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중 각성 awareness during general anesthesia - 정의
전신 마취 도중 환자의 의식이 깨어 있어 외부의 자극을 인지하고, 그것을 기억하는 것을 마취 중 각성이라고 한다. 마취 중 각성이 발생하면 환자는 주위의 소리를 듣거나, 수술의 고통, 숨쉴 수 없는 압박 등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각성 기억은 환자 스스로 의식적으로 생각해낼 수 있는 확실한 기억의 형태일 수도 있고, 세밀한 심리검사에 의해서만 생각해 낼 수 있는 암시적인 기억일 수도 있다. 수술 중 각성이 통증이나 마비된 느낌과 동반된 경우는 수술 후 불안, 죽음에 대한 공포, 병원과 의사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가 발생할 수 있다. 마취 중 각성의 빈도는 보고에 따라 다양하지만 약 0.2~1%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에서는 연간 2천만 건의 수술 중 2만~4만 명의 환자가 마취 중 각성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원인 심한 외상 환자의 수술, 제왕절개술, 심장 수술을 위한 마취에서 각성 상태의 빈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난다. 제왕절개술의 경우 태아의 자발 호흡을 유도하기 위해 태아가 분만될 때까지 충분한 양의 전신 마취제를 사용할 수 없고, 외상 환자나 심장 수술에서도 환자의 혈역학적 안정을 위해 마취제를 비교적 적게 사용한다. 마취제를 적게 사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마취의 심도가 얕아지게 되어 마취 중 각성의 빈도가 증가하게 된다.
근이완제의 사용 역시 마취 중 각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근이완제는 기관 내 삽관과 기계 환기를 용이하게 하고, 수술의 편의를 위하여 골격근을 마비시킬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 약물을 사용하면 환자는 움직일 수 없게 되고, 통증을 느끼더라도 움직임을 통해 반응하지 못하게 된다. 근이완제 사용이 의식과 통증의 소실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므로 얕은 마취로 인해 환자가 의식이 있거나 통증을 느끼게 되더라도 이를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율신경계 반응은 유지되고, 이로 인해 혈압과 심박수가 상승하고, 발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마취과 의사가 환자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근이완제 사용으로 인한 마취 중 각성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마취 중 각성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개인별 약물 감수성의 차이를 들 수 있다. 마취 약물에 내성이 있거나, 함께 사용한 다른 약물로 인해 약제 내성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전신 마취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약물 용량에도 충분한 마취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젊은 나이, 비만, 흡연, 장기간의 알코올 섭취 등은 전신 마취에 필요한 마취제 용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유전적 차이에 따라 체내에서 마취제를 대사하는 능력이 다르므로, 마취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마취제 요구량이 달라질 수 있다.
- 진단 및 예방 마취 중 각성이 발생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각성을 평가하기 위한 인터뷰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며, 환자가 수술 전, 중, 후 시기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고, 수술 전후 동안 정상적으로 의식이 있는 상태를 전신 마취 동안 깨어 있었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취 중 각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신중하고, 유도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수술 중 각성을 예측하는 임상적 증후는 운동 반응과 자율신경계의 반응이다. 그러나 전신 마취와 같이 근육이완제를 사용하여 마취하는 경우에는 마취 중에 운동 반응이 소실되므로 자율신경계의 반응만을 보고 예측할 수 있다. 수술 중 각성이 발생하여 환자가 통증을 느끼게 되면 교감 신경이 흥분하면서 환자의 맥박수와 혈압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이를 통하여 수술 중 각성 여부를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전신 마취의 진통 요소와 최면 요소는 다르므로, 맥박수와 혈압 수치에 변화가 없다고 해서 수술 중 각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수술 중 각성을 예방하고 적절한 최면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 임상 증후보다 신뢰할 수 있는 측정 방법이 필요하다.
마취 중 각성을 방지하기 위해 마취 심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감시 기구가 개발되어 왔는데, 이중 대표적인 것이 BIS(Bispectral index)이다. BIS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the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 승인한 최면 감시 기구로서, 최면, 기억 상실, 안정의 수준을 1부터 100까지의 숫자 출력 정보로 나타낼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여러 연구를 통하여 BIS가 마취 중 각성의 빈도를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되었으나, 이에 부정적인 연구 결과들도 있으므로 현재까지 각성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객관적 감시 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 관련 신체기관
뇌신경계, 자율신경계, 골격근
- 치료
마취 중 각성은 마취의가 주의 깊게 환자 감시를 시행하고, 약물의 내용물과 용량을 수시로 점검하며, 근이완제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등 마취의 기본적인 원칙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그 빈도가 감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전신 마취에서는 불가피하게 각성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 경험은 환자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각성이 발생했음이 보고되면 빠른 시일 내에 환자와 마취의 사이에 만족할 만한 상호 대화가 필요하다. 먼저 심층적인 면담을 통하여 그것이 단지 불쾌한 꿈이었는지 실제로 마취 중 각성이 발생한 것인지 감별해야 한다. 마취 중 각성이 발생했다면 의사는 환자가 경험한 사실이 실제 일어날 수 있음을 알리고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는 것이 환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임상 징후로 각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마취의의 실수 없이도 수술 중 각성이 일어날 수 있음을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신 마취 중 무의미한 대화 내용보다는 환자의 체형, 수술 시야에 대한 내용 등 환자에 대한 비평이나 질환에 관련된 이야기가 더 쉽게 기억된다고 알려져 있다. 마취 중 환자가 기억하는 내용은 환자의 장기 기억에 저장되어 환자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의료진은 수술 전, 중, 후 환자를 대할 때는 신중하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취 중 각성이 통증이나 완전한 기억 등이 동반된 형태로 발생한다면 환자는 여러 가지 고통을 받게 된다. 일부 환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되며, 이로 인해 악몽, 야경증, 불면증 등을 호소하게 되고, 심하면 자살을 시도할 위험도 있다. 조기에 심리 상담을 시행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전신 마취 중 각성 경험이 있는 환자의 상당수는 수술 후 마취를 더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이 연구에 의하면 마취 중 각성에 의한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전부에서 마취에 대한 견해가 바뀌었다고 한다. 또한 과거 마취 중 각성 경험이 있는 환자는 마취제에 대한 감수성이 감소된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다음 수술 시 환자의 각성 경험을 고려하여 각성에 수반되는 증상 발현 여부를 신중히 관찰하고, 충분한 마취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 관련 질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악몽, 야경증(night terror), 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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