맡아야 할 지
고민은 초록과 함께 깊어간다
카페 게시글
애송하는 詩
숲의 정거장 - 곽효환
h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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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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