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책소개
“어린이는 사람이 되어가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람인 존재다 _ 야누시 코르차크”
아동복지와 아동심리학의 초기 개척자
야누시 코르차크의 눈으로 ‘아동 권리’를 재발견하다!
‘인권’이라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시기에 코르차크가 변화시키고자 했던 아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패러다임을 21세기의 관점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야누시 코르차크는 존 듀이와 함께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교육자로 손꼽힌다. 그는 아동복지와 아동심리학의 개척자이자 아동 기본권으로 처음으로 공식화한 인물로 모든 아동이 보살핌과 존중의 대상이며, 법은 아동 권리와 복지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래 세계적으로 ‘아동 권리’, ‘아동 인권’을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육자들은 코르차크를 통해 ‘아동 권리’를 재발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은 세계적인 교육 전문가 타티아나 치를리나 스파디와 교육신경과학 연구자 피터 C. 렌을 비롯해 40여 명의 교육학, 교육신경과학, 심리학 연구자들과 현직 교사들의 코르차크에 관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담고 있다. 코르차크의 일생부터 교육자로서의 유산, 그의 아동 권리 개념을 오늘날의 교실에 적용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야누시 코르차크를 입체적으로 만나면서 ‘아동 권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현장에서 적용하는 데 유용한 도움을 얻게 될 것이다.
아이에게 가르침을 청해라
국내에서 큰 화제를 모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여러 피고인이 나온다. 그중에서 한 피고인은 어린이의 놀 권리를 보장하려고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아이들을 숲에 데려갔다. 그 행동이 법적으로 정당했다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제대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학원을 순례하던 아이들은 그날을 두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학원에 보낸 건데, 그 결과 아이의 현재가 소홀히 취급받고 있었다.
여기에서 생각해보게 된다. 좋은 교육이란 과연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질문이다. 아이가 좋은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양육자에게 이 책의 탐구 대상인 코르차크는 지금 보기에도 다소 놀라운 말을 던진다. “아이에게 가르침을 청해라.”
어린이 법정 운영을 통해
아이를 양육자의 부속물이 아닌 ‘사람’으로 대하다
야누시 코르차크는 아동 인권 운동의 선구자로, 현대의 아동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영감을 주었다는 평을 받는다. 이 책을 관통하는 그의 교육사상에 따르면, 아이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도기적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사람이다. 수동적으로 돌봄을 기다리는 미약한 존재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나아갈 열망으로 가득 차 태내에서도 발을 구르는 새로운 인간이다. 아이를 양육자의 부속물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드물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이 관점은 확실히 혁신적이다.
물론 그의 혁신이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코르차크가 처음으로 빈민가 어린이를 위한 여름 캠프를 열었을 때 그는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다. 그는 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했고, 아이들과 입씨름을 하기도 했다. 충격받은 코르차크는 고민 끝에 해답을 찾았다. 그 해답은 바로 아이들에게 무엇이 불만인지 듣는 것이었다. 사람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화만 한 것이 있을까. 코르차크가 평생 어린이의 참여를 강조한 데에는 이 경험의 영향이 컸으리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코르차크는 평생의 동료 스테파니아 빌친스카와 함께 고아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고아원 운영에 필요한 역할을 번갈아 담당하게 했다. 그 역할에는 ‘법적인 것’도 있었다. 코르차크는 어린이 법정을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게 했다. 코르차크는 이런 시도를 통해 아이들에게는 자기 집을 가꾸고 운영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스스로 생각할 힘을 빼앗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코르차크가 아이들의 비위를 무조건 맞추라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동화 속에나 나올 환상을 품고 감성적인 사랑을 퍼붓는 행위를 경계했다. 이 책은 아이에게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방종이며, 방종은 생각 없는 폭군을 만들 뿐이라는 것을 초반부터 강조한다.
어린이는 아기 천사가 아니라 피와 살이 흐르는 인간이며, 이 때문에 실수하고 짜증 내고 때로는 사악하게 굴 수도 있다. 아이의 그런 면을 몇 번이고 용서하되 아이가 그의 이웃에게 책임을 다할 수 있게 규칙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 코르차크가 생각한 교사의 책임이었다.
또한 코르차크는 아이를 어른 입맛에 맞게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다만 조금씩이라도 좋은 쪽으로 가게 노력하다 보면 아이가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고 관계를 위해 힘쓸 거라는 믿음을 품고, 코르차크는 몇 번이든 인내했다. 이 책 말미로 가면 코르차크는 아이들과 작은 사탕 따위의 소소한 보상을 걸고 목표를 정해서 내기해보라고 제안한다. 하나씩 하나씩, 좋은 행동은 늘리고 나쁜 행동은 줄이면서, 언젠가 내기가 필요 없어질 날을 기다리면서. 굳어진 습관을 고치는 고통에 사탕 한 알만큼의 달콤함을 더해주기를 바라면서.
코르차크는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그럴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른의 권위에 눌려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아이에게 얌전하고 예의 바르다고 칭찬하는 태도를 반대했다. 그가 보기에 한 인간에게서 스스로 생각할 힘을 빼앗는 것은 교육이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르차크에게 어린이는 어른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었고, 따라서 어른은 어린이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쏟아부을 존재가 아니었다.
존중, 배려, 신뢰, 보살핌의 교육
어른들이 먼저 성찰하고 누려라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슬프게도 대다수 어른은 엄격한 위계질서와 일방적인 가르침에 더 익숙하다. 코르차크가 극구 반대했던 체벌에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지 않는 사람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내면을 이해할 준비가 필요하다.
이 책은 이러한 어른들에게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생각을 나누었던 코르차크의 일생을 통해 영감을 준다. 그는 어린이를 가르치려 하기 전에 먼저 자신 안에 있는 아이를 꺼내 교육하라고 했다. 이 과정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에 앞서 어른들 자신에게 먼저 성찰할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의 부제 존중, 배려, 신뢰, 보살핌의 교육에 대해 부모와 교사뿐만 아니라 어른 전체가 먼저 이해할 때, 아이들의 내면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의 교육자와 학생들이 여전히 코르차크의 작품을 접하고 그의 이름을 내건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코르차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방식이 유효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책에서는 코르차크가 아이들과 수행했던 어린이 법정과 내기 등의 활동을 실제로 적용한 예시까지 부록으로 자세히 설명하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어린이는 어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