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KTX)가 개통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변모시킨 고속철은 여행지 선택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행지 가운데 답사여행 일번지로 불리는 영암 해남 강진 장흥은 고속철 혜택을 가장 크게 보고 있는 지역.
대흥사 해탈문에서 바라본 두륜산.
장흥 제암산 철쭉 화원을 가로질러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
호남고속철 종착역인 목포에서 1시간 내에 닿는 곳들로 해당군청들에 따르면 고속철 개통 이후 여행객이 평균 30% 정도 늘었다고 한다.
특히 이들 지역은 국민관광상품권을 발행하는 코리아트래블즈(www.koreatravels.com)가 어버이날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제주도 다음으로 "부모와 함께 가고 싶은 여행지"에 꼽힌 남도여행의 핵심코스. 싱그런 5월의 정취 속에 역사 문화 맛 기행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어버이날 가족여행지로는 더할 나위 없다.
목포에서 영암 해남 강진 장흥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산도 들도 바다도 짙푸른 빛이다. 자연은 이제 들판의 봄꽃 잔치를 모두 끝낸 터. 그러나 초록만의 여행은 단조롭다. 요즘 초록이야 어디를 가도 만난다. 이번 호남 여행은 다른 색깔부터 시작하고 싶다. 그렇다면 먼저 장흥으로 가자.
장흥에는 산이 많다. 장흥의 산 가운데 제암산(807m)은 이맘때 사람들의 얼을 쏙 빼놓는다. 해발 600m대의 능선부 40여만 평이 만개한 철쭉으로 온통 꽃밭이다. 장흥읍 인근 공설묘지 옆 신기마을 주차장에서 곰재로 올라 곰재산(629m) 정상부쪽, 곰재에서 사자산(666m)으로 이어지는 간재쪽 일대에 펼쳐진 철쭉 군락지를 보고 내려올 경우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분홍빛 화원은 북쪽 제암산에서 곰재산, 남쪽 사자산까지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여유가 있다면 사자산-곰재산-제암산 순으로 거슬러 올라보는 것도 좋다. 푸른 산을 분홍 불길로 활활 태우는 철쭉의 향연은 이달 중순까지 계속된다.
장흥에는 천관산(723m)이라는 명산도 있다. 산 아래에서 보면 마치 톱날처럼 생긴 정상부의 웅장한 기암괴석이 압권이고 가을에는 억새로 유명하다. 산행에 자신이 없다면 중턱에 있는 천관산 문학공원까지만 다녀오는 것도 괜찮다. 문학공원은 장흥 군민들이 손수 돌을 쌓아 만든 800여 기의 돌탑이 숲을 이루고 있다.
백련사 잇는 2km 산길 운치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 다산초당
강진만을 굽어보는 만덕산 기슭의 다산초당과 백련사는 남도 답사여행 첫 머리에 오르는 곳. 그만큼 남도의 풍광과 역사와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얘기다.
다산 정약용은 18년의 강진 귀양살이 가운데 10여 년을 다산초당에서 지냈다. 다산초당은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다산의 방대한 저술활동이 이루어진 장소. 원래 초가였던 것을 복원할 때 지붕을 기와로 올리는 바람에 "초당"의 소박한 정취가 사라졌지만 다산의 체취는 곳곳에 남아 있다.
초당에서 2km 남짓한 길을 따라 걸어가면 백련사에 이른다. 이 길은 다산과 백련사 혜장스님이 우정을 나누던 길. 다산은 이 길을 오가며 백련사의 혜장스님에게서 차를 배웠고 "다산"이라는 호도 얻었다.
백련사는 고려 고종 때 지어진 절로 고려 후기에 8명의 국사를 배출한 유서깊은 고찰. 백련사에는 야생차밭과 1500그루에 이르는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백련사에서 아득히 보이는 강진만 풍광이 그림 같다.
푸른 비로 내리는 500년 은행잎 #푸르름 가득한 해남 대흥사와 녹우당
해남의 두륜산(703m)도 손꼽히는 남도 유적지. 조선시대 서산대사가 입적하면서 바리(승려가 쓰는 나무 그릇)를 맡긴 고찰 대흥사와 조선후기 차문화를 일으킨 초의선사가 머물던 일지암이 있다. 햇차가 한참 나오고 있는 요즘은 차의 향기에 취한 다인들이 대흥사 위쪽에 있는 일지암을 찾을 겸 두륜산행을 많이 한다. 짧은 일정 때문에 등산이 어려울 경우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된다. 두륜산 케이블카는 편도 1.6km로 긴 편이다.
대흥사 경내에는 추사 김정희의 필치로 새겨진 현판, 서산대사의 위국충청을 기리는 표충사, 다성(茶聖)이라 일컫는 초의선사 동상, 고승들의 유물을 보관한 성보박물관 등 사찰의 내력을 알려주는 유적들이 즐비하고 특히 입구에서 시작되는 나무숲길의 운치가 그만이다.
해남여행에서 고산 윤선도의 숨결을 만날 수 있는 녹우당을 빼놓을 수 없다. 녹우당은 고산 선생이 전국을 돌아다닌 후에 찾아내 터를 잡은 곳으로 바로 앞에는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서 있고 뒤로는 울창한 비자림이 있다. 이름 그대로 바람 부는 날에는 대나무잎과 은행나무잎 등이 푸른 비처럼 날린다.
▲볼거리
장흥=북부 가지산 계곡의 고찰 보림사와 서울의 정남쪽에 위치한 정남진 남포마을, 키조개로 유명한 수문항도 5월 장흥을 찾는 사람들의 여행코스. 특히 남포마을은 영화 <축제> 촬영지로 다도해와 어우러진 드라이브는 운치 만점이다.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6.
강진=강진만 동쪽에도 영랑생가와 고려 청자도요지 등 볼거리가 무진장하다. 국내 유일의 청자박물관에서는 고려청자문화를 한 눈에 살펴보고, 또 전통적인 제작과정으로 직접 청자를 빚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강진군청 문화관광과 (061)430-3224.
해남=국토의 끝자락인 땅끝마을은 필수 방문 코스. 인근 달마산의 미황사와 우항리 공룡화석지도 찾아볼 만하다. 김남조와 고정희 시인의 생가도 해남읍에서 가깝다. 해남군청(061)530-5229.
▲별미
남도여행은 맛깔스러운 향토음식 때문에 한결 즐겁다. 해남읍에는 80여년째 떡갈비 한정식을 고집하는 천일식당(061-536-4001)을 비롯 진일관(061-535-5500) 등 소문난 한정식집들이 많다. 장흥군청 옆에 있는 신녹원관(061-863-6622.사진)은 장흥을 대표하는 한정식집. 푸짐한 상차림만으로 장흥의 인심을 엿볼 수 있다. 강진은 탐진강의 장어를 숫불에 구워낸 장어구이가 별미. 강진읍 내 목리장어센터(061-432-9292)는 강진사람들도 최고로 꼽는 장어요리집이다.
▲영암 월출산온천
목포역에서 30여 분 거리에 있는 영암 월출산온천은 남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피로를 풀기에 적당한 곳. 맥반석 암반대에서 나오는 게르마늄 온천수를 공급하며 수중안마탕 매그넘탕 노천탕 등 다양한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또 60개의 분위기 좋은 객실을 갖추고 있어 남도여행길 가족 숙박지로 추천할 만하다.(061)473-6311.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