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건축물 자체가 예술이다
윗층으로 올라가 내려다보면 곳곳에서 보이는 포인트가 다 멋지다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오른발을 왼쪽 무릎에 얹고
오른 손을 살짝 뺨에 기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깨달음의 상징입니다]
-사유의 방 팜플릿 발췌-
이건희 회장의 초대를 마치고 이제 국립박물관 본관으로 향한다
오직 반가사유상을 만나러.
나머지 작품들은 언제 날을 다시 잡아야 할 듯 하다
하루에 너무 많은 작품을 만나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걸 경험했기에...
교과서에서만 봤던 반가사유상 2점은 국립박물관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커다란 방을 반가사유상 둘이서만 사용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또 얼마나 멋지게요
관람로 표시도 이렇게 감각적인 화살표다.
이것도 누군가의 작품이 아닐까 자꾸 쳐다보게 된다
그림자까지 강력하게 방향을 제시한다
어둠 속 저 끝에 고히 모셔져 있는 두 미륵보살
루브르에 모나리자가 귀하신 몸이듯이 국립중앙박물관의 귀하신 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시그니처 작품이다
마치 우주의 한 가운데에서 우뚝 솟아난 듯 오묘한 광채 속에 더 빛난다
교과서에서 만났을 대는 오직 외우기 급급했다
반가사유상이란 가부좌를 한쪽만 틀고 한쪽 발을 내린 상태로 사유하는 모양의 불상
이제 천천히 살펴볼 기회다
사진에서는 전면만 보였지만 오늘은 360도 회전하며 전부를 샅샅이 살펴보리라
턱을 괸 오른손의 선이 너무나 아름답다
어떤 모델도 저렇게 예쁜 선을 만들기 쉽지 않다
집에가서 따라 해 봐야지
저렇게 살포시 얼굴에 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딱딱한 가부좌에서 한쪽 다리를 풀어내렸다는 것은 다소 긴장감이 풀렸다는 것일게다
그래서 보는 사람도 여유가 느껴진다
온화한 표정으로 살짝 미소가 번진 걸 보면 고뇌하는 모습은 결코 아니다
삶에 대한 고찰의 시간이 끝난 깨달음의 순간이 아닐까
파노라마 카메라를 작동시키듯 뒷모습까지 생생하게 담는다
이렇게 정교할 수 있을까
늘어뜨린 옷자락, 디테일한 의자 등 모든게 놀랍도록 정교하다
삼국시대에 동이라는 금속을 저리도 맘대로 주무를 수 있었다니.
이 오른쪽에 있는 불상의 손가락 선이 이 각도에서 최고 아름다웠다
미소까지 은은하며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고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이 사유의 방을 나오면서 벅찬 감동을 함께 나누는데
우리 세사람과 다른 의견을 내는 짠딸.
사유의 방이 기울기가 있어 불상이 있는 자리가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다
셋이서
어~~~ ,
아닌데~~~ ,
그냥 평평하게 보이던데 ~~
하며 부인하는 말을 한마디씩 한다
세사람을 어찌 혼자서 이기겠는가
그러면서 넷이 우루루 다시 방 안으로 몰려들어간다
그리고도 결론은
것봐~ 아니잖아
착시 효과인가봐
네가 아무래도 조명 때문에 속았나봐
셋이서 또 부정의 당위성을 늘어놓는다
억울한 표정의 짠딸
갑자기 입구에 놓인 팜플릿을 가져온다
그리고 큐알코드를 갖다댄다
거기에 친절한 안내가 있었으니.....
방의 기울기를 이용하여 전시효과를 극대화 했다는.......
디지털 시대엔 세사람이 한사람 이기기 무척 어렵습니다
박물관 굿즈샵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참새의 방앗간.
역시 이곳에서도 반가사유상은 인기품목이다
이렇게 발랄한 컬러를 입히니 사유의 질이 좀 덜 진지해 지는 것 같은데?
요 자개로 만든 소반은 그야말로 손바닥 크기만하다
용도는?
바로 무선충전기
와 이렇게 고급진 무선충전기라니....
가격도 고급집니다
6만 7천원
자개장식의 쟁반이 참 아름답다
집에 있으면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것도 같지만
요즘 쟁반을 사용할 일이 있던가???
굿즈샵으로 직진하듯 달려가더니 왠 일로 그냥 나오냐며 의아해 하는 남편
뭔가 한가득 들고 나올 기세로 샵을 향해 돌진했었나보다
나 아이쇼핑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야!!!!