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라산의 높이는 1,950m다. 어린 학생들은 ‘한(1)번 구(9)경 오십(50)시오’라는 재미있는 문장으로 한라산의 높이를 외운다고 한다. 그 말대로 한라산은 구경만 하라는 것일까. 막상 한라산 오르는 산길로 들어섰을 때부터는 식당이 없었다. 하지만 한라산이 제주도이고 제주도가 한라산인 만큼 먹을 것은 한라산이 바라다 보이는 마을에서 해결하면 된다.
섬이라는 특성상 제주도에는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난 음식이 많다. 옥돔구이,
해물뚝배기, 갈치호박국, 성게국, 자리물회, 전복죽, 오분자기솥밥 등 바다 내음을 듬뿍 담은 음식들이다. 흑돼지불고기와 꿩고기토렴(샤브샤브), 꿩메밀칼국수도 있다. 돼지고기 내장을 넣고 오랫동안 삶은 진한 국물에 모자반이라는 해초를 넣어 만든 몸국도 별미다. 메밀과 무가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 빙떡도 있다.
제주의 향토음식은 조리법이 단순하고 가능한 한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예부터 제주 여성들은 생업과 음식장만을 도맡아서 했기에 부엌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자연히 조리시간이 짧은 냉국이나 물회 등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계절별로 제철 해산물과 농산물 등 다양한 식자재들로 만든 음식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육지에 비해 기온이 높고 산, 들, 바다에 신선한 식자재가 산재해 있기에 계절 따라 이것들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중에서도 말고기는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제주도의 자연환경이 말 기르기에 가장 적합한 곳임을 알 수 있다.
말은 선사시대부터 사냥감으로 제주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 왔다.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 말에는 몽골에서 말과 목축기술이 전래되어 말의 르네상스시대를 열었고, 조선조 때는 말의 수요가 늘어나 제주도 전역을 목장화하기도 했다. 현재 제주도는 경주마와 승용마 사육의 전진기지가 되어 있고, 한편으로는 말고기를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식용마 사육도 늘어났다.
제주도에서 마을잔치가 열리면 으레 돼지고기와 고사리를 넣고 육개장을 끓여 먹었다. 소의 양지머리와 사태부위, 대파를 넣어 끓이는 다른 지방의 육개장과는 판이하다.
제주도의 활어는 신선함이 살아 있다. 제주도에서는 돔, 전복, 소라, 성게, 한치 등 매우 다양한 회를 먹을 수 있다. 이 중 돔을 백미로 꼽는데, 제주의 옥돔은 바다 속 깊은 곳에 살면서 전복, 소라 등을 먹고 자라 살이 쫄깃하고 담백하다. 갈치회와 고등어회는 인근 바다에서 갓 잡아 올려 회로 내놓아 매우 신선하다.
제주산 전복은 ‘패류(貝類)의 황제’로 불리며 진시황제가 즐겨 먹었다는 ‘불로장생의 명약’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역과 다시마 같은 해초류를 먹고 자란 전복은 비타민, 칼슘, 인과 같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예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단골로 올랐다는 전복은 날 것으로도 먹고 익혀서도 먹는다.
은행과 대추, 버섯 등을 넣고 돌솥에 지은 전복돌솥밥, 고소하게 구운 전복구이, 진녹색을 띠는 담백한 전복죽, 오도독 씹히는 맛이 일품인 전복회, 전복 내장을 그대로 넣어 만든 게우젓 등 제주도에서는 전복을 다양하게 요리해 내놓는다.
바다잔치
있을 것 다 있고 없을 것만 없는 해산물 천국
제주공항에서 5분 거리, 제주시 탑동로(삼도2동)에 위치한 ‘바다잔치’는 갈치와 고등어요리전문점이다. 오로지 국내산 해산물만을 낸다. 갈치조림과 고등어조림을 비롯해 쥐치조림 등 조림류와 갈치회, 고등어회, 한치회, 쥐치회, 전복회 등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다. 갈치구이, 옥돔구이, 고등어구이 등과 한치회무침, 우럭매운탕, 옥돔매운탕도 있다. 자리물회, 한치물회, 갈치국, 옥돔국, 성게국, 전복죽도 별미다. 가히 ‘해산물의 천국’인 업소인데 메뉴판 사진에는 조리된 음식과 재료인 물고기들이 나란히 찍혀 있다.
창업주 백옥보 여사에 이어 아들 내외인 고정석·강명숙씨가 2대째 전통을 잇고 있다. 식당에 딸린 해산물 선물코너에서 해산물을 직접 살 수 있고 택배주문도 할 수 있다.
고우니, 제주를 담다
‘일타삼피’ 고우니삼합 맛 좀 봅시다
가게 이름이 말해 주듯 제주의 대표적인 음식인 말고기, 흑돼지고기, 전복을 한 쟁반에 담아 차려 낸다.
말고기는 제주의 고유음식인데, 이 식당은 자체의 식용마 목장을 갖고 있다.
업주 한지령 대표는 식당 운영을 위해 대학원에서 식품분야를 공부한 학구파로 ‘고우니삼합’은 그런 열정으로 내놓은 회심의 작품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고민할 것 없이 제주의 대표 별미를 맛보게 하겠다는 깊은 뜻이 있단다.
삼다도시락
그뿐만이 아니라 제주도 어느 곳에서든지 주문을 하면 금방 달려갈 수 있는 기동력(운반차량)을 갖추고 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청바지 청년의 열정으로 뛰고 있는 정진하 대표는 “산꾼들의 도시락을 챙기다가 뜻하지 않게 골수산꾼이 됐다”며 한바탕 환하게 웃는다. 아마추어 산꾼들의 도시락을 챙긴 다음에는 산행안내역까지 하게 된 것이 마냥 행복하다고 한다.
제주여자만
제주도에서도 남도 제철음식을 먹는다
10년 전 서울 인사동에 여자 영화감독과 남자 산꾼이 남도의 제철음식을 차려 내는 ‘여자만’이라는 이름의 음식점을 열었다. ‘여자만(汝自灣)’은 전라남도 여수와 고흥 사이의 만(灣) 이름이다. 이 음식을 차려 내는 주인공이 20대 젊은 여인으로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이라는 영화로 백상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은 이미례 감독이라는 사실이 큰 화제가 되었다. 여류 영화감독의 남편이 산꾼 작가로 언론계에 종사하는 분이라 인사동의 ‘여자만’은 산꾼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수도권 산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북한산 자락에도 ‘여자만 북한산점’을 열게 되었고 그 여세가 제주도까지 뻗치게 된 것이다. 제주공항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 제주시 연동에다 차린 ‘제주여자만’은 문을 열자 곧 바로 ‘공항 맛집’으로 자리매김했다.
황금어장
갈치회, 모둠회, 고등어회를 주 메뉴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도심의 횟집으로 보면 되겠다. 오전 9시 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황금어장’의 업소 특성은 쉽게 파악이 된다. 식당 건너편에는 직영 농수산물전문매장이 있다.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하는 전국택배 주문을 받는다.
김희선제주몸국
슬픈사연 담긴 그 음식이 육지사람들의 별미가 되었다니…
‘김희선제주몸국’의 업주 김희선씨는 제주도 정통의 몸국을 누구의 입맛에나 맞게 탈바꿈을 시킨 주인공이다. 돼지사골에 통마늘과 양파와 대파, 모자반을 넣고 약간의 소주를 넣고 끓이는 것이 비법이라 한다. 음식장사를 하면서 무료급식 봉사도 하고 아프리카의 어려운 처지를 후원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음식 맛에다가 음식을 조리한 착한 사람의 고운 마음씨까지 가슴에 담아오고 싶어졌다.
관촌밀면
‘아랑조을거리’의 국수와 수육 맛집
서귀포시에는 ‘아랑조을거리’가 있다. 이 거리는 음식점 97곳과 숙박업소 9곳, 유흥업소 19곳 등 총 182개 업소가 성업 중인 서귀포시 천지동의 먹거리 골목이다. 문화관광부는 30여 년 전통의 이 거리를 2013~2014년 우수외식업지구 육성 대상지로 선정했다.
‘아랑조을거리’란 ‘알면 좋을 거리’라는 뜻의 제주도 말이다. 이 거리에서는 흑돼지 두루치기와 낙지두루치기, 해물탕, 솥뚜껑 오겹살, 연탄구이 돼지고기, 보쌈족발, 흑돼지 샤브샤브, 오리 주물럭, 홍어삼합, 굴해장국, 설렁탕, 보리밥 정식, 부대찌개 등 다양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 이 중 ‘관촌밀면(대표 오승배·양은심)’은 밀면과 비빔면, 고기국수가 맛있는 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고기수육과 만두도 함께 차려낸다.
월드컵흑돼지식당
쫄깃한 흑돼지구이는 기본, 주인장의 살가움은 덤
콩지하우스
땅콩아이스크림과 우도 땅콩전통주 맛에 크게 취하다
우도란 이름처럼 섬 전체가 누워 있는 소 모양과 비슷하게 생겼다. 우도에서는 땅콩과 소라가 많이 난다. 우도에서 생산된 땅콩은 충북 청주로 시집(?)가서 ‘우도땅콩 전통주’라는 이름의 막걸리가 되어 다시 친정인 제주도로 건너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도의 명물 ‘땅콩아이스크림’은 ‘둘이서 먹다가 세 사람이 죽어도 모를 맛’이란다.
우도 해녀들은 1932년 일제강점기에 항일운동을 했었다. 그래서 우도 천진항에는 우도해녀항일운동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 기념비가 있는 곳은 우도봉올레 출발점이기도 한데, 바로 이곳에 ‘콩지하우스’가 있다. 이 업소는 식재료의 신선함과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점심 식사를 200인분만 준비한다고 하니 음식을 먹으려면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괸당네식당
제주도 사투리의 선두주자 김동익씨의 ‘꿩지슬국시’ 집
“제주도에서 꿩고기요리를 가장 잘한다”고 구수한 제주도 사투리로 자랑하는 향토민속방언 연구가 김동익씨가 운영하는 ‘괸당네식당’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업소다. ‘괸당’은 ‘친척’의 제주사투리다. 음식 맛은 이미 전국적으로 검증된 상태라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주방언으로 부르는 ‘나그네 설움’이나 한 곡조 배워 가라고 한다.
“오늘도 걷는디 마는 정신어 시 이 밤 질 온 디꼬지온 국 마다 눈물 골랐네. 선창가 고동소리 옛어멍이 그리워도 나그네 흘러간 질은 이 어서라.”
김씨는 “본래 이 노래를 부른 가수 백년설(白年雪)보다 내가 훨씬 더 잘 부른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자신 있게 차려내는 꿩감자국수(꿩지슬국시)는 꿩고기 조금, 감자 조금 썰어 넣은 다른 집의 국수들과 비교하지 말라고 했다.
회양과 국수군
베이스캠프 게스트하우스
감귤밭 속 ‘고품격 저가숙소’로 딱 좋다.
주차장 옆 잔디밭에서 캠핑(텐트 3동 수용)도 할 수 있어 스쿠터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유용하다. 이용료는 1인당 1만 원. 허재성씨로부터 한라산 등반이나 제주여행 안내를 받을 수 있어 더욱 좋다.
장가네 해장국
그때 그 진국, 서귀포시 중문 색달바닷가에서 부활
“그 진국 먹어 보지 않았다면 해장국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지요.”
한동안 제주도에서 애주가들이 흔히 나누던 대화의 한 토막이다. 제주시의 신시가지 연동에서 24시간 손님들을 맞이하던 ‘장가네해장국(대표 장여관)’은 지난 10여 년간 문을 닫았었다. 제주해장국의 제1명소로 명성을 크게 떨쳤던 장가네 해장국이 지난 6월, 서귀포시 중문 색달바닷가에서 부활해 주당들의 속을 달래 주던 그 진국을 다시 끓여 내고 있다. 업주 장여관 대표는 제주도 토박이로 대학을 마치고 ROTC 해병장교로 백령도에서 근무한 다음, 서울로 와서 한 제약회사를 다녔다. 서울 생활 10년 동안 서울의 여러 음식점들을 돌며 전국 각지의 음식을 시식했다. 이는 후에 제주도로 돌아와 식당을 차리기 위한 전초작업이었다고 한다. 그는 제주도로 돌아와 한국인의 입맛과 관광지의 특성을 감안해 ‘해장국’을 주 메뉴로 결정하고, 서울의 청진동 해장국을 위시해 대구 따로국밥, 대전 대덕선지국, 전주 콩나물국밥, 공주 국밥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해장국집들을 다니며 주방아주머니를 붙잡고 손맛을 익혔다고 한다.
그 결과 연동의 ‘장가네 해장국’은 개점하자마자 이른 새벽부터 손님들이 몰려 왔고, 어떤 손님은 하루에 두 끼씩 이 해장국을 먹기도 했다고 한다. 이 식당 해장국의 육수는 한우사골을 24시간 고아서 만든 것으로, 유제품이나 뼛가루 등의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는다. 이 사골육수에 마늘과 양파, 대파를 된장국물에 알맞게 버무려 넣는 것이 비법이라고 했다. 이 ‘진국’의 비법을 전수받겠다는 사람들이 많아 장 대표는 제주도 내 몇 곳에 체인점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영업시간 06:00~24:00.
환상의 짜장
마라도 탐승길에 만나는 짜장면집
대한민국의 최남단에 있는 섬 마라도(馬羅島)는 본래는 울창한 원시림이 덮여 있는 무인도였으나 1883년(고종 20년) 모슬포에 거주하던 김(金)·나(羅)·한(韓)씨 등 영세 농어민 4~5세대가 제주목사 심현택으로부터 개간 허가를 얻어 화전을 시작해 유인도가 되었다.
이런 배경을 지닌 마라도가 우리나라 산꾼들의 관심을 크게 받게 된 것은 1968년 7월 10일, 마라도를 출발해 5개년에 걸쳐서 실시한 대한산악연맹의 ‘국토종주 3천리’의 시발점이 되고 난 뒤부터였다. 마라도에서 향로봉까지의 대장정은 지금의 백두대간 종주의 시초가 되었다. 과거 한 휴대전화 광고에 등장하며 마라도 짜장면이 유명해진 후 지금은 작은 섬마을에 짜장면을 내는 업소가 아홉 곳이나 된다니 재미있고 놀랍다. 마라도 짜장면식당가 중심부에 있는 ‘환상의 짜장’에서는 해물이 들어간 짜장면과 짬뽕, 활어회를 먹을 수 있고 펜션형 민박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