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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양개합(抑揚開闔)
한 번 누른 뒤 다시 올리고, 여는 척 어느새 슬며시 닫는다는 뜻으로, 누르기와 올리기, 열기와 닫기가 맞물려 균형을 이룰 때 파란과 곡절이 생겨나 글쓰기의 묘수가 빛난다는 말이다.
抑 : 누를 억(扌/4)
揚 : 날릴 양(扌/9)
開 : 열 개(門/4)
闔 : 문짝 합(門/10)
옛 수사법에 억양개합(抑揚開闔)이 있다. 억양은 한 번 누르고 한 번 추어주는 것이고, 개합은 한 차례 열었다가 다시 닫는 것이다.
말문을 열어 궁금증을 돋운 뒤 갑자기 닫아 여운을 남긴다. 평탄하게 흐르던 글이 억양개합을 만나 파란이 일고 곡절이 생긴다.
김삿갓이 떠돌다 회갑 잔치를 만났다. 목도 컬컬하고 시장하던 터라 슬며시 엉덩이를 걸쳤다. 주인은 그 행색을 보고 축하시를 지어야 앉을 수 있다고 심통이다.
과객이 지필묵을 청한다. 제까짓 게 하는데, '저기 앉은 노인네 사람 같지 않으니(彼坐老人不似人)'라고 쓴다. 자식들의 눈초리가 쑥 올라갔다. '아마도 하늘 위 진짜 신선 내려온 듯(疑是天上降眞仙).' 금세 좋아 표정이 풀어진다. 일억일양(一抑一揚), 한 번 깎고 한 번 올렸다.
다시 제3구. '이 가운데 일곱 자식 모두 다 도둑이라(其中七子皆爲盜).' 다시 눈썹이 바짝 올라갔다. 화낼 틈도 없이, '복숭아를 훔쳐다가 수연에 바치누나(偸得碧桃獻壽宴)' 하고 쐐기를 콱 박는다.
한 알만 먹으면 3천년을 산다는 천도복숭아를 천상에서 훔쳐와 아버지께 바치니, 천상 신선이 부럽지 않다. 일개일합(一開一闔), 한 번 문을 열었다가 도로 꽝 하고 닫았다.
금번 안대회 교수가 펴낸 정만조의 용등시화(榕燈詩話)를 보니 여기에도 비슷한 얘기가 실렸다. 상황은 앞서와 같다. 주인이 운자를 불러 시를 청한다. 거지 손님이 저도 짓겠노라 나서자 다들 같잖다는 표정이다.
붓을 들어 '높이 올라 바닷가 바라보자니, 십 리에 백사장이 이어졌구나(登高望海邊, 十里平沙連)'라 하였겠다.
주인이 욕을 하며, '대체 무슨 소리요? 축하시를 써달랬더니.' 객은 씩 웃는다. '마저 보시구려' 하더니, '하나하나 사람 시켜 줍게 해서는, 그대 부모 나이를 헤아려보세(箇箇令人拾, 算君父母年)'라고 쓴다.
순간 풍경 놀음이 십 리 해변의 모래알 수만큼 오래 사시란 덕담으로 변했다. 주인은 사람 못 알아본 사죄를 하고, 거지 손님을 끌어 윗자리로 앉혔다.
억양개합, 한 번 누른 뒤 다시 올리고, 여는 척 어느새 슬며시 닫는다. 밋밋하면 파란이 생길 리 없다. 꺾고 뒤틀어야 곡절이 나온다. 시내가 평지를 흐르다 여울이 되고 폭포와 만나는 격이다. 글쓰기의 한 묘수가 여기에 달렸다.
홍석주(洪奭周, 1774 영조50~1842 헌종8, 자 成伯, 호 淵泉)는 대산(臺山) 김매순(金邁淳)과 함께 '연대문장(臺淵文章)'으로 이름을 얻은 조선후기의 대표적인 문장가이다.
선조의 부마였던 홍계원(洪桂元) 이후 꾸준히 고관대작(高官大爵)의 영예를 누린 그의 가계는 조선후기에 이르러 더욱 융성하게 되었으며, 아우 길주(吉周)와 현주(顯周) 등도 현달(顯達)하였다. 김창협(金昌協) 박지원(朴趾源)의 뒤를 이어 한 장석(韓章錫) 김윤식(金允植) 이건창(李建昌) 김택영(金澤榮) 등에 이르는 중간단계에서 고문가(古文家)의 전통을 빛낸 큰 문장가로 이름을 떨쳤다.
그가 풍산세고(豊山世稿)를 간행하면서 "우리 집안이 문학을 전수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 십팔대인데 그 성취한 바의 깊이와 높이를 우리 자손들이 감히 논의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예의가 아니면 일컫지 않고 경전이 아니면 기술하지 않아 오로지 화평전식(和平典寔)함으로 종주(宗主)를 삼았다(吾家以文學相傳紹 迨今十八世矣 其所就深淺高下 非我後子孫所敢議 若其非禮義不稱 非經傳不述 一唯是和平典 寔以爲主者 「豊山世稿跋)"고 한 바와 같이 그의 고문(古文)은 가학(家學)으로 지켜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정조의 학문장려책으로 신설된 초계문신(抄啓文臣)에 발탁되어 규장각에서 6년간 특별교육을 받았으며 정조, 순조, 헌종을 차례로 보필하여 61세에 좌의정에 오를 때까지 여러 요직을 두루 맡았다.
시보다는 고문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홍석주(洪奭周)는 사상적 주조로 보면 존심(存心)과 구방심(求放心)을 신조로 성리학(性理學)을 옹호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당시 김정희(金正喜)에 의해 제고된 훈고학(訓古學) 금석학(金石學)을 비판하는 입장에 있었으며, 성리학 자체에 대해서도 공리공론(空理空論)을 지양하고 소쇄응대(掃灑應對) 읍양진퇴(揖讓進退) 등의 실천을 강조하였다.
그의 문학관은 주로 시보다는 문장 평가에 집중되고 있거니와 사달(辭達)을 중심으로 억양개합(抑揚開闔)에 의한 문장의 고법(古法)을 체득하여 간결근엄(簡潔謹嚴)한 경지을 열어보여야 한다는 데 귀착되고 있다. 여한십가문초(麗韓十家文鈔)에 그의 문장이 여러편 수록되어 있는 것도 이론과 창작의 실제를 일치시키려 했던 노력의 결과라 할 것이다.
경세가로서, 문장가로서의 이름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시인으로서의 홍석주(洪奭周)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것이 옳은 평가가 될 것이다. 그의 시편 중에서 '대동시선'에 수록된 가작은 차영명루한운(次永明樓寒韻)(七絶), 장서도중(長湍途中), 강경포(江鏡浦)(이상 五律), 장림(長林), 차상사운(次上使韻), 추일등루차포옹운(秋日登樓次圃翁韻)(이상 七律), 강여사(姜女祠)(五古) 등 7편에 이르고 있는데, 이 가운데 장림(長林)을 보이면 아래와 같다.
蕭蕭寒雨正催詩
쓸쓸한 찬 비 정히 시(詩)를 재촉하는데
十里平林又一奇
십리(十里)에 뻗은 숲 또 하나 기경(奇景)이로다.
濃翠連綿秋色裏
짙은 녹음은 가을 빛 속에 이어져 있고
半江隱見夕陽時
강물은 은은히 노을질 때 나타나네.
輕舟渺渺隨桃葉
가벼운 배로 아득히 복사잎 따라가니
遠岸依依唱竹枝
먼 언덕에는 희미하게 죽지사(竹枝詞) 들린다.
不盡臺城楊柳感
대성(臺城)의 버드나무 느낌 다하지 않았는데
東明舊國幾回移
동명(東明)의 옛나라는 몇 번이나 바뀌었나.
이 시는 차분한 어조로 평양성을 지키기 위하여 축조된 옛 행성(行城)의 버드나무 숲을 본 감회와 동명왕(東明王)의 고사(故事)를 교직(交織)한 것이다. 그러나 '화평전실(和平典實)'함을 문장의 모범으로 삼는 고문의 대가답게, 이 작품에서도 역시 정감(情感)의 표출에 있어 화평함과 전아함을 잃지 않고 있다.
▶️ 抑(누를 억)은 회의문자로 재방변(扌=手; 손)部와 卬(앙)의 합자(合字)이다. 卬(앙)은 印(인)을 뒤집은 것으로서 도장을 누름을 나타낸다. 나중에 재방변(扌=手; 손)部를 더하여 누르다의 뜻이 되었다. 그래서 抑(억)은 ①누르다, 억누르다 ②굽히다, 숙이다 ③물러나다, 물리치다 ④가라앉다 ⑤막다, 다스리다 ⑥아름답다, 예쁘다 ⑦조심하다, 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⑧우울(憂鬱)해지다 ⑨또한 ⑩문득,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 누를 압(壓), 누를 압(押), 누를 날(捺),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날릴 양(揚)이다. 용례로는 억눌러 제지함을 억제(抑制), 억제를 받아 답답함을 억울(抑鬱), 불법적으로 남의 자유를 억지로 구속함을 억류(抑留), 억제하여 압박함을 억압(抑壓), 내리 눌러서 제어함을 억지(抑止), 혹은 억누르고 혹은 찬양함을 억양(抑揚), 강제로 빼앗음을 억탈(抑奪), 억지로 삼을 억매(抑買), 억지로 팖을 억매(抑賣), 슬픔을 억제함을 억애(抑哀), 욕정을 억누름을 억정(抑情), 억눌러 물리침을 억퇴(抑退), 가정해서 말하여를 억혹(抑或), 강제로 하는 혼인을 억혼(抑婚), 눌러 막음을 억색(抑塞), 강제로 물건을 삼을 억무(抑貿), 스스로 억누름을 자억(自抑), 제재하고 억누름을 재억(裁抑), 중지시키어 억제함을 침억(寢抑), 도와주고 억누름을 부억(扶抑), 배척하고 억압함을 배억(排抑), 마음이 답답하고 분함을 울억(菀抑), 깎아내려 억누름을 폄억(貶抑),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고 억누름을 알억(遏抑), 꼼짝 못하게 억누름을 겸억(鉗抑), 참고 억제함을 절억(節抑), 너그럽게 억제함을 관억(寬抑), 남을 물리치고 억누름을 제억(擠抑), 억지로 못하게 함을 늑억(勒抑), 억지로 누름을 저억(沮抑),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 줌을 억강부약(抑强扶弱), 약한 자를 억누르고 강한 자를 도와 줌을 억약부강(抑弱扶强),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리 하는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억하심장(抑何心腸),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는지 마음을 알 수 없다는 억하심사(抑何心思),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는지 마음을 알 수 없다는 억하심정(抑何心情), 억누르다가는 곧 찬양하기를 여러 번 뒤집음을 억양반복(抑揚反覆), 근본이 되는 일을 돈독하게 하고 말단이 되는 일을 억제함을 돈본억말(敦本抑末) 등에 쓰인다.
▶️ 揚(날릴 양)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昜(양; 오름, 위)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손으로 위로 올리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揚자는 ‘오르다’나 ‘칭찬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揚자는 手(손 수)자와 昜(볕 양)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昜자는 햇볕이 제단을 비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볕’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금문에서는 태양이 제단을 비추는 곳에 두 손을 높이 들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제단은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곳이다. 그러니 금문에 그려진 것은 신을 찬양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揚자는 ‘(손을)쳐들다’나 ‘칭송하다’라는 뜻으로 쓰였었지만, 후에 ‘오르다’나 ‘올리다’라는 뜻이 확대되었다. 두 손을 들고 신을 찬양하던 모습은 후에 昜자가 모습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揚(양)은 (1)화살이 과녁의 위를 맞힌 것을 이르던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날리다 ②하늘을 날다 ③바람에 흩날리다 ④오르다, 올리다 ⑤쳐들다 ⑥나타나다, 드러나다 ⑦들날리다, 알려지다 ⑧말하다, 칭찬하다 ⑨누그러지다, 고르게 되다 ⑩밝히다, 명백하게 하다 ⑪불이 세차게 타오르다 ⑫슬퍼하다, 애도하다 ⑬도끼, 부월(斧鉞) ⑭고대(古代)의 구주(九州)의 하나 ⑮눈두덩 ⑯흉배(胸背: 학이나 범을 수놓아 붙이던 사각형의 표장表章) ⑰이마(앞머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높이 들 게(揭),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누를 억(抑)이다. 용례로는 이름을 드날림을 양명(揚名), 닻을 감아 올림을 양묘(揚錨), 방울을 울림을 양령(揚鈴), 미천한 사람을 벼슬자리에 올려 씀을 양루(揚陋), 의기가 솟음을 양기(揚氣), 뜨게 하거나 뜨는 힘을 양력(揚力), 물 속에 잠겨 있는 물건을 뭍으로 건져 올림을 양륙(揚陸), 물을 끌어 올림을 양수(揚水), 득의한 마음이 얼굴에 나타나는 모양을 양양(揚揚), 뱃심 좋게 하는 말을 언양(揚言), 들어서 빛냄을 양휘(揚輝), 접본을 옮겨 심은 후에 접목하는 일을 양접(揚椄), 치거나 던진 그물을 끌어 올림을 양망(揚網), 소매를 올림 또는 춤추는 모양을 양몌(揚袂), 돛을 올림을 양범(揚帆), 먼지를 일으킴을 양진(揚塵), 어떤 물건을 들어 던짐을 양척(揚擲), 아름다움을 기리고 착함을 표창함을 찬양(讚揚), 가라앉은 것이 떠오르거나 떠오르게 함을 부양(浮揚),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함을 지양(止揚), 높이 거는 일을 게양(揭揚), 권위나 명성 등을 드러내어서 널리 떨치게 함을 선양(宣揚), 북돋우어 드높이는 것을 고양(高揚), 기운이나 감정이 몹시 움직이어 일정하지 않은 상태를 격양(激揚), 혹은 억누르고 혹은 찬양함을 억양(抑揚), 드러내어 찬양함을 표양(表揚), 생각이나 주장을 드러내어 밝혀서 널리 퍼뜨림을 천양(闡揚), 높이 받들어 올림을 거양(擧揚), 대등함이나 필적함을 대양(對揚), 바다에 있는 것을 뭍으로 올림을 육양(陸揚), 세력이나 지위가 높아서 드날림을 등양(騰揚), 이름이나 지위를 세상에 높이 드러냄을 현양(顯揚), 속된 욕망을 한 몸에 다 모으려는 짓의 비유를 양주지학(揚州之鶴), 뜻과 같이 되어서 몹시 뽐내며 끄덕거림을 양양자득(揚揚自得), 활과 화살을 높이 든다는 뜻으로 승리를 비유하는 말을 양궁거시(揚弓擧矢), 모래가 날리고 돌멩이가 구를 만큼 바람이 세차게 붊을 형용하는 말을 양사주석(揚沙走石) 등에 쓰인다.
▶️ 開(열 개, 평평할 견)는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开(평평할 견)는 간자(簡字), 幵(평평할 견)은 동자(同字)이다. 문 문(門; 두 짝의 문, 문중, 일가)部와 开(견)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开(견)은 두 개의 물건이 평평(平平)하게 줄 짓는 일을 말한다. 따라서 두 손으로 빗장을 들어 올려 양쪽 문짝을 여는 것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開자는 ‘열다’나 ‘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開자는 門(문 문)자와 幵(평평할 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幵자는 나뭇가지가 일렬로 늘어선 모습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모양자 역할만을 하고 있다. 開자의 갑골문과 금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고문(古文)에 나온 開자를 보면 門자에 一(한 일)자와 廾(받들 공)자가 결합한 형태였다. 여기서 廾자는 양손을 그린 것이니 開자는 양손으로 빗장을 푸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開자는 이렇게 문을 여는 모습에서 ‘열다’나 ‘열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이외에도 ‘깨우치다’나 ‘시작하다’와 같은 의미가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開(개, 견)는 ①열다, 열리다 ②꽃이 피다 ③펴다, 늘어놓다 ④개척하다 ⑤시작하다 ⑥깨우치다, 타이르다 ⑦헤어지다, 떨어지다 ⑧사라지다, 소멸하다 ⑨놓아주다, 사면하다 ⑩끓다, 비등(沸騰)하다(액체가 끓어오르다) ⑪말하다, 개진(開陳)하다 ⑫출발하다 그리고 ⓐ평평하다(견) ⓑ오랑캐의 이름(견) ⓒ산(山)의 이름(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열 계(啓),열 벽(闢),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닫을 폐(閉)이다. 용례로는 신문이나 책 등을 처음으로 간행함을 개간(開刊), 어떤 모임을 주장하여 엶을 개최(開催), 책을 폄을 개권(開卷), 새로 나라를 세움을 개국(開國), 버려져 있던 거친 땅을 처음으로 일구어 논밭을 만드는 것을 개간(開墾), 어떠한 장소를 열어 공개함을 개장(開場), 새 영화를 처음으로 상영하는 것을 개봉(開封), 처음으로 시작함을 개시(開始), 방학을 마치고 다시 수업을 시작함을 개학(開學), 어떤 회의나 행사 등을 시작하는 것을 개막(開幕), 재판을 시작하기 위하여 법정을 엶을 개정(開廷), 어떤 내용을 알리거나 보이거나 하기 위하여 여러 사람에게 널리 터놓음을 공개(公開), 열리어 벌어짐이나 늘여서 폄을 전개(展開), 다시 엶이나 다시 시작함을 재개(再開), 일단 멈추었던 회의를 다시 엶을 속개(續開), 꽃 등이 아직 피지 아니함을 미개(未開), 얽히고 막힌 일을 잘 처리하여 나아갈 길을 엶을 타개(打開), 모여 있지 않고 여럿으로 흩어짐을 산개(散開), 책을 펴 글을 읽으면 새로운 지식을 얻음을 개권유득(開卷有得), 책을 펴서 읽으면 반드시 이로움이 있다는 개권유익(開卷有益), 문을 열고 도둑을 맞아들인다는 개문납적(開門納賊), 문을 열어 반가이 맞아들임을 개문영입(開門迎入), 일부러 문을 열어 놓고 도둑을 청한다는 개문읍도(開門揖盜),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린다는 개천벽지(開天闢地), 재원을 늘리고 지출을 줄인다는 개원절류(開源節流) 등에 쓰인다.
▶️ 闔(문짝 합)은 형성문자로 阖(합)은 간자(간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문 문(門; 두 짝의 문, 문중, 일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盍(합)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闔(합)은 ①문짝 ②거적(짚으로 쳐서 자리처럼 만든 물건), 뜸(짚, 띠, 부들 따위로 거적처럼 엮어 만든 물건) ③온통 ④전부(全部)의 ⑤통할(統轄)하다(모두 거느려 다스리다) ⑥어찌 ~아니하랴 ⑦문을 닫다 ⑧부합(符合)하다(들어맞듯 사물이나 현상이 서로 꼭 들어맞다), 같다 ⑨간직하다 ⑩막다, 못하게 하다 ⑪숨 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닫고 열고 함을 합벽(闔闢), 온 궁내를 합궁(闔宮), 온 권속을 합권(闔眷), 한 집안이나 온 집안 가족을 합가(闔家), 남의 허물을 보고도 모르는 체 함을 합안(闔眼), 지경 안의 전부를 합경(闔境), 구름을 헤치고 궐문 앞에서 부르짖는다는 뜻으로 원통하거나 억울한 사정을 임금에게 하소연함을 이르는 말을 배운규합(排雲叫闔), 양이 열리고 음이 닫힌다는 뜻으로 정의나 군자가 득세하고 불의나 소인이 위축됨을 이르는 말을 양개음합(陽開陰闔)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