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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 https://m.pann.nate.com/talk/345248808&currMenu=search&page=1&q=시어머니%20진심
혹시 지난 설에 시어머니의 진심이 뭔가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 기억하시나요?
그 당시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위로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눠주신 의견들 꼼꼼히 확인하며 이 상황을 어떻게 푸는 게 제일 최선일까 많이 고민 했습니다. 후기 남겨달라는 분이 계셔서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입니다.
긴 글이 될 것 같아 음슴체로 갑니다.
극한의 분노가 생기니 오히려 차분해짐. 기본값을 이혼으로 두고 차분히 마음 가라앉힘.
첫번째로 남편한테 알렸음. 믿든 말든 그건 네 결정이고 선택인데 어머님이 나한테 이렇게 얘기했고 나 너무 상처 받았다. 우리 집을 무시하는 거 같아서 직접 진심이 담긴 사과 받고 싶다함. 남편이 심각하게 듣더니 사실이냐 재차 내게 확인함. 시댁 내려감. 다음날 올라온 남편이 내용에 대해서는 얘기가 없고 살랑살랑 애교부리며 사태 수습하려함. 본인도 민망하니 그러겠거니 싶어서 내버려 둠.
시간이 마음이 조금 풀림. 이 때까지만 해도 내가 너무했나 싶었는데 전화로 악다구니 퍼부음. 업무 중이라 오래 받지는 못했어도 녹음 해둠. 열 받아서 남편 퇴근하자마자 녹음본 들려줌.
남편 사과함. 바깥에 나가서 시어머니한테 전화로 개지랄. 중요한 프로젝트 중이라 신경 끄고 싶어서 그 날은 그냥 넘어감. 며칠 조용하더니 시모 친구 폰으로 시모 친구가 시모 대신 설교함ㅋㅋㅋㅋㅋ 며느리 도리부터 소박 안맞은 걸 다행으로 여기고 시부모한테 그래야 남편 복이 된다, 여자는 남편복이 곧 행복이다 등등 .. 듣다 너무 빡쳐서 휴대폰 끄고 겨우 업무 봄.
퇴근 하고 남편한테 픽업 간다고 기다리라 함. 7시 남편 픽업. 그 길로 구미 내려감. 남편이 미쳤냐 화도 내고 무슨 일이냐 달래는데 한마디만 더 하면 그대로 이혼이다 지르고 10시반쯤 도착. 그대로 처들어가서 티비 보시던 시부시모께 드릴 말씀이 있다함.
그 동안 가정생활에 충실했고 어떠셨을지 몰라도 시댁에 나도 노력했는데 친정 욕보이면서까지 결혼생활 할 마음은 없다. 더 괄시 받고 무시당하기 전에 이혼하겠다. 아버님은 모르시겠지만 그 동안 어머님이 하신 계속된 폭언에 지쳐 더 이상 정상적인 결혼 생활할 수 없다. 그러니 어머님 바라시던 대로 이혼해준다 대충 이렇게 말씀 드리니 아버님은 다과상 엎고 난리 나고 어머님 쥐 잡 듯 잡으심. 어머님은 내가 언제 그랬냐는 눈빛으로 눈물 뚝뚝 흘리면서 결백 주장하는데 마지막 이성이 끊기는 느낌.. 그 와중에 남의 편은 아버님 말리고.. 결국 녹음 내용 다 틀어드림. 대충 들으시더니 아버님이 어머님한테 손찌검 하려 하셔서 남편이 말리고 난 간다고 자리에서 일어남. 시아버지가 무릎 꿇고 사과하라 윽박 지르시고 어머님은 끝까지 자기 잘못 아니라 아버님 바지가랑이 붙잡고 우는데 아버님은 말리는 남편 때리면서 무릎 꿇으라 소리 지르면서 나 붙잡으심.
아버님이 차분히 얘기해보라 하셔서 그 동안 내 감정 다 털어놓음. 내가 사랑해서 선택한 사람의 부모니 좋든 싫든 기본 도리는 해야 된다를 결혼생활의 지향점으로 삼고 노력했다 근데 어머님이 갑자기 도를 넘으셨다. 시누도 오는데 저더러 친정에 오지 말라는 말은 친정 무시하는 걸로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남편 통해서 한번 전달했는데 제3자까지 개입한 건 마지막 선을 넘으신 것 같아서 이혼 말고는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니 아버님이 누차 사과하시고 어머님 채근하심. 어머님이 내가 뭘 잘못했냐는 태도로 일관하시니 아버님이 아들 이혼시키고 싶냐 버럭하셔서 마지못해 사과하심.
이런 식으로 억지 사과로 그 동안 받은 상처를 없던 일로 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죄송하지만 어떻게 할 지는 서울 가서 고민하겠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남편 통해 하시라 당분간은 연락 받고 싶지 않다. 마음 추슬러지면 연락 드린다 하고 남편이랑 새벽에 서울로 돌아옴. 처음 며칠은 잘못했다 바짝 기니까 나도 무던하게 지냈음. 그런데 좀 지나니 사과했는데 왜 안 받아주냐 지랄 하길래 이혼서류에 도장 찍으라 내 밈. 한다면 하는 성격인 거 알기에 찍소리도 못하고 자기도 답답하고 쪽팔려서 그런다고 개소리 함. 나중에 알았지만 시모가 출퇴근길마다 우는 소리 하고 아버님은 며느리 사태 해결 못하면 다 네 탓이라고 내내 혼내셨다 함.
남의 편까지 개소리 해대니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들어서 몇가지 조건 제안함. 첫째 두 내외분 중 한분이라도 사과의 육하원칙 지켜서 제대로 사과할 것, 둘째, 당분간 시댁의 대소사에 불참 및 연락은 전혀 없을 예정+ 시댁에서 오는 어떤 연락도 나한테 오지 못하게 사전차단
만약 조건이 지켜지지 않으면 신혼집 명의는 내 명의로 바꾸고 세번 이상 어길 시 합의 이혼. 첫째 조건 이행하면 둘째, 셋째는 공증받고 이번 일은 마무리하겠다 함.
그 다다음날 아버님이 서울 올라오셔서 제대로 사과하심. 집안 단도리 못한 본인 탓이라며 한번만 용서해달라는데 그 간의 분노와 서러움이 뒤섞이면서 펑펑 울었음. 모든 상황을 본 남편이 이혼 빼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사과하고 아버님도 내 마음이 풀릴 때까지 네 맘대로 해라, 사돈 뵐 면목 없다며 계속 다독여주시다 그 날 바로 용돈 주시고 구미 내려가심.
일단 이렇게 일단락 됨. 미친년처럼 독하게 마음 먹고 초강수 두긴 했지만 이게 잘하는 건가, 한달정도 시간이 흘렀는데도 한편으로는 마음 무겁고 앞으로 진짜 어쩌지, 친정에 뭐라 말씀 드려야 되지 등등 걱정이 계속 남아있네요. 당분간 임신 계획도 다 뒤로 미루고 꾸역꾸역 지내는데 결혼생활에 대해 회의감과 걱정이 몰려오네요. 잠시나마 좀 떨어져서 이 사태에 대해 다시 차분하게 생각해보려고 아버님이 주신 용돈으로 내일 호텔 예약 해뒀네요.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될까요 ㅎㅎ 생각이 많아져서 더 골치 아프지만 아낌없이 분노해주시고 위로해주신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편안하고 평화로운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시애비가 정상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