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란 어떤 관계일까?
문정희 시인은 부부란 時에서 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 하고 모깃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라고 했다, 함께 모기를 잡는 것처럼 일상에서 서로가 합심한다는 이 얼마나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표현인가,
우리 부부는 매일 같이 있는 시간이 긴 편이다, 내가 직장에 다닐 때는 그러질 못햇지만 은퇴한 후로는 떨어져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이런 저런 대화도 많이 나누고 서로 조언도 한다, 요즘 아내가 나를 살뜰히 챙겨줄 때 내 입에서 곧잘 튀어 나오는 말이 있다, '난 당신 없으면 못 살아"다, , 고맙다는 표시다.
이를 두고 부부가 어떻게 온종일 함께하느냐, '지겹지 않으냐"는 사람들도 있으나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내도 그런 것 같다. 결혼 초기 다투기도 많이 했었고 한동안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를 잘 넘기고 서로 챙겨가며 그런대로 잘 살고 있다, 관계도 많이 편해졌다, 아내는 여행 가면 가장 편한 사람이 나라고 한다.
이러다 보니 부부는 갈등과 우여곡절이 있어도 평생을 같이 가는 반려자며, 서로에게 더없이 소중하다는 확신을 더 갖게 됐다, 부부 사이에서 부르는 여보는 한자로 같을 如와 보배 寶를 합친 보배 같다는 말이라는데, 이는 우리 부부에게도 합당한 호칭인 것 같다.
부부는 결혼을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반쪽으로 만나 맞춰 가며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관계다, 배우자를 영어로 BETTER HALF 또는 OTHER HALF 라고 하는데 여기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성경에선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아 돕는 배필을갖게 하는 것 이라고 했다, 내 맘에 드는 표현은 남편을 내 편이라 하고, 아내를 안 해(마음 안에 떠 있는 해) 라고 하는 풀이다.
부부는 두 발을 묶고 발을 맞춰 달리는 이인삼각 관계다, 맞춤은 함민복 시인의 부부라는 시에 잘 그려져 있다, 긴 상을 잘 옮겨 놓으려면 두 사람이 들어야 하고 옮길 때는 잡는 손 높이를 조절해야 하며, 걸음의 속도를 맞추고, 내려 놓을 때도 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맞춰 맺어진 부부는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부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에서 5월 21일이 2007년에 부부의 날로 제정됐다, 21일로 한것은 둘(2)이 하나(1)가 된다(21)는 뜻을 담고 있다.
부부는 같이 살지만 어떻게 보면 매일 새롭고 매일 낯선 사람이다. 살을 맞대고 한방에서 같이 잠자고 살면서도 서로 미워하고, 충돌하기도 하고, 관계를 멀리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사랑하고, 화해하고, 가까이 하는게 부부다.
그러다가 둘 사이에 생기는 틈과 갈등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문제가 터진다, 가장 가까운 사이였다가 헤어지면 가장 멀러지는 사이가 또한 부부다, 우스겟 소리지만 마주 보면 그렇게 가까웠던 무촌의 사이가 등을 돌리면 지구를 한 바튀 돌아야 만나게 되는 아주 먼 관계가 된다, 천생연분이 웬수가 되는 것이다,
가정을 꾸려감에 있어 남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집안 일이나 가정의 화목엔 아내의 역할 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영국에서는 아내를 피스 위버PEACE WAEAVER 라고 불렀다. 평화를 짜나가는 사람이란 뜻이다.
요즘 나이 든 부부들 가운데는 각방을 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는 서로 편할지는 몰라도 부부의 정을 갈라 놓고 더 멀어지게 만든다, 고령자 가운데는 심혈관 계통의 병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경우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라도 부부는 함께 있어야 한다, 다퉜을 때도 한방에서 자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늙어지면 남는 사람은 부부뿐 이잖은가.
옮긴 글 이엉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